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고 나서, 주변에 조언을 구할때가 마땅치 않을 때 카스나 카톡으로
친구들에게 육아에 대한 조언을 많이 구했었다.
한 친구가,
'모유수유.. .그거 그냥 되는 거 아니다. 준비해야 하고 공부많이 해야 한다.' 했을때,
'모유수유 성공기'라는 표현을 봤을 때,
도대체 뭐 그게 힘든거라고 '성공', '실패'라는 말을 쓰는 걸까 의아했다.
가볍게 정보를 찾아봤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12시간안에 아이에게 젖을 물려야 한다.
초유는 최고의 모유.. 꼭 먹여야 한다. 분유나 젖병은 피해라. 정도.
겪어보니,
생생한 경험담을 들어보지 못한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왜 내게 아무도
모유수유는 눈물나게 아픈일이다.
처음에는 찟기고 갈라져서 피도 나올 수 있다.
한달은 고생해야 한다.
젖이 잘 안돌면 아이도 고생이다.
젖몸살은 죽을 맛이다.
유선염에 걸릴 수도 있다.
유선이 막히면 정말 아프다.
젖이 차면 아이에게 물리거나 짜내야 안 아프다..
시간이 걸린다.
등등이 이야기를 해주지 않은 걸까...
하나씩 경험하고 당하면서 친구들에게 엄마에게 물어보고 네이버에게 물어보곤 했다.
모유 수유를 하는 산모는 항상 잘먹어야 하니,
애 낳고 당분간 다이어트는 금물이란다.
아이가 배고프다고 할때마다 젖을 물려야 하는데,
물린다고 젖이 항상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잘 먹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스스로를 잘 관리해야 모유도 잘 나온다는 사실...
하나님은 왜 출산도 여자가 하고, 모유수유도 여자가 하게 만드셨는지 암만해도
창조에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나는.
지금부터 나의 모유수유기를 공유해 보려고 한다.
아직 진행형인 이 모유수유기가 나 같은 엄마들과 그들의 파트너들, 주변인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시작.
모유수유를 원하면,
사랑이를 출산하고 12시간이 되기 전에 젖을 물려야 한다고 미드와이프가
내가 있는 회복실로 왔다.
캥거루 케어 처럼 나의 살과 아가의 살이 맞닿아 젖을 먹이는 것이 좋다하여,
기저귀만 채운 아이를 안아서 젖을 물렸다.
모유수유의 좋은 점 중에 하나는 역시나 엄마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안정감 있는 환경에서 아이가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
근데, 이게 나오는지 아닌지,
아가는 본능적으로 젖을 빠는데, 그 힘이 장사다.
뱃속에서 누구한테 배운 걸까.. 등에 있는 어깨죽지 뼈까지 아프다.
젖꼭지가 갈라지고 피가 났다.
아이가 피를 먹어도 되냐고 물으니, 이런건 괜찮다고 했다.
그 날 저녁 30분에 한번씩 사랑이에게 젖을 물렸지만,
역시나 젖은 나오지 않고,
아이는 배고파 울고,
나는 아파서 울었다.
모유를 먹일때는 분유나 젖병 수유는 모유 수유 실패의 원인이라는 이야기 때문에,
아이가 배고프다 울때마다 아픈 젖을 물렸다.
정말 죽을 맛이었다.
아이는 젖을 빨고, 나는 울었다.
3일은 빈젖이라도 빨려야 젖이 돈다고 했다.
출산 이틀째 되었을때 미드와이프가 집으로 와서는,
젖이 너무 아프면 처음에는 분유를 섞여 먹이는 방법도 괜찮다 했다.
어찌나 해방감이 느껴지든지... 그말이 그렇게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하루에 한번만 젖을 물리고,
계속 젖을 짜서 젖병에 먹이거나 분유를 먹였다.
그 한번 마저도 너무 아파서 먹일 때 마다 울었다.
모유 수유하는 사진은 어떻게 그리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일까,
그 땐 그거 만든 사람들이 다 위선자들이라고 생각했다.
친구에게 물으니,
한달은 참아야 한단다.
1주차.
몸의 회복도 느린데다가 젖까지 아프니 죽을 맛이었다.
살짝살짝 스치는 것만으로도 너무 아파서
2주는 옷도 입지 못하고 살았다.
방도 따뜻하지 않은데 이불도 덮지 못하니,
이미 어깨에 바람이 다 차는 것 같았다.
너무 답답해서 네이버에 물어보니,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근데 중요한 것은 이건 예방책이 없다는 것.
그냥 아프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다'는 것 말고는....
아가와 나의 건강체크를 위해서 클리닉에 가니
모유수유하는 자세를 알려줬다.
젖꼭지가 많이 아픈 이유는 물리는 자세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경우가 많다고 했다.
아가가 젖꼭지만 물고 빨면 아프다는 것.
