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telling the stories

미드와이프의 손.

yyva 2013. 2. 19. 23:54

영국에서 미드와이프(산파 혹은 산부인과 간호사 정도로 해석될 수 있겠다.)와의 만남은 

셀레고도 즐거운 일이다. 간혹 내 몸에 이상이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나는 이 사람과의 만남이 좋다. 


아이에 대한 새로운 소식을 들을 수 있고, 

나의 걱정을 상담할 수도 있고, 

아이의 심장소리도 들려준다. 

피검사 소변검사도 하고, 

건강사항들을 체크한다. 


한국에서 산부인과에 가면 하는 것들보다 못한 것들이 많지만, 

의사를 만나는 기분과는 사뭇 다르다. 

12주에 처음 미드와이프를 만나고, 첫 초음파를 찍고 검사를 한다. 

16주에 다시 미드와이프와 상담을 한다. (미드와이프는 여러가지 상담을 해준다.)

20주가 되면 정밀 초음파를 찍고,

24주가 되면 미드와이프를 만나 정기검진을 한다. 

이때부터는 특별한 이상이 없는 한 더이상 의사를 만날일도, 

초음파를 찍을 일도 없어진다. 그냥 주기적으로 미드와이프만 만나 작은 검사들을 한다. 


처음만난 미드와이프를 제외하고는 

매 4주 나는 같은 미드와이프를 만나고 있다. 

(28주부터는 3주에 한번)

팀 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한 팀이 나를 모니터링 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해도 내겐 모든 나의 기록과 검사들이 프리트된 책이 있다.) 

왠만해서는 항상 같은 미드와이프를 만난다. 



12주 미드와이프 상담시 제공되는 책. 

모든 나의 건강기록이 담긴다. 



내게 배정된 NHS 소속 메디컬 센터는 버스로 5분 거리에 있다. 

(내가 가고 싶다고 아무데나 갈수 없다. 역시 돈이 있으면 머 아무데나 갈 수 있다만.. ㅎㅎ

NHS에서 제공하는 무료 진료를 받으려면 어쩔수 없다.)

지역이름을 보니, 스톡웰(Stockwell).

런던좀 살았다는 사람들이 들으면, 

"어째... 그 동네 괜찮겠어?" 라고 물어보는 동네다. 

자주 가보지도 않았을 뿐더러, 

갈 일도 없는 동네에 있는 메디컬 센터라... 


내가 등록된 GP(일반병원)는 신식 아파트에 새로생긴 곳이라 

상상했던 NHS 서비스와는 사뭇 다른, '매우'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이 메디컬 센터에는 미드와이프가 없다. ㅠㅠ 

그래서 배정된 곳이 이 스톡웰. 

첫날 지도를 보고 찾아가는데, 

이건 머.. 좀 무섭다. 

사람 차별 하면 안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무섭게 생긴 사람들보고 안 그럴려고 노력하는 건 차별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가는데

동네가 스산하다. 

사람들도 뭔가 우울해 보이고,

내 기분이 우울했는지...

지금은 배 속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무의식 적으로 잊은채 빨리 걸었다. 


주소를 찾아 가는데, 왜케 안보이는지.. 

사람은 더 안보이고, 이동네 왠지 걱정된다. 

앞으로 수 주 동안, 내가 사랑이를 만나게 될때 까지 항상 찾아와야 하는 곳인데,

참 내... 

속으로 한숨을 쉰다. 


아이폰 주소에 찍힌 곳에 도착했는데,

메디컬 센터가 없다. ㅠㅠ 

멍미. 


혹시나 싶어 큰길을 건너가 코너를 돌으니, 

그 속에 들어있다. 

근데 머 이거 건물이 느므느므 이쁘다. 

이런 동네에 메디컬 센터만 좋구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큰길이 큰 역할을 한다. 

길 하나로 동네 분위기가 다르다. 



스프링필드 메티컬 센터



알고보니, 내가 길을 돌아돌아 왔다. 

다른 버스 노선이 있었는데.. 그거 타고 오면 5분, 

내가 그날 타고 온건 15분도 넘엇다. 

여튼 다시한번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메디컬 센터로 들어가 

미드와이프를 만났다. 



그녀는 50대 초반의 똑 소리 날 것 같은 아줌마. 

