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s

[부모라면 유대인처럼] 극성부모 되기.

yyva 2013. 2. 16. 04:49




임신을 했다하니, 친구가 한번 보라며 선물해 주었다. 

유명한 유대인들이 많다하니, 그들의 교육에 관심이 가 지는 것은 부모라는 역할을 하게 되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일. 

특히 한국 극성엄마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나에게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제목이었다. 


책에서 지은이 고재학은 마빈 토케이어가 정리한 탈무드를 많이 인용하며 

최대한 유대인들을 키워낸 '교육'이라는 것의 핵심을 설명해 주려고 노력한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역시, 이해하기 쉽고 읽기 쉽고, 공감도 자주 되었던 것은 그의 문체가 쉽고 막힘이 없어 그러하다고 느꼈다. 

물론, '한국사람, 한국교육'의 부정적 측면을 쉽게 일반화 시켜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공감이 되면서도, 과장된 표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안에서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나름 희망찬 교육의 현실도 있으니. 

(글쓴이도 한국인이라는 거... ㅎㅎ) 


 고재학이 말하는 유대인 교육의 핵심은, 

"지식교육과 인성교육의 균형, 즉 흔히 말하는 전인교육"(p.9)에 있다. 

사전처럼 말하는 것은 쉽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점을 들어, 

유대인들은 "자녀교육을 신에 대한 의무라는 종교적 열정을 더해 나름 강제성을 부여"(p.9)해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후자가 더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수많은 자녀교육서와 육아지침서를 보면서 생각하건데,

문제는 실천의지와 인내심이 아닐까. 


신앙만큼 내적 강제력과 자제력을 키워줄 수 있는 것이 또 있을까. 


그래서 수많은 박사들의 수많은 똑똑한 '교육법'들이 난재해도 

'유대인'의 교육법이 각광받는 것은 '신앙'을 근간으로 한 그들의 실천의지에 기반하고 있어서이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아무리 좋은 생각도 적용하지 못하면 결과는 없는 법. 


언제는 우리가 몰랐던가. 

서점의 수많은 학습지침서들은 말해주지 않았던가.

우리 조상들은 가르치치 않았던가.. 


상상력과 창의력을 중시한 교육,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질문과 토론을 중시한 교육, 

밥상머리 교육, 

부모가 모범이 되는 교육, 

지식암기보다 균형잡힌 전인교육..

생각해 보면 어디선가 항상 많이 듣던 이야기다. 

단연코 유대인 교육의 핵심만은 아닐 것이다. 







이를 전제로, 고재욱은 유대인 교육의 방법과 컨텐츠를 설명해 주고, 

그의 결과를 이해하기 쉽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풀어준다. 

여기 몇가지 나의 사고에 자극을 준 내용들을 담아 보았다. 



* 창의성과 호기심은 질문과 토론에서. 

"선생님께 어떤 질문을 했니?" (p.43) 

유대인들의 질문을 유도하는 교육(p.151)은 우리 사회가 지금도 가장 도전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에서 공부를 하다보면, 글은 끝내주게 쓰는데 정작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세미나 시간에는 벙어리가 되는 한국 학생들을 보면, 어린 시절부터 이런 학습방법을 익숙하게 하는 것의 중요성을 실제로 깨닫는다.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다시 물어보고 이야기를 받아치는 과정에서 나의 뇌는 빠르게 움직인다. 

가끔은 알 수록 모르는 것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 나의 호기심은 나를 더욱 많은 지식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 원동력이자,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 그래서, 유대인 부모들이, "학교 가면 선생님 말씀 잘 듣고.." 하는 대신, "학교에 가면 훌륭한 선생님이 계시니까 모르는게 있으면 꼭 물어봐야 한다." (p.166)고 이야기 한다는 점은 나의 아이에 대한 교육을 위해 내가 앞으로 가져야 할, 배워야 할 습관일 것이다. 


유대인들은 "수수께끼를 교육에 적극적으로 활용" (p.90)한단다. 이것 또한 '질문'과 함께 창의적인 생각, 호기심을 자극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단다. 이러한 교육을 받지 못한 부모가 이런 교육을 하는 것 또한 엄청난 학습과 인내심, 그리고 의지의 관철을 위한 신앙심도 필요한 일일 거란 생각이 불현듯 스쳐지나 간다. 



