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telling the stories

말로만 듣던 서양여자들의 산후조리 (1) 병원에서

yyva 2013. 6. 12. 04:55

사실, 산후조리라는게 별거냐... 했었다. 

특히 아이를 낳고 마취(무통주사)가 풀리기 전까지 난 말 그래도 '거만'했던 거다.


아이를 새벽에 낳고, 감동의 물결도 지나가고 나니 배가 고픈것이 생각났다. 

저녁에 신랑이 사온 샌드위치가 있어, 그거라도 먹으려니, 

엄마는 내가 불쌍하다고 눈시울을 붉히신다. 

엄마는 내가 미역국을 먹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우셨던 것.. 

여기서 부터 엄마의 '한국 비교 체험'이 시작되었다. 



한국에서는 애 낳으면 미역국이랑 따뜻한 밥도 주는데...

(이 나라는 어찌 된게 애 낳은 사람 밥 한 공기 안 주냐, 영국이 잘 산다더니 다 거짓말이라고..) 


급 내가 마치 가난한 나라의 굶은 아이처럼 찬 샌드위치를 우적우적 먹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먹어본 샌드위치 중에 단연 쵝오! 였다. ㅎㅎㅎ 

진통이 시작될 때 미역국을 싸서 올 것을 .. 올 것을.. 엄마는 연신 후회를 하시길래..

'엄마, 여기 사람들도 다 먹고 살아요.' 안심을 시켜드렸다. 

(그치만 난 내가 말하면서도 그게 망말인지 몰랐던 거다. ㅠㅠ) 

엄마는 아침에는 미역국을 먹어야 한다면서, 신랑과 집으로 가셨다. 

밥을 해서 보내겠노라고.. 




애를 낳고도 계속 분만실에 있으니, 

엄마는 왜 회복실로 옮기지 않느냐셔서 물어보니, 아직 아침 교대가 와서 회복실을 정리해야 

우리가 들어갈 수 있단다. . 


그러자 엄마, 

이 난로도 없는 추운데서 애 낳게 했으면 됐지, 

어째 애를 낳고도 따뜻한 곳으로 안보내냐고.. 또 눈시울을 붉히신다. 

엄마는 출산 내내 니트에 패딩 조끼를 내내 입고 계셨으니...

얇은 환자복 하나 덜렁 입은 내가 또 불쌍해 보이셨나 보다. 

엄마, 나 안추웠어요. 

잘 사는 나라가 히터도 하나 못 틀어주냐며... ㅎㅎㅎ




아침이 되니, 식당에서 사람이 나와 아침식사를 주문하란다. 

"뭐가 있어요?" 물을니,

"커피, 홍차, 핫초콜렛 있는데.." 그런다. 


핫초콜렛 달라고 했다.

그리고 같이 나온건 크와상. 

그래, 다 먹고 살긴 사는 구나. ㅠㅠ 

아침부터 군것질을 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 못 먹고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어디는 바게트빵 준다는데.. 부드러운 크와상이 어디냐.. 

감사하며 먹었다. 배도 고프고... 


밥을 먹고 그제사 회복실이 비었다며 분만실에서 회복실로 이동을 했다. 

내가 아가를 안고 휠체어에 타고 다시 장소를 이동해서 들어가니, 

다른 흑언니 두분이 먼저 계신다. 


각자의 침대 주변으로 커튼으로 막혀 있어 마치 하나의 방처럼 공간이 분리된다... 지만, 

역시 소리를 막을 수는 없으니, 언니들 목소리 라디오 처럼 듣고 있었다. (어찌나 말이 많으신지. ㅠㅠ) 

그 와중에서 천사같이 자고 있는 사랑이. 아직 청각이 발달 되지 않은 건가.. 

귀에 문제가 있는 건가 걱정될 정도. 


신랑이 드.디.어. 미역국과 밥을 가지고 와서 먹으니 속이 다 후련해진다. 




한숨 자고 일어났는데, 살짝 열려진 커튼으로 우리방을 슬쩍 보던 한 흑언니, 

나를 보고 웃는다. 신랑이 안고 있는 우리 사랑이 보며, 너무 이쁘다며 웃어준다. 


옆방 손님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아하니, 산모다. 


나는 아직도 환자복에 부축받아 일어나고, 어그적 걸음에 이불을 꽁꽁 덮고 앉아 있는데,

이 언니, 시원하게 샤워하시고 나와 머리 수건으로 말아 올리고 슬리퍼 직직 끌고 

나시입고 돌아다니신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출산후 찬물샤워의 포스란 말인가!!! ㅠㅠ (찬물인지 알 길이 없었으나..)

