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축구를 좋아하는 여자들이 축구를 안 보는 남자들 보다는 더 박식한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축구를 즐감할 수 있겠지만, '많은' 여자들이 축구를 보는 남자들과는 다른 눈을 가지고 있음은 인정할 일입니다.
나도 그런 여자중에 하나이지만, 잠시 축구대회 조직위원회에서 일했던 경력때문에, 팔자에도 없었을 축구를 즐기게 되었는데요... 여기 영국에 사니 스페인 만큼 축구가 즐겁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역시나 축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없는 지라, 선수들의 발놀림과 경기 전략, 그들의 몸값에 대해서는 둔하기 뭇 여성들과 매한가지 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여자들도 축구를 즐겨보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는... ㅋㅋ
오늘은 프리시즌 (리그가 끝나고 새로운 리그가 시작되는 지금 이 시점!!) 대회 중 영국에서 매년(2007년이후) 열리는 에미레이츠 컵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축구리그 시즌에는 스카이 스포츠까지 달아서 매주 축구를 즐겨볼 수 있지만, 이렇게 프리시즌에는 경기가 많지 않다는 점이 아쉽지요. 그래서 오늘과 같은 경기는 가뭄에 단비와 같기도 하지요. 특히 팬들에게는 말이죠. 이런 팬들은 보통 축구장에 축구를 보러 가지만, 축구장에는 축구말고도 신나고 재미난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피카딜리라인의 'Holloway Road'역에서 내려 걸어갑니다. 오는 길에는 통제를 해 두더군요.
먹을 것!!!
우선 저는 먹는 것을 좋아하는 관계로 축구장 주변에 늘어서 핫도그 하나로 배를 채웁니다.
재미난 공연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과자나 주전부리도 잔뜩 사서 들어갑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캔 또는 병으로 된 음료수는 경기장 반입이 안된 다는 점.
꼭 마시고 싶다면, 경기장 밖에서 다 마시고 들어가시든지,
아니면 아예 경기장 안에서 사 드시면 됩니다.
경기가 잘 안풀리거나 하면 아무거나 집어 던지는 분들 때문에 맥주는 매점앞 공간에서만 가능하고,
경기장 안 관중석까지는 들고 들어갈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물론 밖에서 이미 취하고 들어와서 난동을 부리시는 분도 있기는 하지만요. ㅠㅠ
멀리서 본 전경.
경기장 건물
핫도그를 하나 들고 경기장 주변을 한바퀴 돌면서 주변 분위기를 즐깁니다.
에미레이츠 경기장은 런던에 생긴 경기장 중 새로운 건축물에 속하는데요,
에미레이츠 항공의 후원이 컸는지 디자인 하며 규모가 어마어마 합니다.
물론 빨강의 브랜드 컬러가, 에미레이츠 항공과 아스날 팀을 동시에 떠올리게 하기도 합니다.
오피셜 프로그램 북(Official Programme Book)을 들고. 5파운드. 나같이 선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유용. ㅎ
같이간 친구들과 함께, 경기장의 외관에 대해서 잠시 수다를 떨어 줍니다.
경기장을 둘러 붙어있는 대형 그림에 그려진 아스날 선수들의 뒷태를 조목조목 따지면서 선호순위도 매겨봅니다.
사진도 많이 찍습니다. 그래야 이렇게 블로깅질도 하지요. ㅋ
바닥에 새겨진 기부자들의 이름.
아스날 경기장은 철길이 만나는 점의 삼각 지대에 지었는데요, 이곳에는 아스날 뮤지엄이 있습니다.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영국에서는 더욱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건물도 역시 회색과 빨강이 어우러진 건물들이네요. 윗층들에는 일반 사람들이 사는 것 같기도 하고... 기차길과 관중들의 소리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 사람들은 누구 일까요...
프로모션 행사
경기장 주변에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모션 행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영국에서 아빠들이 아들들과 함께 경기장에 많이 오는 것을 겨냥한 행사들이 많습니다.
튜브로 만든 것 같은 놀이터에서 축구공으로 벽에 그려진 아이템들을 맞추는 것이지요.
선물도 다양하고, 축구경기를 축제로 만들어 주는데 한몫합니다.
차마 줄이 길어 참여할 수는 없었지만, 눈으로 만족하며, 사람구경을 다닙니다.
기념품/유니폼
사람들, 특히 아이들의 의상이 제법 눈에 띄어 재미를 두배로 늘려줍니다.
