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NHS (국립 의료보험)로 총 찍어주는 초음파는 두번이다.
무료로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것은 좋지만,
그 서비스를 유지하려면,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는 단점..
무엇이나 장단점이 있는 법...
내 맘대로 초음파를 찍어달라고 찍어주는게 아니다.
물론 돈을 더 내고 사립 병원에 가면 되지만,
뭐 문제가 없다는데 그럴 필요까지는 못 느낀다.
첫 초음파는 12주에, 두번째는 20주에 찍는다.
그리고는 별 일 없는한 안 찍어 준단다. .. 알겠다.
3D로 찍었다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아직.
첫 초음파를 찍으러 갔다.
병원이 큰 데다가, 사람이 많으니, 괜한 걱정이 되었다.
매번 갈때마다 새로운 기분이다.
작은 병원이라면 왠지 안 그럴까... ?
초음파를 찍어주는 사람은 의사도 간호사도 미드와이프도 아닌,
소노그래퍼(Sonographer)라고 했다.
초음파를 찍는 장치 옆에 누웠다.
따뜻한 젤리는 배에 발라, 초음파를 찍기 시작했다.
마냥 걱정이 되었다.
그때 마신 그 커피가, 거리를 걸으며 피워대는 담배를 그냥 생각없이 들이 쉬며 다닌 것도
별것이다 다 걱정이 되었다.
소노그래퍼가 보는 화면은 그녀가 돌려 줄때까지는 볼 수 없다.
그런데 그 방에는 커다란 LCD가 내가 누워서 잘 볼 수 있는 곳에 걸려있었다.
소노그래퍼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그자리에 드러누워 소노그래퍼와 대화를 하며
편하게 화면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시스템이 있다니. ㅎㅎㅎ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 그런 시설이 있는건 아닌것 같았다.
역시 큰 병원. ㅋㅋ
소노그래퍼는 아이를 보여주는 것 말고도 아이의 건강 체크를 위한 여러가지 사이즈를 잰다.
나는 아이가 노는 걸 더 보고 싶은데,
그 사람은 이리저리 아이를 돌려가며 사진을 찍었다.
팔도 있구요,
다리도 있구요..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네요...
하는 이야기에 어찌나 안도의 한숨이 밀려오는지,
부모가 되면 '건강하게만 잘 자라다오' 하는 말들이 이런 느낌이구나...
아이가 딸인지 아들인지,
잘 생겼는지 아닌지가 궁금하기 보다,
건강한지, 뭐 하나 덜 건강하게 만들어 진 것은 없는지,
12주 내내 걱정이 많았다.
심장박동 소리를 들려주는데,
빠르게 뛰는 그 심장이 내 심장소리 까지 들리게 하는 것 같았다.
신기하다, 한몸에 두개의 심장이 뛰고 있다니...
아이가 건강하네요.
한마디가 나를 해방시켜 주는 느낌이랄까.
부모는 아이가 아파도 미안해야 하는 건가 보다.
건강하기만 하는 것이 내게 이렇게 기쁨인 걸 보면,
어린 자식이 효도한다는 건 다른게 아니구나 싶었다.
사진을 몇장 뽑아줄까? 물어본다.
세장을 달라고 했다.
심장 박동이 보이는 그래프가 있는 사진도 달라고 했다.
NHS에서 종이값을 안 주는 덕에 우리가 장당 3파운드의 돈을 내야 한다고 했다.
10파운드라도 어느 부모가 그걸 안 살까...
사진을 들고 벅찬 가슴을 진정도 못 시키고,
병원 1층 카페에 내려와 여기저기 카톡을 보낸다.
우리아이가 건강하다고 .
어릴때는 자식이 건강한 것이 자랑,
자식이 학교다닐때는 공부잘하는 것이 자랑,
자식이 커서는 직장 잘 찾고 배우자 잘 만나는 것이 자랑,
늙어서는 자기가 건강한 것이 자랑이라더니...
나도 그 '부모'라는 대열에 합류한 기분이 들어 왠지 으쓱해 지면서,
한없이 감동적인 하루 였다. ^^
-20주 초음파 편이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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