유두를 크게 물고 빨아야 모유도 잘 나오고 엄마도 안 아프다는데..
그게 잘 안된다.
아이는 몸부림을 자주 치고,
결국 물리면 빼기도 어렵다.
그리고 무엇보다 뭘 해도 너무 아프다.
근데 자꾸 물렸다 뺐다 물렸다 뺏다 해보라고 하는데,
그 미드와이프 얼굴을 확! 긁어 버리고 싶었다..
....
그냥 다 하기 싫어졌다.
모유 안먹이고 그냥 분유 먹이고 싶었다.
한달이고 뭐고, 그냥 다 포기해 버리고 싶었다.
그래도 사랑이 얼굴을 보고 있으면,
최고로 좋은것 먹이고 최고로 좋은 것 입히고 싶은
본능적인 엄마맘이 올라왔다.
젖이 안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소젖보다는 사람졎이 낫지 않겠는가...
빨면 나온다는데... 내가 억지로 끊을 일을 아닌 것 같아
한달 참아보기로 한다.
2주차.
2주가 지나고 처음으로 윗도리를 입던 날,
마치 사람이 된 것 같았다. ㅠㅠ
그동안의 굴욕감이란...
여전히 아프기는 매한가지였지만, 그래도 하나씩 나아지는 걸 하나하나 생각하며 지내야,
곧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사랑이가 자고 일어나서 배고파하면,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엄마와 신랑은 나를 쳐다본다.
'분유 먹일까?' 내 눈치를 보며 물어본다.
나 역시, '분유 먹일까?' 머리속으로 생각해 본다.
그러나 무서워도 우선 젖을 물려야지... 생각하면 큰 심호흡을 한번 한다.
젖을 물리는게 공포로 다가오다니,
너를 먹이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일이 되다니...
나의 히스테리는 극에 달아
신랑도 엄마도 내 앞에서는 '애 배고파서 운다.' 소리를 못했다.
으레 아이가 울면 어르고 달래고 있으니,
가족들에게 미안한 맘, 고마운 맘, 무서운 맘, 복잡한 감정이 혼재했다.
3주차.
아직도 아프지만, 점점 양이 늘어서인지,
사랑이가 분유를 먹는 양이 줄었다.
처음 빨때는 여전히 너무 아프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좀 참을만 했다.
그러나 여전히 젖꼭지는 옷이 닿기만 해도 아프고,
아이가 다 빨고 나면 또 아팠다.
아빠가 한국에서 오셨다. 이런 분위기 잘 파악이 안되시는 우리 아빠,
어느날 아가는 한참을 먹고 놀구 있었는데, 인상을 쓰고 찡찡 대니, 금기의 말씀을 하셨다.
'얘, 애기 배고픈가 보다 젖 먹여라.'
...
왜 그말이 그렇게도 서럽게 들렸는지,
너무 속상해서 혼자 울었다.
이유도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냥 서러웠다.
나 너무 아픈데, 애기 먹는 것만 생각하는게 난 왜케 서러웠는지.
엄마가 되기는 내가 너무 이기적인가..
고통에 인내가 부족한가..
그게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말이라는 걸 아빠는 모르셨겠지...
그런 마음을 엄마한테 이야기를 하니, 엄마는 신랑에게,
'자기 친정아버지가 한 얘기때문에 저렇게 서러워 하면,
시 아버지가 얘기했었으면 집 나간다 그러겠네..' 하셨단다. ㅋㅋㅋ
4주차.
젖꼭지 크림(Nipple Cream)이라고 사 놓은 것을 발라도 소용이 없는 것 같아
네이버에 물어봤다.
라놀린 크림이랑 비판텐이라는 크림을 추천하길래,
더 강력하다는 비판텐 크림을 사서 바르기 시작했다.
조금 나아 가는 듯 했다.
그러나 여전히 너무 아프다. 도대체 나을 기미가 안보인다.
한달이나 참았는데 여전히 그러니, 그제 그만둬볼까 이야기를 하는데,
신랑은 '처음과 비교해봐, 장족의 발전이야.' 라고 말한다.
그러고도 '너무 아프면 그만 먹이자.'는데 그말에도 화가 난다.
먹여라고 해도 화가나고, 그만하자는데도 화가나고,
그냥 내가 화나면 무슨 이야기를 해도 화가나는 거고, 내가 기분이 좋은면 '대화'가 되는 거고. .ㅎㅎㅎ
이게 호르몬의 장난일까..
생각해보니 양도 많이 늘고,
하루에 물리는 시간도 많아졌다.
그래, 조금더 참아보기로 했다.
5주차.
이제 제법 분유보다는 모유를 잘 먹는다.
아직도 아프지만, 이젠 옷도 잘 입고 외출도 했다.
이제 나도 안정기로 들어서는가...
6주차.
