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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오, 그래?

yyva 2011. 11. 13. 03:42
 
세계사를움직이는다섯가지힘욕망모더니즘제국주의몬스터종교
카테고리 역사/문화 > 세계사
지은이 사이토 다카시 (뜨인돌출판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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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긍정할 수 만은 없다. 그러나 고개가 끄덕여 지게 만드는 그의 논리는 역사를 재미로만 보던 나의 관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 책은 '욕망, 모더니즘, 제국주의, 몬스터 그리고 종교'라는 각각의 주제가 영향력을 행사한 세계사의 부분들을 읽어준다는데 그 재미가 있다. 새로운 역사를 발견한 것도 아니요, 새로운 '주의'에 의해 역사를 재 조명한 것도 아니지만, 그의 세계사를 읽는 방법은 지금 시대를 다시금 생각하고 교과서로 배운 세계사의 '관'을 흔들어 주었다.

Desire

1장 욕망의 세계사에서는 커피와 홍차, 금과 철 그리고 브랜드와 도시 라는 주제로 인간의 '욕망과 동경'이 역사를 어떻게 이끌어 왔는가를 설명한다. 사이토는 책 전반에 걸처 고대, 중세, 근대로 나누어 시대를 설명하고 있는데, 고대는 자유와 예술, 다신이 인정되던 시대로, 중세는 신(종교로 대표되는)의 절대 권력으로 인간의 욕망이 통제되던 시대(그러나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욕망의 분출이 암묵적으로 인정되던 시대)로, 근대는 인간의 이성을 중시하던 시대로 묘사하고 있다. 커피가 가진 각성효과로 만들어낸 당시 상인들의 '커피에 대한 욕구'는 근대사회의 이성중시 풍조와 함께 시너지를 내어 발전했다는 작자의 의견은 상당히 설득력을 갖는다. 훗날 미국의 보스턴 차 사건으로 인한 차값의 폭등은 미국인들의 취향을 커피로 이전시켰다는데, 사이토는 커피의 각성효과가 금융의 중심이 런던의 더 시티(The City)에서 월스트리트(Wall Street)로 이동한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추측을 던지기도 한다. 유럽에서의 차(tea)의 발전이 예술과 더욱 접목되는 점을 생각해 볼 때 그의 이야기는 더욱 흥미롭다. 이처럼 그는 금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세계속의 역사, 브랜드를 쫓는 현대사회의 소비욕망이 이끌어 내고 있는 지금의 역사들을 연금술이나 에르메스와 같은 소재들로 재미있에 풀어간다.

Modernism

사이토는 이 장에서 '서양 근대화의 힘'을 민주정치와 자본주의로 요약하고 있다. 중세의 억압적인 환경을 타파하고자 했던 사상들은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그것들을 다시 살리고자 하는 르네상스로 이어지고, 종교개혁으로 근대화가 시작되는데, 그 근반으로 민주 정치를 꼽는다. 또한 근대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성향을 중시하는 경향은 종교개혁에서 칼뱅의 영향을 받은 영국과 네덜란드의 프로테스탄트와 함께 자신의 일을 소명으로 근면 성실하게 일하는 것을 중시하는 경향과 함께 흘러가면서 그들의 금전적 성공과 연결된다. 이런 근대의 자본주의 탄생은 역사를 바꾸는 큰 계기가 된다는 점을 사이토는 지적한다. 그는 또한 근대에서 경시된 몸, 시각에 따른 권력의 탄생을 이야기하며 현대사회의 정보유출로 인해 변해가는 역사의 흐름을 언급하기도 한다.


빌려읽은 기념으루.



Imperialism

인간의 욕망을 근간으로 한 가장 비극의 역사를 만드는 제국주의 또한 사이토가 지적한 세계를 움직이는 힘이었다. 제국의 형성과정과 붕괴하는 과정을 그를 이끌었던 지도자들의 욕망에 기대어 설명하는 방법은 우리로 하여금 지도자의 입장에서 제국에 대한 욕망을 다시한번 생각하게끔 한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 율리우스 카이사르, 진시황제 등의 이야기들을 욕망과 제국에 대한 그림으로 바라보는 것은 현대사회를 이해하는데 큰 그림을 그려주기도 한다.

Monsters (자본주의, 사회주의, 파시즘)

역사책에서 수도없이 보고 외우고 했던 '나쁜' 지도자들의 뒤에는 이러한 사상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더욱 이책으로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다. 동의하던 그렇지 않던 지금의 사회도 자본주의의 지배하에 있다는 논리를 시작으로, 자본주의를 가장 꿰뚫어 보았던 사람이 칼 마르크스였던 역사 속의 증거를 사이토는 쉽게 읽어준다. 현대의 자본주의가 중국과의 만남에서 나타나는 흥미로운 점을 짚어 준 점은 미래의 역사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켜 주기도 했다. 사이토는 이 장에서 사회주의의 시작과 실패 그리고 그 원인을 지적하면서 같은 시대 다른 세계사를 읽어준다. 또한 멀지않았던 과거에 나타났던 파시즘이라는 몬스터는 실제 위기에 몰린 사람들이 만들어낸 괴물이 아니었는가 하는 의문을 지적하면서 우리 스스로에게도 그 상황에 서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하는 묘한 질문을 던진다.

Religion

이 장에서 사이토가 지적하는 종교의 힘은 세계 중심종교에 실려있다. 특히 이슬람에 대한 해명과 같은 마지막 장은 우리가 자칫 지나칠 수 있었던, 언론에서는 비쳐지지 않았던 이슬람의 이면을 보여주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종교의 다양성은 어느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상당히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종교의 내부에서 교리를 이해하고 바라보는 시각과 객관적인 연구를 하려는 시각과 이미 부정적 감정의 싹을 틔울 수 밖에 없었던 피해자의 시각은 단순한 스토리로 이해될 부분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종교를, 특히 일신교 3형제라고 표현한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를, 세계사의 중심으로 놓고 이야기를 전개한 것은 흥미로운 시각을 제공해 준다. 연도별 종교의 등장과 그들의 역할을 따로 보던 세계사에서 서로 유기적으로 관계되어 나타난 세계의 역사는 그야말로 더 많은 연구로 우리를 이끌어 주는데 부족함이 없다고 본다.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또 한가지는 '해제'에 있었다. 해제를 쓴 우석훈은 우리나라의 역사 연구의 부족과 전문가 중심주의로 퇴색된 '종합기획자'와 같은 백과사전적 지식인의 부재를  비판했다. 물론 상당부분 고개가 뜨덕여 졌지만, 나는 한국이 아직 과도기의 과정을 겪고 있고, 한국 사회에서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연구하는 한국의 학자들 또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지금 역사의 한 장 속에 있고, 이러한 학문의 풍조도 빠르게 진화하고 발전해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사이토와 같은 한국 역사학자들의 도서가 영국에 있는 나의 지식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할 때가 오길 바라지만 말이다.


 

클릭수는 비록 많지 않았지만, 좋은 글이라고 뽑혔어요. 이게 괜히 기분이 좋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