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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어디에 계시나 자식을 키운다.

yyva 2012. 11. 26. 01:48

신랑은 종종 먼저 하늘나라로 가신 아버지 생각이 나나보다

뜬금없이 내게 눈을 맞추지 못하고 허공을 바라보면서 아버지 이야기를 던진다

부모는 어디 계시든 우리를 키우시는 것 같다며. 


 

철드는 신랑 1.

 

아버지가 어느 날 나한테 만원짜리를 주시면서 이러시는 거야.

오늘 아빠가 친구들이랑 추어탕을 먹는데, 서울까지 올라온 친구들한테 내라고 할 수 없어서 아빠가 샀다

25천원이나 썼는데, 아빠만 이렇게 쓸 수 없으니까 우리 아들도 맛있는 거 사먹어라.”

그날 나는 친구들이라 밥 먹고 노느라고 돈을 펑펑 쓰고 다녔는데,

아빠는 2 5천원이 너무 큰 돈이었던 거야. 당신이 7000원짜리 추어탕을 드신게, 아들한테 미안해서, 큰 맘먹고 만 원짜리를 주신거지.

마음이 쓰렸어. 너무 죄송하기도 했고 말야.

 

나는 아버지 같이 될 수 있을까?


 

철드는 신랑 2.

 

내가 대학에 갈 때쯤, 아버지가 8년을 넘게 탄 승용차를 바꾸시려고 하시더라구.

앞으로는 우리 아들도 운전 배워서 아빠 피곤할 때는 아들이 운전도 하고 그러면 좋겠다

너가 몰고 나가서 가끔 친구들도 만나려면 좋은 차를 사야겠지?” 하시곤 새 차를 뽑으셨는데..

 

결국, 아버지보다 내가 더 많이 그 차를 탄 것 같아.

 

더 오래 내 곁에 계셨다면 나는 아버지께 좋은 차를 뽑아드리는 아들이 될 수 있었을까?

나도 훗날 내 것들을 살 때 내 자식을 먼저 생각하는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철드는 신랑 3.

 

생각해 보니까, 아버지가 불평을 하는 걸 본적이 없어..

새벽같이 일어나서 멀리로 학교를 다니는 누나를 데려다 주고 출근하시고는,

엄마 가게로 가셔서 밤 늦게 까지 가게를 도우시고,

밤 늦게 문을 닫고 같이 집으로 퇴근을 하셨거든.

근데, 한번도 남들처럼 술을 마시시거나 담배를 물고 한숨을 쉬는 모습을 보이신 적이 없어.

최소한 나에게 아버지는 항상 정도를 걷는 사람으로 보였거든.

어떻게 그러실 수 있지? 어떻게 내가 아버지를 그렇게 기억하도록 하실 수 있었을까?

 

나도 우리 자식 앞에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철드는 신랑 4.

 

우리 아버지는 융통성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며 사신 분이셨어.

근데 나중에 아버지가 많이 변하셨었는데,

생각해보면 10대를 험난하게 반항하며 보냈던 나 때문이었던 것 같아.

 

지금 생각해 보건대내가 아버지를 고개 숙이게 한 건 아닐까?



 

부모는 자식을 키운다

그 자식이 속을 썩이건, 부모를 부정하는 사람들이건, 자식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건

독신주의자이건,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어찌되었든 우리는 부모로부터 태어났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그들이 누구건 간에, 나를 지금도 키우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