요즘 Channel 4 에서 하는 'My transsexual Summer' 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있습니다.
첫 방송이 있었고, 다음주에도 한다는데, 몇 부짜리 프로그램인지는 모릅니다.
7명의 트랜스 젠더들에게 여름 별장을 빌려주고 며칠을 함께 생활하며
서로의 공감대를 만들어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을 주고 방송은 열심히 카메라로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들입니다.
요즘 젊은 이들이 '나는 게이 친구가 있어' 라고 하는 이야기는 실제로 게이 친구가 있다는 표현임과 동시에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것과, 사고가 트여 있다는 말을 함께 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남들이 궁금해 하는 정보를 자신은 '경험'하고 있으니 어찌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 된다는 인식은 그런 느낌을 전달하는데 한 역할을 하는 듯합니다.
그러니, 트랜스 젠더들의 이야기를 듣고 삶을 엿볼 수 있는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한 사람은 시청자들의 니즈(needs)를 잘 파악한듯합니다.
물론 명분상으로서는 소위 사회의 마이너 그룹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겠지만,
'성'이라는 주제는 항상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라 광고도 정치도 이용하기에는 안성맞춤입니다.
프로그램의 '성'을 이용한 기발함은 뭐 그렇다 치고,
저도 여느 시청자들처럼 내용이 궁금했습니다. 나와 같이 평범한 인생을 사는 사람도 사람들에 따라서는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은,
그들의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인생이야기라고 하니, 듣고 싶어지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프로그램은 그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담는 대신,
어쩌면 시청자, 그러니까 보통사람들이 요구하는대로 그들의 '고충'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의 고충은 사람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장면들과 함께 보여지곤 합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들려주고 싶은 것인지,
자극적인 성적 컨텐츠로 사람들로 하여금 '다름'에 대한 인식을 '말초신경 자극제'와 함께 인식하도록 한 것인지
의심의 여지가 많습니다. 어쩌면 이들의 프로그램 명분이 가진 목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지도 모릅니다.
프로그램의 목표가 시청률을 높이는 것에만 있었다면야 다른 주제로 논란을 만들어야 겠지만요.
가령 신체의 성을 바꾸기 위해 수술대로 향하는 50대 남성에게 용기를 붇돋아 주는 장면들과
적나라한 수술대 위의 장면들을 보여주는 것이나,
호르몬 제를 먹어야 현재 바뀐 성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으나
그렇게 되기까지는 가발을 쓴다던지, 가슴밴드를 하거나 혹은 가짜 유방을 만들어 넣는 장면들을 보여주는 것은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게 하기 보다는 다른 신경이 자극되게 하지 않나 싶습니다 .
물론 보는 사람들의 이성이 가장 중요하겠지만요.
시청자의 수준을 존중한다는 선진국의 TV라서 그런 것인지, 그들의 방송에 대한 철학이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어째 저의 수준으로는 그 프로그램의 핵심 메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9금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몇몇 장면들은 그 나이가 넘어도 그들의 모습이 어쩌면 시청률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니까요.
나와 다르다는 것. 특히 성의 문제 있어서는 더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그러나 대중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최고의 도구인 TV를 사용할 때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상황이나 용기있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듣는 사람들의 태도와 인식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이성애, 동성애, 혹은 트랜스 젠더, 바이 등으로 구분하거나 카테고리화 하는 것이
어려운 이 현대사회에서, 성적인 이슈들을 포함해 그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이 상품처럼 자본주의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자제되면 좋겠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려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습니다.
자극적인 장면이 없어도, 19금이 아니어도 충분히 그들의 이야기를 공유해줄 수 있는 성숙한 연출자 들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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