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는 요즘 아이가 백일해(Whooping Cough)로 사망까진 하는 경우가 증가했다고 한다.
백일해로 아이가 죽는 경우는 아주 옛날 옛적 이야기였다고 하는데,
최근 10년간 사망수가 늘어났다는 보도가 돌면서,
임산부들이 28주가 되면 백일해 예방 주사(Whooping Cough vaccination)를 맞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물론 무료. 자기가 속한 메디컬 센터에 연락해서 간호사랑 약속을 잡으면,
주사 한방.
나는 GP랑 약속을 잡아야 하는 줄 알고 3주나 늦게 예방주사를 맞았는데,
늦어도 상관없겠지.. 했는데, 원래는 28주에 맞아야 가장 면역효과가 좋단다.
혹시 영국에 계시는 분들이거든, 꼭 찾아서 맞으시길. .. 제때에.
신생아들은 면역력이 너무 낮아서,
예약 주사마저 효과가 없을 수 있으니,
엄마가 아이를 품고 있을때 미리 맞는 거란다.
역시 할일이 많다.
준비를 하는 것이 그 효과가 얼마나 있느냐..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할 사람들이 있으리라.
그렇지만, 효과를 기대하기 전에, 우선 준비를 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얼마나 안정감을 주는지 모른다.
특히, 임산부의 경우는 더욱 그러지 않을까.
간혹 준비한답시고, 분만 하는 비디오 너무 많이 보면 토나오긴 하지만 말이다. ㅠㅠ
임신 32주가 넘어서면 NHS(국가건강보험)에서 실시하는 임산부 클라스(Antenatal Class)를 수강할 수 있게 된다.
대부분의 미드와이프 들은 이 강좌들을 듣기를 추천하는데,
사설 기관에서 들으면 최소 수십에서 수백파운드에 이르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물론 시설도, 시간도 더 좋고 길지 않을까 싶다.
난 그냥 무료로 간다. ㅎㅎㅎ
모든 수업을 다 들으면 4주.
1) 분만 1
2) 분만 2
3) 모유수유
4) 부모되기
32주부터 시작하는데 보통 25주부터 신청해 두어야 한다고 경고한다.
워낙 사람이 많으니, 미리 하지 않으면 들을 수 없거나,
너무 만삭이 되어서 들어야 할 지도 모른단다.
나는 30주가 되어서야 신청했는데,
다행히 31주부터 들을 수 있었다.
부부가 학생이라는 장점을 이용해서,
오전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참석을 할 수 있었다.
첫 두주 수업은 분만에 관한 수업.
첫 수업에 가니, 남자반 배부른 여자 반이다.
오전수업이라 남자는 자기 하나일 거라며 우리 신랑 쫌 멋쩍어 했는데, 다행이다. ^^
여긴 백수가 많은 건지 일하는 시간이 유동적인지... 물어보지 않았다.
한 15명 정도가 둥그렇게 앉아 수업을 진행한다.
선생님은 미드와이프. 수업듣는 학생들은 출산 대기자들이다.
역시 영국식인가...
선생과 학생은 서로 바라보지 않는다. 앉아있으면 내 눈앞에는 다른 학생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선생님은 돌아 다니면서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자기 소개를 하고, 이 수업에서 출산에 대해 무엇을 기대하는지 이야기를 나누도록 권고 받는다.
첫 시간이라 미드와이프는 우리가 알고 싶어하는 것 위주로 두 주의 '분만' 세미나를 꾸며가겠다고 했다.
우리 커플과 팀이 된 다른 커플은 영국인 커플.
부인은 스코틀랜드 출신인지, 발음을 알아 들을 수 없다며, 우리 신랑은 또 영어가지고 고민이시다.
소그룹으로 이야기를 나누면, 항상 마지막에는 돌아가면서
팀의 대표로 누군가 이야기를 추려서 이야기하는 형식.
영국에서 학교를 다니지 않았으면, 발표에 알러지 있는 전형적인 한국인으로서 난 엄청 당황했을 노릇이었지만,
다행히 1년 고된 학교경험이 이 시간을 즐겁게 해주었다.
우리팀의 관심사는 분만의 고통을 어떻게 줄일까...
(대부분의 산모들의 관심사.. ㅋㅋ)
미드와이프는 처음 분만의 증상을 설명해 준다.
영국에서 받게 되는 주황색 책에는 기본적인 출산과 분만에 대한 정보들이 다 제공되어 있다.
그걸 위주로 설명해 준다.
양수가 터지면 바로 진통이 시작되고 아이가 나온다.
그러나 사람마다 다 증상이 다르고 과정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등등.
미드와이프는 커다란 주머니 하나를 가지고 와서
임산부들에게 하나씩 꺼내라고 한다.
그 속에서 나오는 물건과 우리가 준비해야할 '분만'에 대해서 하나씩 풀어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기억나는 대로 이야기 해 보자면,)
물
분만을 할때는 입이 마를 수 있으니, 준비해야 할 것.
특히 에어(다음 포스팅에 설명하겠지만, 영국에서 무통주사와 같은 역할을 하느 가스)를 마시게 되면,
더욱 입이 말라 꼭 준비해야 하는 필수품.