* 종교는 교육의 근간.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유대인 사회에서 교육이 핵심은 종교적 의식과 교육이 한 맥락에 있다는 점이 아닐까. 작가에 따르면, 

유대인들은 "안식일에는 텔레비젼 시청은 물론 운전까지 금하고 철저히 집에 머물며 독서와 토론으로 하루를 보낸다."(p.51)고 했다. 종교적 의식을 치르는 것은 단순히 그 것을 지키는 자체에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실속에서 꿈꾸게 하는 (p.287) 유대인의 교육 방식은 현실화된 목표를 잡고 차근히 꿈을 이루어 가게 하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묘사된다. 그런데 이러한 유대인들의 합리적인 사고는 죽어서 가는 '내세'보다는 현실세계에서 이상적인 사회를 만드는데 더욱 관심을 두는 종교관의 영향이라고 고태욱은 다시 말한다. 


그들의 교육에 있어서 종교의 영향이 미치는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인정받는 유대인들이 꼽는 교육중에 "논리적인 언어사용과 글쓰기는 지도자가 갖춰야할 핵심 요건"(p.107)이라고 했다. 

유대인의 교육이라서가 아니라, 짧은 30여년의 삶을 살아보니, 스스로 절감하는 부분이다. 

꼭 말을 잘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말을 적절한 어휘를 사용해서, 적절한 상황에 하는 것이 중요할 뿐 아니라 어렵다.  고재욱은 책에서, 언어환경 수준을 높이려면, 세가지를 지키면 되다고 권고하는데,  

1) 가정에서 다양한 어휘사용

2) 추상개념 사용, 

3) 합당한 문장으로 표현

이다. 


이 중에 다시 내 눈길을 끌었던 설명은 바로 2)번. 

어쩌면 1)과 3)은 유대인 스스들에게도 노력이 필요한 부분일터, 

2)번은 신앙과 관련이 있다. 하나님의 존재를 떠올리는 훈련은 오래전 부터 그들의 일상생활에서 추상적 사고의 습관으로 자리잡아 왔던 것이다. 따로 교육을 위해 부모들이 학습하고 부모교육을 받고 적용해 왔다기 보다, 

그들은 이미 몸에 배어온 습관을 그대로 전수해 주고 있었던 것.... 

그래서 이미 유대인 부모가 가지고 있는 습관과 자질들이 마치 '교육방법'으로 소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쌈지돈은 기본, 경제의식은 필수

책을 읽으면서, 한가지 나 혼자 노력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말그대로 유대인들의 문화가 '부러웠던 점' 하나는 결혼식 축의금 전에 성년 준비 성금을 (p.204)을 모아주는 덕에, 

유대인 청년들은 쌈짓돈을 갖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에 당장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창업 등 다양한 진로를 모색할 수 있다고 하는 점이었다. 


결혼식까지 스스로 벌어서 부조금을 받아 신혼여행으로, 신혼살림으로 비용을 투자하는 것보다, 

성년이 되어 사회생활을 시작할때의 씨돈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점들이 공감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사람들과는 영원히 기회의 평등이라는 기준으로 비교조차 될 수 없지 않는가 말이다. 



이밖에도 많은 교육의 덕목, 목적, 혹은 방법들을 제시했는데, 

조부모에 대한 존경심으로 시작되는 공동체의식, 지식을 활용하기 위한 지혜의 중요성, 기부습관, 경제교육, 우정, 우애, 정직, 감사, 시간의 소중함, 검소한 삶,양보/사과, 실패의 교훈, 약속, 예의/질서, 문화적 다양성 이해 등이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보기도 하고, 문제가 되서 우리에게 뉴스로 전해지기도 했던 보편적 '선'에 대한 이야기다. 


지은이 고태욱은, 이러한 교육적 환경에서 나서 자라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하는 유대인들의 실례를 들어 공감을 더욱 이끌어 낸다. 




"평화로운 가정이 자녀교육의 기본"(p.68)

유대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전통적으로 한국을 비롯한 많은 문화권에서, 

그리고 현대사회에서도 가장 중요시 되는 자녀교육의 덕목일 것이다. 

부모가 자녀의 역할모델이 되어주는 것이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가장좋은 방법 (p.198)이라고 하는 것이, 

모르는 것이 아닐진대, 실천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그래서 명색이 극성 부모라는 이름을 가지려면, 

자고로, 자녀를 부모의 기대에 맞게 기르려고 땀흘려 노력하는 사람이 되려하기 보다, 

스스로에게 올바른 부모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반성하고 고치고, 

배우고 학습하고 훈련하고 실천마저 하는 사람이 되야 하지 않을까. 극성스럽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