키는 좀 작지만, 목소리는 랑랑하다. 

맘마미아에 메릴 스트립 친구, 요리책을 쓴 그 친구를 좀 닮았다. 



Rosie


메디컬 센터에 들어가면 내 차례를 기다리면서 

소변을 작은 병에 담는다.

소변 검사용이다. 

미드와이프를 만나면, 그 소변으로 소변검사를 한다.

피를 뽑아 혈액 검사를 하고, 

혈압을 잰다.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고, 

나를 침대에 눕힌뒤 사랑이의 심장소리를 들려준다. 

박동수를 세어 정상인지 확인한다. 

그리고 줄자를 가지고 내 배의 사이즈를 잰다. 


가장 재미있는 파트는 

미드와이프가 내 배를 만지작 하는 것. 

미드와이프는 자기 손을 따뜻하게 뎁히려고 부지런히 손을 비빈 후에,

내 배를 여기저기 국국 눌러본다. 

여기저기 주물닥 주물닥 하면서

"아기 머리가 여기 있고, 등뼈는 이쪽이예요. 팔다리가 이쪽이니까, 

움직임이 여기서 많이 느껴질거예요."

이야기를 해준다. 


처음에는, 

이거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정말? 정말? 하는 생각이 머리속에 가득.

나는 초음파로 보고 싶다고.... 

여튼 우리 아가는 매번 갈때마다 머리가 아래로 잘 내려와 있다니.. 다행이다. 


어느날, 나는 배의 크기가 너무 작은 것 같다, 혹은 너무 큰 것 같다. 

내가 남들보다 증상이 이런것 같다, 저런 것 같다 걱정을 늘어놓았다. 

나의 미드와이프께서는 약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이렇게 이야기 하드라.

" 절대 (never)!!! 남들이랑 비교하지 마세요!

아이는 사람마다 다르고, 

아이마다 달라서, 

같은 엄마에게서 나오는 아이라도 증상이 첫째 둘째 다 다르고, 

너가 보는 사람마다 다 그 주 수가 다르고,

체질이 다른데, 크기니 증상이 어떻게 다 같을 수가 있어요!!" 


나는 그렇게 자신있게 이야기 하는 우리 미드와이프가 좋다.

항상 확신에 가득차있다.

처음에는 나를 혼내는 것 같은 그 말투에 주눅 마저 들뻔했다.

그런데, 마치 욕쟁이 아줌마에 대한 요상항 마력이 있는 것 처럼, 

이 미드와이프의 손길과 말투에는 투박하면서도 요상한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요소들이 있다. 


신기하다. 


몇번 안면을 비추니, 

이제는 아 아줌마 자주 웃어주고 농담도 건넨다. 

내가 뭘 물어보면 여전히 혼내듯이 대답해 주지만, 

난 그 그 대답이 얼마나 날 속 시원하게 해주는지 모른다. 


그녀의 자신있는 손길도,

전문가의 손길로 느껴져 신임마저 생긴다. 

저사람이 내가 분만할때 있어주면 좋겠다.. 고 항상 생각한다. 

내가 그런걸 물어 볼때마다 자기는 365일 24시간 대기이기 때문에,

자기 건강상 문제가 있지 않는 경우는, 

꼭 자기가 올거라고 이야기해 준다. 그러길바란다. 


선진국이라고 최신식 기계가 발달하고 

선진기술이 있는 곳이 아니다. 

어쩌면 1800년대 말, 산업혁명을 고지게 겪고 지나간 영국 사람들은, 

어쩌면 사람들의 손길이, 혹은 아날로그적 인간미가 느껴지는 것들에 더 집착하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아침뉴스에는 아시아에서는 점점 모유수유률이 낮아지는데, 

유럽은 점점 높아진다는 이야기를 하드라. 


물론 예산이 적어서 모든 메디컬 센터에 초음파기를 설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만,

미드와이프의 손으로 아이의 상태를 검사하는 이 최첨단 시대의 '믿음' 진료는

어쩌면 더 전통적인 것을 고수하는 성향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처음에는 초음파로 아이를 확인 할 수 없던 이 상황이 걱정되고 떨리기만 했는데, 

요즘은 미드와이프의 손이 요상한 믿음을 준다. 

마치 조선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