유니폼의 다자인을 100% 주관적인 생각으로 평론하는 것보다 더 재미난 일은 없습니다.
경기가 시작하기전 경기장 공식 기념품샾을 둘러 보기로 합니다.
경기장을 둘러 몇군데 있는 공식 기념품 샾.
출구
지난 시즌과 예전 앤틱 수준의 저지(선수 유니폼)를 비교하며, 나는 이 디자인이 좋네, 저 디자인이 좋네,
왜 그러네, 저러네... 하는 우리들의 수다는 끝날 줄 모릅니다.
어마어마한 인파. 계산하는데만 한시간 이상 걸릴 듯.
2011 로고가 새겨진 수건. 티셔츠를 사면 19파운드나 하는 이 수건을 공짜로 주는 프로모션 진행중.
참고로, 올해 새로 제작된 아스날 유니폼은 제 취향은 아니더군요.
아스날의 깔큼한 로고 옆에 붙여진 월계관은 좀 오바... 라는 생각이지만, 뭐 제 생각이 얼마나 중요하겠습니까...ㅋㅋ
여튼 저는 그날의 아스날 비치타올 무료 증정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저지를 사지 않았습니다. 작년 시즌 것이 더 예뻤는데, 찾아 볼 수가 없더군요. 더군다나, 얼마전 토튼햄 멤버십에 가입한 직후라 더욱 망설여 진 것이죠. ㅠㅠ (토튼햄과 아스날은 오래된 라이벌이랍니다.)
위 아래로 예쁘게 선수 유니폼과 똑같은 저지를 입고 마스코트 인형마저 들고 있는 아이들은
정말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산 만한 아빠의 허벅지보다 가늘고 작은 아이들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은 우스우면서도 마음 따뜻한 드라마 같기도 합니다. 마냥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해주기도 하지요. 엄마는 오늘 집에서 쉬겠구나. ㅎㅎ
생각보다 장사가 잘 안되는 기념품 노점상
경기장 인테리어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면 이제 인테리어를 보기 시작합니다.
에미레이츠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문득, 테이트 모던 갤러리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깔끔하게 칠해진 밝은 회색톤의 벽위에 그려진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한 글씨들은 정보는 물론 디자인까지 생각한 것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합니다. 그림과 사진, 깔끔하게 정렬된 글씨들이 아스날의 역사, 자랑들을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물론 스폰서들을 위한 자리도 잊지 않고 넣어줍니다.
벽화?? !?!
스폰서 광고, 영국의 통신사 O2
곳곳에 걸린 TV들은.. .음... 소니(Sony)네요.. LG나 삼성인줄 알았더니.. 이것도 꼭 짚고 넘어갑니다. 경기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는 축구장임에도 불구하고 크리켓이나 테니스 경기를 중계해주기도 하네요.
화장실
화장실로 들어가는 표시도 어찌나 시원하고 크게 그려놨던지..
장님도 실수 할 것 같지 않은 남/녀 화장실 표시죠.
화장실 안도 역시나 아스날의 브랜드 컬러인 빨갱이 천지 입니다.
그러나 예쁘네요. 바탕이 회색이니 너무 튀지도 않고 죽지도 않고 세련되었습니다.
유일하게 여자화장실이 여유로운 곳이 축구장이라 했나요..
오늘도 여자화장실은 줄이 없습니다.
물론 옆 집 남자화장실은 줄이 밖으로 나와있네요. ㅋㅋㅋㅋ
백화점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죠. 괜히 고소한 이 느낌은....? 나 바본가 봅니다. ㅋ
광고
사이다를 하나 사들고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찾아 앉습니다.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 틀어진 음악에 몸을 맞기며 전광판 광고들을 봅니다.
이번 대회에는 어느 회사들이 경기 스폰서인가 살펴 봅니다.
가전제품회사인 Indesit 광고를 보고 저 회사는 왜 축구경기에 스폰을 넣었을까 수다를 떨어봅니다.
남편들 여기와서 저거 보고 집에 하나씩 들여놓으라고? 자동차광고는 좀 이해가 가는데, 가전제품이라.. 의도가 궁금하니, 수다가 길어집니다.
깔끔한 빨갱이 경기장 드레싱.
전광판 광고 잘 만들었다며 혀를 몇번 두르고 경기장 내부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습니다.
