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친지, 친구들이 없는 타지에서 임신을 하는 경우,
장점은,
해라, 하지마라는 섣부른 훈수를 듣지 않아도 된다는 것.
가끔은 자신의 경험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양,
모든 현상이 타인에게도 적용될 듯이 '강요'하는 소리를 듣기도 하는데,
그런 것들이 free(없는)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단점은,
그런 소리를 너무 듣지 못하는 나머지,
책이나 인터넷에 떠도는 (신빙성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후기들을) 이야기들을 보면서
더 혼란스러워야 한다는 점.
함부로 행동하기도 한다는 점.
누가 훈수라도 두어줘... ㅠㅠ
언젠가 찬바닥에 앉으면서,
가끔은 엄마의 잔소리를 상상해 봤다.
'분명히 내가 이러는 걸 봤으면 이런데 앉지 말라고 하셨겠지?' 그러면서,
그냥 철푸덕 앉는 순간,
내맘대로 하니 좋을 것도 잠시, 엄마의 그 잔소리라도, 그 목소리가 듣고 싶어지기도 했다.
임신초기에는 이거 먹어도 될까, 안될까..
하는 것들이 가장 나를 민감하게 했고,
태교는 뭐가 좋을까,
운동은 뭐가 좋을까,
중반기에 들어서면서는,
신생아에 필요한 물건을 뭘까,
출산할때 병원에 뭐 들고 가야하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르는 것 투성이라는 점을 알게 되면서
아.. 나 참 모르는게 왜 이렇게 많은지.. 한 숨만 나온다.
이럴때 신랑은 무용지물.
물어보면 자기도 인터넷 검색중이다.
누가 누구를 욕하랴... 우리모두 초보자인걸. ㅠㅠ
그런 걱정을 덜어준 선생님이 있으니,
바로 요 책이다.
인터넷은 너무 많은 정보의 바다.
나의 이 작은 뇌로는 취사선택이 안되는 한계로,
미드와이프 학교(Royal College of Midwives)에서 냈다는 이 책에 조금 의존하기로 했다.
임신사실을 알게된 후 2주가 채 안되어서,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친구와 서점에 갔다.
내용도 알차고, 사진설명이 잘 되어 있는 요 책을 집으로 들고와서,
조금씩 읽어가며 공부한다.
임신준비부터,
임신중 매주 일어나는 변화, 아이의 성장 등에 관련한 의학적 지식,
실제 임산부들의 그 주에 할 법한 질문과 의사들의 코멘트,
임신중 피해야 할 음식과 그러지 않아도 되는 음식,
구분하는 방법 등등 까지 알찬 정보들이 있다.
특히, 영국책을 사니,
영국의 식재료 중에서 먹으면 되는 음식, 안되는 음식 알려줘서 유용했다.
우리나라 자료들에는 녹두, 율무, 팥 등에 대한 설명은 있지만,
블루치즈, 염소치즈, 모짜렐라 같은 소프트 치즈 먹지 말라는 이야기는 여기서 처음 보았다.
몰랐으면 그냥 막 먹었을 듯.
그리고,
출산하러 병원에 갈때는 무슨 준비물들이 필요한지,
이 나라에서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지 알수 있어서 좋드라.
아무래도 한국병원하고는 달라서 걱정도 했었다.
중요한 것은,
이래라, 저래라 하는 정보가 아니라,
기본정보가 이러이러 하나, 자신의 몸 상태는 항상 독특할 수 있으니,
증상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면,
항상 의사와 상담을 하라던지,
먹는 것에 있어서는 자신의 판단 기준을 항상 믿으라던지 등의 실질적인 조언도 함께 곁들여 준다는 것.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ㅎㅎ )
아기의 성별을 모르니,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한쪽은 She(여성), 한쪽은 He(남성)으로 평등하게 표기해 주는 센스도 발휘하고 있다.
역시 Gender(성)적 평등의 관심이 여기저기 일상까지 뭍어나는 나라답다.
(그냥 Baby(아기)라고 계속 쓰면 될 것을...
문법상 항상 he와 she를 쓰는 것이 이 나라 언어의 특징이라 그런가... )
중학교때 받았던 성교육을 제대로 다시 공부하고 있는 느낌이다.
또 다시,
우리는 참으로 인생에 필요한 것들은 혼자 배우며 살고,
인생에 필요할지도 모르는 것들은 학교에서 필수과목으로 열을 올려 공부하며 산다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요즘은 이제 매주 변화에 대해서는 막바지에 이르렀고,
분만과 출산,
모유수유,
신생아 목욕, 예방접종 등등의 상식들을 공부중이다.
책 한권이 많은 사람의 잔소리를 대신해 주고 있다.
그래도 가끔은 그 잔소리들이 그리워서 여기저기 전화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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