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 라고 불러주는 같은 부서에 언니가 있었다. 이름때문에 생긴 별명이었지만, 지금까지 들어본 나의 별명중 가장 맘에 들었다. 그렇게 불러주는 사람에게 괜한 호감이 갈 정도였으니까. 그 언니 덕분에 같은 부서에 직장 동료도 항상 나를 듀 언니! 라고 종종 불렀다. 나는 그녀를 '휴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우리는 졸지에 우리 스스로를 도날드 덕의 조카들 듀이, 휴이라며 루이를 찾곤했다. ㅎㅎㅎ 물론 이 별명은 실 생활에서 쓰여졌다기 보다 네이트온에서 주로 등장하는 별명이었지만.
영국으로 온지 1년만에 한국을 찾았을 때 나를 듀 언니라 부르던 동료가 내게 '듀이'라는 책을 건네며 말했다. "언니한테 언젠가 꼭 사주고 싶었어요." 정작 본인은 읽어보지 않은 듯 했지만, 그 이름과 내가 특히 좋아하는 동료라 나는 이 책이 더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고양이도 좋아하고, 이름도 좋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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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서 끌린 것도 있었지만, 사진에서 이 책은 나를 사로 잡았다. 나중에 책을 읽으면서 안 사실이지만, 이 사진은 실제 고양이 듀이의 사진이다. 포즈를 잘 잡는 다는 점을 지은이는 여러번 강조했다.
듀이는 도서관에 버려진 고양이인데, 도서관 관장이었던, 싱글맘이었던, 그리고 동물을 사랑했던 비키 마이런 이라는 사람의 사람에 의해 길러지며, 그 사람의 인생 많은 부분을 바꾸기도 한 장 본인이다. 이야기의 흐름이 처음에는 듀이에 치중 된 것 같으나 사실 이야기의 중심은 듀이를 중심으로 한 비키와 스펜서 마을 사람들의 '마음'의 이야기로 들린다. 듀이를 통해 사람들을 보고, 상황을 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비키의 사고가 책의 한몫을 한다. 가령 듀이가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더 부드럽게 대하고, 떠나지 않고 곁을 돈다던가하는 행동에 더하는 비키의 생각과 설명들은 듀이를 통해 자신이 가진 연민과 하고자 하는 행동들을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비키 자신의 자서전이 아닌, 듀이를 통한 그녀의 마음을 전달한 것은 자서전으로 그녀를 만나는 것 보다 더욱 그녀의 삶을 빛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책이다.
듀이가 살던 스펜서 마을의 도서관은 다른 지역사회의 모습을 대변해 주기도 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동시에 지역사회가 무너져 가는 도시의 삶을 반성하게 되었는데, 지금도 자주 이동하는 나의 삶속에서 이 스펜서 마을의 도서관과 같은 모습을 어쩌면 나는 동경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도서관에서 사안들을 하나씩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람들과 사람들사이에 닫힌 마음을 열게 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서툰 감정표현을 조화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듀이를 통해 사람들은 마치 자연앞에 욕망도 이해도 따지지 않고 그저 순수한 모습이 되듯, 서로를 더 이해하고 진정한 마음으로 대하는 것을 비키는 묘사했다. 듀이라는 자연생물을 매개로 한 사람들의 의사소통, 혹은 공감의 과정은 참으로 감동적이고 앞으로 우리 인생에 있어서도 배울점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이 머리가 복잡하고 화가 날 때, 산으로 들로, 혹은 바다를 보며 그 마음을 정화하는 것과 이치가 비슷해 보였다.
비키는 이 책에서 듀이의 여러 장난스러운 모습과 다양하게 나타나는 감정표현들을 묘사했는데, 그런 부분들이 얼마나 비키라는 작가가 듀이의 세계에 빠져있는 가를 보여주었다. 이런 점 때문에 나는 그녀의 글을 소설이라 해야할지 에세이라 해야할지 개인적으로 구분을 짓기 애매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런 점이 독자로 하여금 더욱 듀이라는 주인공에 다가가는 마음을 한층 더 가까이 해 주었는 지도 모른다. 듀이를 사랑하는 비키의 마음을 통해서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듀이가 혼자가 아니었다는 점을 상기했다. 그 점이 듀이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듀이의 정감있는 행동들은 사실 정감이 있어서라기 보다 정감을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어서 더 특별해 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말이다. 모든 지 서로 오가는 작용이 있어야 그 안에서 힘이 생긴다 하지 않았나. 스펜서 마을 사람들이 사랑스런 눈길로, 마음으로 듀이를 바라본 것은 듀이로 하여금 사람들을 사랑하고 이해한다는 행동을 보이게 했었을 것이고, 그러한 행동은 그런 눈길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위안과 감동을 다가갔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책을 읽고는 항상 뒤에 짧은 소감을 적는 습관.
곁에 두고 마음이 허전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고플 때마다 꺼내 보며, 행동을 변화시키는데 도움을 주면 좋겠다. 듀이가 하늘나라로 가지 않았다면, 나도 스펜서 마을을 찾아갈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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