영수증 및 공과금 고지서
우리가 분만을 준비할때 미리 정리해 두어야 하는 것들.
아기가 나오는 중요한 순간에 그런 것들 때문에 수수료를 많이 물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억울할것.
(참고로, 영국은 하루 이틀 공과금 밀리면 수수료 장난아님. ㅠㅠ)
(내가 집어 들은) 음악 씨디
분만을 하는 장소는 다 다르지만,
대개 음악과 같은 산모를 진정시키고, 긴장을 완화 시키는 것들을 할 수 있다.
음악을 트는 것도, 신랑과 춤을 추는 것도, 침을 놓을 수 있는 사람을 데려온다면 침을 맞는 것도 괜찮단다.
인형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물건이라면 가지고 와서 분만을 할때 주변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도 좋다한다.
책
시간이 남는다면 책을 봐도 좋고, 자기가 관심 가지고 있는 것들을 가지고 와서
고통에 집중되어 있는 생각이나 관심을 분산시키는 방법.
(나는 결코 책에는 관심이 집중되지 않을 듯. ㅠㅠ)
마사지 오일
신랑이나 출산 파트너가 함께 오는 것은 산모에게 좋은 영향.
특히 마사지를 해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
한참 산통이 시작되면 마사지가 좋은 효과가 있다는데.. 글쎄.. 요거 의심. .
우리나라가는 아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회음부를 칼로 베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다는데,
여기서는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그렇게 하지 않는단다.
그래서 34주부터는 회음부 마사지를 하라고 가르쳐 주는데, 그렇게 하면 유연성이 생겨서
굳지 베지 않아도 아이가 태어나는데 문제가 없다(80%효과)는 연구 결과를 알려주더라.
음식(High energy food)
초기 진통이 시작되면 먹어 두란다.
힘줄때 필요하다고. 본격적으로 진통이 시작되면 소화도 안되고 먹을 수도 없는데,
힘은 있는대로 주니까, 미리미리 에너지 충전해 두어야 한다고.
등등.. .
분만과 무슨 상관?
이라고 생각했지만, 오로지 아이를 낳는 것에만 신경쓰는 것보다,
아이가 나오는 환경, 엄마의 자세, 아빠의 역할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자질 구레한 개인적인 일들까지
미리미리 준비하면 당황할일 없고 부부싸움할일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참 좋은 지적 같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병원이나 산후조리원에서 다 해주는게 아니라 내가 다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필요한 듯 싶었다.
출산시 유용한 포즈들도 알려준다.
호흡과 함께.
호흡은 뭐. 별다른거 없고, 깊게 들이쉬고 천천히 오래 내쉬는거.
여러가지 포즈가 흥미로웠다.
짐볼을 두고 엎드려서 혹은 앉아서 진통을 줄이고 분만을 촉진시키는 것,
계단 오르락 내리락,
의자를 등받이를 앞으로 해서 앉아 있는것 (골반을 넓히는 효과),
문 고리를 양쪽으로 잡고 양옆으로 흔들면서 골반을 스윙하듯이 움직이는 것 등등. ..
이때 미드와이프가 주의를 주는 것은,
모든 것이 튼튼한지 꼭!! 확인을 해야 한단다.
사람들이 임산부들이 고통을 느낄때 얼마나 힘이 센지를 간과한 나머지,
부실한 병원의 시설들이 몇군데 부서진 이야기를 해 주었다. ㅋㅋ
내가 아이를 낳게되는 세이트 토마스 병원에 분만실에서 생긴일이란다.
요즘은 중력을 이용해 아이를 분만하는 것이 산모에게도 좋다 하여,
침대에 눕지않고, 벽을 잡고 혹은 침대의 모서리를 잡고 서서 낳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천정에 줄을 매달아 산모가 그 줄을 잡고 서서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했는데,
한 산모가 아이를 낳으면서 줄을 잡아 당겼는데, 천정이 통째로 무너졌단다.
줄만 빠진 것도 아니고.... ㅠㅠ (산모 얼마나 놀았을꼬..)
다시 공사를 했다는데,
그 이야기를 하면서 미드와이프가 그러더라,
문고리로 스윙하는 거 할때는 꼭 문이 제대로 달려있는지, 못질이 잘 되어 있는지 확인 해야 한다고.
아니면 왠만해서는 그거 하지 말라고 .ㅋㅋㅋ
얼마나 힘이 세지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못하나도 잘 빼지도 못하는 여자들이 수두룩 한데, (난 그런 사람이 아니니 더욱더)
갑자기 무서움이 엄습해 왔다. ㅠㅠ
이러다 다 부수는거 아냐..
신랑들 머리카락 잡아 뽑는다는 이야기도 거짓말을 아니겠군..
신랑 머리 숱많아 다행이다... 속으로만 생각했다. 이거 말로 하면 우리 신랑 기절하겠지.
여러가지 포즈를 취하는 모델로 우리 신랑 발탁.
어정쩡한 포즈 보여주시는데, 가끔 미드와이프 말 못알아 들어서 이상한 포즈 하고 계신다.
ㅋㅋㅋ 큰 웃음 주니 그대로 만족.
이미 책으로 몇번을 봤음에도 사람한테 들으니 더 생동감 있고 긴장된다.
2시간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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