나랑 같이 입실 하신 언니 맞으신가요.. 

역시 흑언니..라 생각하며


비록 그날 날씨가 런던에 몇 안되는 해뜨고 따뜻한 날씨였다 하더라도, 

잠바까지 입고 온 우리 신랑 무색하게 하신다. 


그런 이야기 하니, 

엄마는 절!대! 샤워는 안된다 하신다. 

엄마.. 샤워할라고 서있을 힘도 없어요. 나... 


조금 있으니, 옆방 언니에 이어, 앞방 언니도 샤워하고 나오신다. 

걷는 모양이 그냥 면회온 사람 같잖아... 왜.... 

아이까지 한손으로 번쩍 안고 걸으신다. 

내 눈에는 수퍼우먼 처럼만 보이드라.. 


이래서 서양언니들 산후조리 필요없다 한것인가.

이 언니들은 애 낳고 커피 마시고 크와상에 나시입고 쌔근쌔근 자는 아기 안고 빅벤 뷰 즐기시니.. 

참으로 애 낳는게 낭만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ㅠㅠ 


점심으로는 라자냐와 초컬릿 푸딩 같은 거.. 

신랑이 드시고, 난 미역국과 밥. 엄마 손 표 김도 함께. 

애기 낳고 소금기 많은 음식 먹으면 붓기 잘 안빠진다고, 

냉냉한 미역국 먹었는데, 그것 마저 맛있어. . 




저녁이 되니, 멘붕이 다시왔다. 

8시 전까지 보호자는 집으로 가란다. 

이게 왠 천청벽력 같은 소리? 


나 하나 몸 가누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사랑이 모유 수유 이제 한두번 해봤는데, 

아가 들고 있는 것도 죽을 것 같은데... 

신랑이 집에 가면, 

난 애 혼자두고 화장실 가리? 

애 울면 어찌 들어 올리리? 

이 험난한 밤을 어찌 보내리? ㅠㅠ 

완전 멘붕이 오니, 신랑이 더 늦게 까지 버텨 봤지만, 

미드와이프 귀신같이 와서는 집에 가라고 쫓았다. 


그러고 나니 저녁 9시 부터 사랑이가 울기 시작하는데, 

당췌 달랠 길이 없다. 

말 그대로 젖먹던 힘까지 들여 애를 안고 있는데, 침대에 누워 애만 안고 있는다고 우는 애가 안우나.. 

경험도 없어 미드와이프 불러도 소용이 없어, 

아직 나오지는 않는 젖을 물려봐야 상처만 생겨, 아프기만 하고.. 

30분에 한번씩 물렸다 뺐다 물렸다 뺏다, (모유수유,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음. 이 이야기는 모유수유 편에서.. 다시.. )

다리는 아직 마취가 덜 풀려 맹한데, 수유한다고 자세를 바꾸느라 온 몸의 관절에 힘을 주니, 

하루만에 산후풍 다 들겠다 싶드라.. ㅠㅠ 


자정까지 전화로 떠들어 대는 옆집 흑언니의 목소리와, 

흑 소울을 감추지 못하는 앞집 흑언니의 틀어놓은 (신나는)음악소리, 

사랑이의 울음소리로 나는 뜬 눈을 감지 못하고 밤을 보냈다. 


아침이 오는 걸 보다가 결국 내 침대를 사랑이에게 내어주고, 

새벽에 의자에 앉아 일기를 쓰고 있는데, 지나가던 미드와이프가 나를 슬쩍 보더니, 

" 혹시 너 일하는 거 아니지? 어제 애기 낳았는데, 무리하며 일하지 말고 쉬어.."

그런다. 


뭐? 

쉬어?

지금 이 상황에 '쉬어?' 소리가 나오드냐!!!! 

지금 산모 쉬라고 보호자 다 집에 가라고 그랬드냐.. 



아침 일번으로 검사 나온 마드와이프에게 

"나 집에 언제가요? ㅠㅠ " 제일 먼저 물어봤다. 

오후 4시 퇴원. 


퇴원을 앞두고는 산모들과 남편들(보호자)을 불러 마지막 교육(?)을 하는데, 

앞으로 다가올 40일(6주)간의 산후조리에 관한 교육이란다.

회복실 층에 있는 리셉션 실 같은 곳으로 모이라 길래, 아가는 신랑에게 맡기고, 

나는 환자복에서 긴팔 원피스에, 캐시미어 가디건, 스카프까지 두르고, 수면양말 신고, 

단단히 쟁여서 갔는데, 쪽팔려서 다시 나올뻔. 

