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삼년차에 들어서는 둘.
둘이 되면서 나타나는 불편함들은 혹자는 '결혼의 폐해'라고 일컫기도 하지만,
엄마는 '인간이 되는 것'이라 하셨다.
"인간을 의미하는 사람 인(人)자는 두 작대기가 서로 의지하는 형상이지 아니더냐,
반쪽 짜리들이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 인간이다." 고
엄마는 내가 결혼하고 첫 명절을 보낼 때 '이제 난 인간 노릇을 할 때가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결혼을 하면 여기저기 챙겨야 할 곳이 두 세배 늘어 난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내 지인들이나 가족들에게 잘못하면 내 반쪽이 욕을 먹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
"둘이 되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너무 자연스러워져버린 현상이다.
이러한 상태를 불평하면, 엄마는
"이제는 인간 노릇을 하는 지라 힘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인간이 되기가 쉬운 일이 아니구나.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항상 남을 챙기고,
돌보고,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책임지고 살아가는 것이라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이다.
둘이 아닐때는 그렇게도 둘이 되는 것에 공을 들이더니,
둘이 되고 나니 이렇게도 어깨가 무거워 질 것을 몰랐던가. 아니면,
혼자일때의 걱정보다 무거운 어깨를 감당하는 것이 때로는 기쁨이 된다는 것을 알았던가..
둘이 되고 책임이 커질 수록 용기와 도전정신이 줄어드는 것을 나쁘다고만 말하지 말자.
행복한 상태에서 나태하지 않는 다면, 변화를 꾀하지 않는 것이 꼭 퇴보는 아니지 않은가.
둘이 되어 행복한 상태가 도전하고 타파해야 할 것은 아니지 않을가 말이다.
그러니, 가족을 위해서 도전하지 못(안)하는 자들을 비판하지 말자.
그것이 가족을 책임지려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행복을 지키는 것이 최선의 도전이자 용기일 수 있으니 말이다.
꼭 변하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다 해서
내가 보수적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 어른이 되는 거겠지.
둘이 된다는 것. 그리고 나아가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올 초 나를 깊은 사색에 빠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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