2층과 3층 사이에 아스날이 수상한 트로피의 모양을 실루엣으로 연도와 함께 표현한 것은 참 아이디어가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자랑을 하긴 하는데, 참 귀엽게 한다.. .생각합니다. ㅋㅋ
잔디옆 보드에 나타나는 세이브 더 칠드런.
올해는 세이브 더 칠드런(Save the Children)이라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구호 단체와 파트너를 맺고 후원을 한다고 합니다. 전광판의 광고와 공식 프로그램 책 안에 한참 설명을 해 두었네요. 구단의 사회적 책임과 사람들의 마음을 동시에 잡겠다는 의도가 잘 보입니다. 브랜드 컬러도 같은 빨강이네요 .^^
선수
그러다 보니 경기가 시작하려나 봅니다. 선수들이 입장합니다.
좋아하는 선수가 나왔는지 선수 라인업을 유심히 봅니다.
좋아하는 선수, 물론 가장 잘 생기거나 가장 유명한 선수를 고릅니다.
그래야 응원할때 참 재밌습니다. ㅎㅎㅎ
선수 라인업
두번째 아스날 경기가 시작하자 거의 찬 경기장.
선수 입장 입구
경기가 시작했습니다.
선수들의 뛰는 모습하며, 발놀림들을 주의깊게 바라봅니다. 물론 눈이 공을 따라다니지만, 때로는 공이 저만치 있을 때 다른 선수들은 뭐하나.. .바라보는 것은 경기장에서 축구를 보는 재미 중에 하나입니다. 특히 좋아하는 선수의 모습을 보는 것은 더욱 재미있죠. 오늘 보카 주니어스의 몇몇 선수들의 뒷모습에서 마라도나의 뒷태를 상상하기도 했습니다. 몇몇 선수들의 목이 짧고 어깨가 으쓱한 뒷태는 어쩌면 마라도나 같은지, 친구와 또 그 이야기로 경기중 수다 삼매경에 빠지기도 합니다.
응원
종종 골이 터질때는 함께 소리도 질러주고,
사람들의 아쉬운 한숨에는 함께 '우~~'하고 소리도 내보면서 응원을 즐깁니다.
종종 소리를 지르거나 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진을 찍어 둡니다. ㅋㅋㅋ
그 사람 지켜보다 골 장면을 놓치기도 합니다만, 뭐 재미만 있다면, 경기든 사람이든 무슨상관이랴.. 싶어 관심있는 곳에 눈과 귀를 둡니다. ㅋ
죽을 때까지.
스텝
전반전이 끝나니 경찰인지 경비인지 하는 사람들이 형광색 옷을 입고 경기장 안으로 들어옵니다.
경기장을 등지고 서있는 모습이 왠지 우리가 뭐라도 되는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해서 으쓱해 집니다. ㅎㅎ
망원경 같은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경기장 가장자리에 조로록 앉아 있습니다.
흰색 조끼를 입었네요. 예쁘다고 생각하면서, 예전 우리 대회때 스텦들 역할 별로 조끼 색깔이 달랐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때는 미디어 언론이 무슨 색이었는데, 흰색도 예쁘군...
주전으로 출전하지 않고 벤치에서 교체를 기다리는 선수들이 입은 조끼는 파랑이네요.
2시에 시작한 경기가 6시가 되어야 끝이 나지만, 시간이 언제 이렇게 지났나 싶게 빨리 지나갔습니다.
수만의 사람들이 밀려나오기 전에 우리는 5분 미리 경기장을 떠서 지하철 역으로 걸어갔습니다.
이미 많은 길들이 통제되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지하철 역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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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레이츠 컵은 4팀이 이틀간 벌이는 토너먼트 형 프리시즌 축구대회입니다.
티켓을 한장 사면, 그날 경기 2개를 다 볼 수 있습니다. 가격은 자리별로 다르지면 오늘 볼 25파운드 짜리 자리도 제법 괜춘했습니다.
참, 경기를 보러갈 때 무슨 옷을 입고 갈 지 모르시겠다구요? 물론 선수 저지가 있다면 청 미니스커트나 청 반바지와 함께 코디하는 것도 좋고, 없다해도 뭐가 문제겠습니까, 오늘은 나들이 하는 신나는 날인데, 가볍게 입고 신나게 노는 거지요.
이래도 나는 축구를 참 좋아하는 여자 맞죠? ^^
뒤돌아 보니.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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