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telling the stories

제이미 올리버, 먹거리에 시비걸다.

yyva 2011. 5. 20. 19:15


제이미 올리버.
요리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이름만 들어도, '아~~' 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의 요리는 가식이 없다. 쉽다. 그리고 즐겁다.

처음 제이미의 요리프로그램을 접하게 된 건 호주 유학 시절이었다.
왠 청년이 장을 보는 장면이 나오길래, 드라마로 착각을 하고 봤던 기억이 난다.
계속 보고 있자니 요리 프로그램이다. 아무리 맛있는 것도 혼자 먹으면 맛이 없다고 했나,, ...
그의 요리 프로그램의 마지막은 꼭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방문해 함께 식사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물론 그날 제이미가 한 요리들을 말이다.

책에 소개된 제이미의 두 아이들


판타스틱(Fantastic!), 브릴리언트(Brilliant!)를 외쳐가며, 특유의 영국식 발음으로 요리를 설명한다.  
앞치마도 두르지 않은 더벅머리 청년이 청바지에 빈티지 스러운 옷차림으로 나와서
허브를 뜯고, 소금을 뿌리고, 올리브 유를 두르는 모습이 결코 익숙해 보이지는 않은데, 구수하기 그지 없다.
짧은 손톱의 뚱뚱한 손가락이 나름 위생적으로 보이지만, 입으로 손가락을 빠는 일을 서슴치 않는다. ㅋ
가끔 손에 묻은 소금이나 허브들은 바지에 툴툴 털어 낸다.

깨끗한 앞치마를 두르고, 머리에는 셰프들만 쓰는 권위의 모자를 쓴 요리사는 온데간데 없고,
삼촌 혹은 오빠가, 아빠가 요리를 해 주는 분위기를 연출해 낸다.


그는 쉬운 요리를 주장한다.
요리가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 누구나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전해주려고 부단히 애쓴다.
그래서 그의 요리에 들어가는 감자나 당근 등 많은 재료들이 예쁘게 썰려있지 않다. 단지 먹음직 스럽다.
"이렇게 썰어서 그냥 털어 넣으시면 돼요. 걱정할 게 없어요. 맛은 똑같으니까요."
하는 그를 보며, 특별한 날만 앞치마를 두르는 아빠들의 모습이 아니라,  
요리가 일상으로 여겨지는 남자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최근 TV 프로그램과 함께 출판된 제이미의 30분 요리(Jamies's 30 minute meals)그의 대표작 중에 하나다.



그는 냉동식품을 거부한다.
우리도 요리를 할 수 있고, 냉동식품을 녹이는 시간이면 요리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그는 'Jamie's Food Revolution' 이라는 프로젝트로 요즘 늘어나고 있는 아동 비만, 당뇨를 문제 삼았다.
아이들에게 더 건강한 음식, 더 맛있는 음식을 더 쉽게 집에서 할 수 있는데, 왜 우리는 냉동식품들에,
혹은 패스트 푸드에 얽매여 사느냐고 반박한다.


그는 자연에서 나는, 자연스럽고 건강한 음식 재료를 주장한다.
제이미는 지금 푸드 활동가로도 유명하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공산품처럼, 알에서 깨어난 병아리들이 닭장속에 갇혀 평생을 살다가 양계장에서 찍어내듯 나오는 저렴한 공산품 닭들의 생산과정을 무대에 올렸다. 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적시게 했던 쇼였다. 물론 오가닉 제품들의 가격을 생각하면,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그의 말에 반발을 가질 수도 있었겠지만, 노력이라는게 있지 않은가..


요즘은 영국인들의 생선먹는 습관들을 문제삼으며, 다른 요리사들과 함께 소비자 운동도 벌인다 (The Big Fish Fight). 요즘 영국에서는 가시를 발라먹기 힘들어서 영국인들이 먹기를 꺼려하는 꽁치나 고등어, 가자미등이 다른 대구(피시앤 칩스에 주로 이용되는 생선) 같은 생선들과 같이 잡히면, 배에 올려두었다가, 그물을 정리하면서 죽은 상태로 다시 바다에 던져진다. 제이미는 이점을  지적하면서, 우리가 이런 맛있는 생선들을 버림과 동시에, 바다도 오염되고 우리는 맛있는 생선을 맛보지 못함을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그는 어떻게 하면, 가시를 잘 발라 맛있는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는지, 직접 생선을 잡는 배에 가서 갓잡은 생선으로 요리를 해준다. 동양인들의 생선먹는 습관을 칭찬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그는 소비자들에게 말한다. "어부들은 팔리는 생선만 잡습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시장을 바꿀 수 있습니다. 수퍼에 가면, 고등어가 없다구요? 그럼 고등어 달라고 매일 같이 가서 말씀해 보십시요. 그런 소비자들이 둘이 되고 셋이되면, 어부들은 고등어를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제이미의 트위터



그는 음식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독특한 요리사에서 사회활동가로서 이름을 내기 시작한 것은 피프틴(Fifteen)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부터이다.

구글 지도에 N1 7LP를 쳐보세요.

 
학교나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청소년 15명을 모아 그들에게 요리를 가르치고 훈련해서 결국 피프틴이라는 레스토랑을 낸다. 매년 15명씩 훈련받은 아이들은 호텔이나 식당에 셰프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된다. 그렇게 2002년 설립된 피프틴 파운데이션은 사회 소외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사회적 기업의 좋은 예로 손꼽히고 있다. 지금 피프틴 레스토랑은 제이미의 이탈리안(Jamie's Italian; 구글 지도에 WC2H 9 를 쳐보세요!)과 함께 런던의 관광명소, 맛집으로 손꼽혀, 수많은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중학교를 중퇴했던 자신의 경험을 되새기며, 학생들에게 얼마나 교육이 중요한지를 깨닫고, 그는 '제이미의 드림스쿨'이라는 프로그램을 또 런칭했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퇴학을 당한 혹은 퇴학을 한 아이들을 데리고, 대안 교육의 모습을 찾아가는 그의 도전에 관심이 쏠린다.

그런 그의 활동에 많은 칭찬과 함께 비평도 쏟아지지만, 그는 그의 활동영역을 넓히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음식이 맛없다는 소문때문에, 영국인들에게 "sorry for the food" 라는 말이 붙을 정도인 나라에서 요리의 대중화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그의 노력은 높이 평가될만 하다.

예전에는 영국의 자연이 너무 깨끗해서 소고기 스테이크나 돼지들의 맛이 너무 좋아 소금과 후추면 소스가 필요 없을 정도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영국 음식들은 소스보다는 허브, 감자, 소고기, 돼지고기 식 재료들이 유명하다. 제이미의 요리도 올리브유와 소금, 후추가 그 주인공이다. 좋은 식재료로 간단하게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어쩌면 영국 고유의 요리법이 맛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강하고 자극적인 것에 익숙해져 버린 우리 입맛이 영국의 음식을 맛없는 것으로 치부해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금 생각하도록 한다.

제이미 올리버


제이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보고 싶으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