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도 카톡이 울린다.
엄마다.
'우리 사랑이, 자니, 우니, 노니' 하신다.
'자요'
.
.
.
아이를 낳으면서 엄마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다.
그 위대함은 아이를 낳았기 때문만이 아니다.
부모란 자식에 대한 끝없는 사랑에도 부족함을 느끼는 사람들임을,
자식이 가진 고통은 자신의 고통처럼 느끼는 사람들임을,
깨닫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산후조리를 위해서 엄마가 오실 건지 시어머님이 오실건지 이야기를 할때,
엄마는 오시지 않겠다고 했다.
당연히 시어머님이 오셔서 먼저 아들 손주 보셔야지, 당신이 오시는 건 아니다고 하시는 거다.
시어머님이 일을 하고 계시는 상황인데다가,
산후조리면 나랑 24시간 같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엄마가 편할 듯 싶어
엄마가 오시라고 간곡히 졸랐다. ㅎㅎ
그렇게 엄마는 영국에 도착하시자 마자,
"며느리 애 낳는 건 봐도, 딸이 애낳는건 못본다는데.."
걱정이 태산이셨다.
불러오는 배를 보면,
"사랑이가 언젠가 나오기는 나와야 할 텐데, 내가 그걸 어떻게 보나 걱정이다." 하셨다.
남편만 들어올 수 있는 분만실인 줄 알았는데,
엄마도 들어올 수 있다는 말에, 오히려 더 걱정이셨던 엄마.
아니나 다를까,
진통이 오면 나보다 먼저 엄마가 우셨다.
분만실에 엄마를 부르는 것은 불효라는 사실을 늦게서 깨달았다.
난 왜 그랬을까.
나중에 엄마는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딸 보내서 손주보는 줄 알았다'며 많이 우셨단다.
진통으로 정신이 없어서 나는 주변을 돌볼 경황이 없었지만,
나 때문에 눈물을 훔치고 앉아계신 엄마를 바라본 신랑은 내게 장모님이 고생 많으셨다 이야기를 전했다.
사랑이가 태어나던 순간에도 나는 엉엉 울고, 엄마도 스물일곱시간 나의 고통이 마치 당신의 것인양 우셨다.
엄마는 자식을 셋이나 낳아 키우셨으면서도,
나의 한번의 출산이 당신의 셋보다 더 힘든 것처럼 말씀하셨다.
이틀을 꼬박 한숨도 못 주무셨어도,
엄마는 불이나케 집으로 달려가 미역국을 끓여 병원으로 보내셨다.
집에 도착했을 때도 깨끗하게 정돈된 방과 내 침대,
음식냄새에, 엄마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하루 6끼식 먹어대는 산모 밥해주기,
호르몬 때문에 매일 같이 짜증내는 딸의 언성 받아주기,
젖마사지 해주기,
하루에 두번 좌욕물 봐주기,
손주 얼르고 달래 재우기,
사위 청소 돕기,
요리 등등 ....
엄마가 없었으면 난 어떻게 이 시간을 견뎠을지 상상 조차 하기 힘들다.
유독 회복이 느렸던 나는
아프다고 침대에 누워서 자주 울었다.
그럴때면 엄마는 조용히 방에서 나가셨다.
내 우는 소리가 듣기 싫은가 했는데,
나중에 보니, 엄마는 옆방에서 눈물 훔치며 아빠한테 전화 하셨드란다.
딸앞에서 약한 모습 보이지 않으시려던 엄마가 내 가슴을 메이게 했다.
엄마는 줄곧,
'엄마는 괜찮아'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엄마가 할께, 넌 쉬어.'
하셨다.
초저녁에 소파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계시다가도,
사랑이가 한번 끙끙 소리를 내면 내가 무거운 아이를 안으면 안된다고,
벌떡 일어나 아기를 안으셨다.
시험을 코앞에 두고 있는 사위 피곤하다며,
새벽에도 사랑이 우는 소리에 달려오셨다.
괜찮다.. 말씀 드려도, 엄마는 그게 당신이 할 일이라고 하셨다.
'너 고생하는 걸 보느니, 내가 고생하는게 낫다.' 하셨다.
나도 그런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또 한번 마음이 먹먹해 진다.
.
.
.
어느날 엄마는 사랑이를 물끄러미 보시드니,
'너 내 딸 아프게 하고 나왔으니까, 엄마 속썩이면 할머니한테 혼날줄 알어.' 하신다.
엄마는 외손주가 밉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한국에 도착하신 날부터 매일 같이 카톡이시다.
오늘도 사랑이는 얼마나 컷는지,
병원은 다녀왔는지,
만삭부터 출산까지 함께 본 엄마는 외손주 사랑이 남다르신듯 하다.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린다고 매일 같이 사진 보내라 하신다.
애들은 하루하루 크는게 다르다며, 똑같은 사진을 보고도,
우리 사랑이는 표정도 많네, 다른애들보다 크네, 잘 웃네 하신다.
팔불출 할머니다.
이 은혜를 갚으려면,
나... 딸을 낳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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