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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W Festival LONDON] 세상속 외면된 사회를 공부하는 페스티발.

yyva 2013. 3. 20. 09:14

Women of the World Festival LONDON 을 다녀와서. 

http://wow.southbankcentre.co.uk/






런던에는 올해로 3번째, 해마다 세계 여성의 날 즈음하여 열리는 WOW 페스티벌(Women of the World Festival). 

첫 해에는 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약간의 의무감에 참가했었고, 

두번째 해에는 정신없이 런던을 즐기고 노느라 잊고 지나가 버렸고, 

올해는 일부러 찾아서 티켓을 사 놓고 기다렸다. 


학교를 마치고 한동안 관광객 놀이에 심취해서

시간을 지나치게 오래 보낸 것 같은 생각도 들고, 

그래서 잠시 놓고 있었던, 내 열정을 살려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이

들었는지, 어쨌는지, 왠지 다시 그곳으로 가서 이야기 나누고, 

그곳에서 수다떨고, 그곳에서 놀고 싶었는지도. 


제작년 페스티벌에는 런던이 처음이기도 하고, 

이런 큰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것이 어색하기도 해서인지, 

아무도 내게 관심갖지 않는데, 

왠지 영어로 나에게 질문 할까 걱정하면서 바싹 긴장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치만 그 와중에도, 

우크라이나에서 인신매매로 영국까지 넘어와서,

결국 자신을 상품으로 팔았던 범죄자를 신고하고, 고소해서

처벌을 받게한 장 본인과의 대화의 장에도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이 

기억에 남았다. 


방송에서 보던 모자이크 처리도, 목소리 변조도 없이,

피해자였지만 당당하게 자신의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용기있게 이야기하는, 이제 겨우 20대에 들어선 그 소녀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물론 그녀의 곁에는 변호사들과 헬렌 밤버(http://www.helenbamber.org/)라는 단체가 함께 했지만 말이다. 




사회학이라는 연구, 학문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접근하면 

어쩌면 세상은 팬시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이렇게 이론과 화려한 단어들을 지우고 말 할수 없고, 

현실을 직시하고 심장 떨림을 느끼지 않으면, 

나는 사회학이 그 진실된 목소리를 담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때, 

어떻게 보면 파란만장하지만, 어떻게 보면 온실속 화초처럼 자란 내가

세상을 외면하며 '공부'라는 것을 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사치라는 생각도 들었다. 




잠시 잊고 있다가도, 

이런 페스티벌에 오게 되면,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세상의 모습을 보게되는 횡재를 겪는다. 

말이 페스티벌이지, 거의 대규모 컨퍼런스에 가까운 모습이다. 

물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페스티벌에 걸맞는 노래와 춤 등의 공연이 함께 하지만, 

뭔가 느낌은 일반 페스티벌, 혹은 컨퍼런스와는 다르다. 


일주일 정도 진행되는데, 

주로 주중에는 저녁공연 위주로만 진행되고, 

금,토,일 주말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크고작은 세미나들이 즐비한 컨퍼런스가 이어진다. 

올해(2013)는 3월 8일, 9일, 10일, 이렇게 진행되었는데, 

날짜마다 조금씩 주제가 다르다. 

3일 패키지 가격은 30파운드, 

하루 패스를 따로 따로 사면 각 12파운드씩. 

내가 선택한 9일의 주제는 정치사회. 

하루만 즐기기로 했다. 




아침/점심/저녁 시간대로 1-2시간씩 섹션이 쪼개어 져서,

같은 시간대에 5-6개의 세미나들이 동시에 벌어지니, 

취향따라 관심따라 잘 골라 들어야 한다. 

다 듣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지만, 

뭐 스케줄이 그러하니.. 아쉬운 맘을 뒤로 하고 가장 흥미로운 주제로 골라 듣는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행사라 그런지, 

모든 주제가 흥미로워 보인다. 

첫 세미나로는 여성이 적은 분야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루어 가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들. 







The keys to the castle KEYS TO THE CASTLE

흑인 여성 우주과학자, Maggie Aderin-Pocock

최근 이집트 혁명의 주체가 된 여성 운동가, Ahdaf Soueif

영국의 유명한 여성 코메디언, Ruby Wax


(그날 강연 동영상을 올려두었네요. 링크 공유합니다. ^^)

http://wow.southbankcentre.co.uk/events/the-keys-to-the-castle/







Paying for poverty

여성들이 운영해 가는 사회적 기업 사례 이야기. 

인도에서 1972년부터 자기사업을 시작하는 가난했던 여성들의 조합운동과, 

영국 버밍험에서 "Who made your pants?"라는 이름으로 난민이나 가난한 이민자들에게 일자리와 교육을 함께하는 

여성 사회적 기업가와 만나는 자리.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과 기술, 전략 뿐 아니라 그들의 시각을 더 많이 배우게 되었던 자리. 