양도 많아져서 사랑이가 먹을 시간이 되면 땅땅해 지면서 욱신욱신 아프지만
사랑이가 먹고나거나 짜고 나면 시원하다. 이런느낌이었구나..
양이 많아 진건 좋은데,
이걸 사랑이가 다 먹지 못하거나, 몸부림을 치며 먹으면,
다시 또 짜 내야하고, 아프기 까지 하다.
언젠가 부터, 한쪽 가슴이 다시 아프다.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왜 이러지..
나아지겠지.
7주차.
사랑이가 아픈쪽 젖을 물었는데,
처음 젖을 빠는 것 처럼 아파 눈물이 났다.
아.. 이 고통이 다시 시작되는 건가..
피도 보이고.. 이거 또 시간이 해결해 주는 건가... 낙담하는데,
신랑왈, 병원가봐.
하도 이 나라 방식에 익숙해서 왠만해선 병원도 안가는게 습관이 되었는지,
생각도 못했다.
병원에 갔더니, 피부에 염증이 생겼단다..
이건 또 뭔지..
우선 항생제 먹으면 낫는다고 하니..
그 와중에도 수유를 하는건 괜찮단다.
유축 해서 먹였다.
이거 오래가면 이제 모유수유와는 바이바이 할거라고 결심했다.
8주차.
항생제를 다 먹었는데도 아직 통증이 조금 남아있다.
다시 병원에 가 봐야 겠다.
그러는 와중에 다른쪽은 젖은 물리는 것이 익숙해 졌다.
조금 욱신거리는게 있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편해 질거야..' 하는 느낌이라는게 이런걸까.
드디어 느껴보는 것 같다.
그러나, 아직도 평온하지는 않다.
8주나 걸렸는데...
그렇지만, 이젠 8주나 아파온게 아까워서 모유 끝까지 먹일란다. 결심해본다.
역시나 분유 함께, 아직 먹고 있다.
이제는 귀도 제법 두꺼워져서 남들이 뭐라든, 내 방식대로 밀어 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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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위스퍼러'라는 책에서 트레이시 호그는 모유수유는 온전히 엄마가 선택할 일이라고 했다.
아무도 엄마에게 먹여라 말어라 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선택은 엄마가, 주변사람들은 그 엄마의 선택을 지지해 주어야 한다고 했다.
이기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어느정도 그렇다.
그러나 한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모유 수유, 혼자하는 일이 아니다.
엄마는 젖을 생산하는 사람이지만,
건강하게 태어나서 힘차게 젖을 빠는 아가도 필요하고,
엄마가 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이겨낼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해주고 도와주는 주변사람의 몫도 중요하다.
아가가 힘이 없어 젖을 힘있게 빨지 못하거나, 먹지 못한다면,
이 고통의 배로 마음의 고통이 올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아프면서도 감사한 복잡 미묘한 감정이 밀려든다.
또,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민감하다. 이 문제.
아이가 분유를 먹고 있는 걸 보면 난, 왠지 모를 죄책감이 밀려든다.
마치 좋은것을 감춰두고 좋지 않은 것을 아이에게 주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어떤때는 내가 모유를 먹이기 싫어서 분유를 먹이는 것도 아닌데,
때로는 아파서 피하는 것 조차, 먹이기 싫은 느낌과 교차해서 그런지 죄책감은 커져만 간다.
누가 뭐라하지 않아도 마음아픈데, 누군가 '아파도 먹이는게 엄마 아니냐?'는 말을 할까봐
조마조마하다... 혹여라도 그런 말을 하면,
그 사람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다. 누가 모르냐말이다..
마치 아이의 밥공장으로 전락해 버린 것 같은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밥공장이 아이에게는 그 인생에 전부라는 걸 알면서도,
밥공장 되는 것이 얼마나 가치로운 존재라는 것을 알면서도,
때때로 서럽고 슬픈날이 많다.
모유수유, 하느냐 안하느냐의 결정은 단순한 결정이 아니라,
엄마들은 상당히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일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실제로 모유는 뭔가를 잘 먹어서 영양분을 섭취하느냐 하는 것보다,
우리 몸의 모유를 공급하라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을 자극해 주는 것이
모유를 잘 나오게 하는데 더 많은 영향을 준단다.
물론 밥도 잘 먹어야 하지만,
아무리 잘 먹어도 이 호르몬이 작용이 안하면, 먹은건 모유로 나오는게 아니라 살로 간다는 말.
그러니,
아이를 먹이는 건 엄마일지 모르나,
그 엄마의 호르몬을 잘 조절해 주는 건, 주변사람,
특히 가장 가까운 남편이 아닐까..
오늘도 요리하는 신랑에게 구호처럼 말한다.
"나는 사랑이를 먹이고,
당신은 나를 먹이고...
사랑이의 포만감 가득한 웃음은 당신의 마음을 먹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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