그냥 나시입고 애 안고 앉아서 이야기 듣고 있는 서양언니들 뒷모습 바라보며,

젤 뒤에 앉았다. 


그날 햇살이 좋아 창으로 따스한 햇볕이 들기는 했으나, 

공기가 따뜻하지 않았고, 더군다나 히터는 틀지도 않았는데 다들 반팔 일색이다. 

역시나 산후조리에 '따뜻한거 입고, 먹고, 찬거 피하라' 따위의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다. 

그럴 필요 없는 거다. 이 언니들.


근데 어서 주워들은 이야기로는, 

서양사람들도 산후풍이라는 것이 온다는데, 

나이들어 오니, 그게 산후풍인지 모른다는 설도 있다. 

그냥 '원인모를 아픔' 정도로 진통제로 해결한다는데...

나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믿기로 했다. 실제로 내 자신이 이렇게 연약하게 느껴진 때가 없었으니... 



산후조리의 첫째! 우울증을 조심하라. 

교육해 주는 미드와이프 선생님(?)께서 남편들에게 말하기를, 

아내가 이유없이 창가를 바라보면 눈물을 흘리고 있거든, 

왜왜, 왜 그래, 묻지 말고, 

마블아치(Marble Arch, 런던의 시내 지역) 에 있는 막스앤 스펜서(M&S)에 가서

가장 큰 초컬릿을 사서 장미꽃 12송이와 함께 말없이 가져다 주어라. 

만약 남편이 가져온 초컬릿이 크지 않거나, 장미꽃에서 1송이라도 부족하면, 

자기한테 전화하라는 유머와 함께.. 

작년에는 산후 우울증은 아니지만, 우울증 겪던 엄마가 아파트에서 애들 던진 사건 재판을 

뉴스에서 오래오래 본지라, 보통일은 아니라고 생각은 했었다. 

상담할 곳, 찾아갈 곳,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뭐 그런거 설명을 거창하게 했다. 


둘째는 산모의 몸 회복과 모유수유. 

모유수유가 얼마나 좋은지, 엄청나게 선전을 했다. 이거 못하는 사람 엄청 서럽겠네.. 하는 생각이.. 

근데 아무도 얼마나 힘든지는 이야기 안하드라.. 

모유수유 권장하는 팜플렛이니 그랬겠지만, 다들 알흠다운 모습.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ㅠㅠ) 

도움을 청할 곳, 물어 볼 곳 등을 알려줬다. 

그 이야기 들으면서 한손으로 아기 안고 모유수유 하는 엄마들 있었다!!! 

그땐 몰랐는데, 퇴원하고 바로 그 언니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느껴 버렸다.... 


셋째는 피임. 

6주 산후조리가 끝날 때까지, 성관계는 피해달라는 것. 

참 내... 

한숨만 나왔다. 

아.. 그러니까 그럴 수도 있는 건강한 사람들이 있다는 거겠지. 

머. 필요한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하고 들었지만, 

서양언니들 끝까지 대단하다는 생각만 하다가 나왔다. 

참고로, 여기서는 산후에 클리닉(Walk-in Clinic)가면 피임약(시술) 그냥 준다. 

물론 모유수유에 안전한 걸로. 



이 밖에 신생아 사망에 대한 위협과 가까운 주의사항을 전달 받은 후, 

퇴원을 했다. 

아.. 이거 산후조리에 대한 시간 맞았나? 문득 고개를 꺄우뚱. 



10달동안 가지고 다녔던 주황색 노트는 병원으로 반납이 되고, 

아이를 퇴원 시키려는데, 한 간호사. 나한테 카시트 있냐고 한다. 

'아니 없어.'

'그럼 어떻게 집에 가? 걸어가?' 묻는다. 

'아니 택시타고 갈건데? '

'그럼 카시트 없이 어떻게 택시타? '

'안고 타.' 그랬더니, 

'그럼 애기 죽을 수도 있어. '

이러고 있다..헐.. 

여튼 우리는 '죽을지도 모르는 험난한 위험을 무릅쓰고' 카시트 없이 택시타고 집에 왔다. 

(사실 하루된 신생아라도 카시트 없이 아가를 차에 태웠다가 걸리면 이나라에서는 벌금 엄청 먹는다는 사실..) 



- 말로만 듣던 서양여자들의 산후조리 (2) 퇴원 후 편- 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