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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엄마가 보고 싶다.

yyva 2011. 12. 6. 09:58

엄마를부탁해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지은이 신경숙 (창비,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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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길 수 없게 눈물이 나는 소설이었습니다.
'너'라는 인물이 나 인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서였기도 하고,
'엄마'의 말투나 태도, 마음 씀씀이가  우리 엄마의 '그것'과 비슷해서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 책을 든 모든 아들 딸들이 어쩌면 그렇게 느낄지 모르겠습니다.
가슴속 엄마에 대한 깊은 감정을 모두 들어 올려 내 앞에 꺼내 놓고 꺼이꺼이 울게 만든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아직도 베스트 셀러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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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서울에 올라온 엄마가 지하철 역에서 아빠와 어쩌다 헤어지게 되면서
길을 잃고 실종되는 이야기로 딸과 아들, 그리고 남편, 자신의 목소리로 그 상황을 되짚고,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자신들의 경험과 감정을 되짚어 갑니다.
죽음이 아니라 실종이라는 설정에서 느껴지는 '상실'이라는 감정은
더 상황을 극적으로 치닫게 합니다.
어쩌면 없어진 것보다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사람으로 하여금 더 힘을 쓰게 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잊으면 그만인 것'이 아닌 상황이니 엄마를 그리워 하는 마음은 더욱 극대화 됩니다.

'너'로 등장하는 딸은 엄마와의 추억속에서 엄마가 여성으로서 자신과 함께 느꼈을 법한 공감대를 찾아갑니다.
그렇지만 엄마의 '시대'는 딸의 것과 달라 딸은 엄마를 이해하기가 역부족입니다.
세계를 떠돌며 배우고 일하는 딸 때문에 엄마는 더 많은 것을 배운다며 기뻐하는 엄마의 모습은,
딸이 있는 곳을 표시하려고 세계지도를 사다 집 벽에 붙여 놓고 빨강펜으로 동그라미를 그리시던 우리 엄마를 생각나게 했습니다. 

엄마를 기억하는 그 아들의 상황을 표현하는 글 속에는
그의 한숨이 군데군데 들리는 듯합니다.

아들을 최고로 여기며 모든걸 아끼지 않고 아들을 위해 주었던 엄마의 마음을 알았기에 더욱 가슴아팠던
기억들을 끄집어 냅니다. 아들은 파란 슬리퍼를 신고 발등이 튼 할머니를 보았다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엄마를 향한 미안함에 고개들지 못하는 순간들을 발견합니다.

남편의 목소리에도 후회가 가득합니다. 인생을 동반자로 살면서도
동반자이기 보다 윗 사람으로 대접받기를 원했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봅니다.

결국 가족이 되돌아온 자리에는 엄마는 없고,
여전히 엄마의 흔적만 남아있을 뿐이었습니다.

농사를 짓고 가족을 챙기고, 자식들, 남편, 시동생, 시누이 그리고 
항상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고 살았던 '그'라는 존재와의 관계들 속에서
삶을 챙겨왔던 엄마만의 감정과 삶의 방식들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들이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어느하나 짚어 이야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목소리를 듣는 것 처럼 생생하게 묘사되는 장면들이
소설속으로 더욱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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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실 때 잘 해야 한다는 말이 사무치게 다가오는 소설이었습니다.
심히 평범하게 느껴지지만 실천하지 못해 가슴을 치게 만드는 말입니다.

소설을 읽는 내내 눈물이 흘러, 공공장소에서 책을 읽다가 자꾸 덮어 버리곤 했습니다.
외국에 있으니 더 가족생각이 간절한데,
이렇게 엄마라는 캐릭터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읽고 있으니,
우리 엄마가 떠오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맛있는 것을 먹을때마다 "엄마는 괜찮다"
서울에 올라와서도 "빨리 가야한다"
집에 간다면 "뭐가 먹고 싶냐"
밥상에 올리는 채소며 과일들이 엄마손에 길러진 것들이라는 자랑하는 부분을 읽을 때마다
우리 엄마의 목소리로 듣는 것 같아
왠지 가슴이 미어오곤 했습니다.

나는 그런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모두가 생각하지만, 모두가 이루기는 힘든 목표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목소리만 들으면 "딸!!!" 하며 반기시면서
엄마는 전화세 나간다고 항상 당신이 전화를 하시겠다고 우기십니다.
바쁜데 얼른 일보라고 통화도 오래 못하게 하십니다.

지금은 이제 내가 더 벌고 살아도
엄마는 내게 아직도 줄 것이 더 남아 있는 것 처럼
그렇게 여전히 사랑으로 나를 키우고 계심을 다시 한 번 깨닫해 해주는...
고마운 소설을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