*홀 한쪽에서는 사회적 기업의 물건들을 파는 자판대 설치*



Women's Voices on war and peace - Zainab Salbi

특별한 만남으로 기억된다. 

유명한 사람이었는지 (나는 잘 인지하지 못했던) 세미나를 하는 장소가 꽤나 컸다. 

그 만큼 사람도 많았다. 

이라크 여성으로 자라, 전쟁속에서 살다, 미국으로 넘어와 전쟁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 

자이납은 Women for Women international 의 창립자다. 

전쟁통에 여성으로 살아야 했던 것은 남자의 것과는 다르다. 

(성)폭력과 차별의 희생자로 쉽게 노출되었고, 그렇게 되었다. 

그녀의 책 "If you knew me you would care" 제목에 일맥상통하는 교훈과 

자신의 전쟁경험, 그리고 그 이후의 운동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나누어 주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전달하는 것 만으로도, 

사회를 흔들 수 있는 힘이 된 다는 이야기들. 

희망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들. 

가장 강한 마음은 행복한 마음이라고,

 (Thes strongest heart is happy heart, it is not just wild strong heart or angry heart 

but embracing heart and understandable heart.)

지금, 여기 살고 있는 나를 되돌아 보게 하는 많은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내게 이렇게 다가오는 건, 이미 그녀가 주는 교훈의 증거가 되고 있었다. 

(강연 동영상: http://wow.southbankcentre.co.uk/events/womens-voices-on-war-and-peace-an-afternoon-with-zainab-salbi/)







Politics of divine

종교와 여성... 이라고 하면 가장 적합한 설명일까. 

이슬람, 유대교, 영국성공회를 대표하는 세명의 여성과 사회자. 

각 종교속에서 나타나는 여성상과, 현재를 그 종교속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와 생각들을 들어보았다. 

진리라는 경전에서 비춰지는 여성의 상을 지금의 여성상와 어떻게 맞추어 살고 있는지

여성의 역할이라는 것이, 성평등이라는 것이 과거의 그것들과 어떻게 상충하고 있는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진리인가 독트린인가. 진리도 시대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것인가, 절대적인 것인가?

종교를 가진 여성이라면, 한번쯤 고민해 봤을 문제들을 나눴다. 

성공회 비숍인 패널은 뼈있는 유머를 던졌다. 

"어떤 사람이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한 아주머니에게 물었습니다. 

왜 여성들이 항상 주류가 되지 못하는 교회에 그렇게 열심히 나가시냐고.. 

아주머니 왈, 

일주에 딱 그날 하루만 남자(목사)에게 감동을 받는 날이거든요." 




*패널들과 세미나 마다 빠지지 않는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화자* 




마지막 세션으로는, 

아침 세션에서 만났었던 코메디언 루비 왁스 (Ruby Wax)의 

"Out of her mind"

사람들이 쇼라고 했다. 

그래.. 마지막 세션은 조금 이지(easy)하게 가자...는 생각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 전 세션의 장소 바로 앞에 있는 곳이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도 귀찮았다. 

보이는 자리에 그냥 앉아 있는데 5분만에 그 큰 공간이 꽉 차버리고 사람들이 서서도 본다. 

나중에 알았지만, 꽤나 유명한 코메디언인가 보다. 







자기의 인생이야기로 쇼가 시작되었다. 

평범한 오스트리안 가족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 

스스로 영국으로 유럽으로 돌아오기를 선택,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주부생활, 

코메디언으로서의 성공, 

그 와중에 날아든 신경쇠약, 

기나긴 정신과 치료, 

늦은 나이에 옥스포드 대학에서의 뇌신경전공까지.. 


어렵고 힘들었던 혹은 절박했던 이야기들을 

웃음과 희망으로 전달해 주었다. 


"사람들은 다른 장기가 아프다고 하면, 

위로해주고 때로는 떼어주기도 하고, 연민을 느끼는데,

뇌가 아프다고 하면, 피하드라.." 


"사랑은 똑똑하고 잘 나가는 여자가 배관공이랑 결혼하게 만드는 힘이다" 


" 내가 공감하고 있다고 하면, 우리가 솔직한 자기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미쳐도 미친게 아니다."며 자신의 정신병 요양원에서의 이야기를 할 때는, 

정말 배꼽을 잡고 웃으며 들었지만 가슴에 많이 남았다. 

"내가 미친 이야기를 해도 같이 미친 사람들은 그 이야기에 공감을 한다"면서 자신이 그들과 "같은"사람이라는 걸 

느꼈을 때" 힘이 솟더라"고 했다. 누군가에게 공감이 되어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내가 정치적으로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면 '정치적인 행동을 해라'고 충고도 했다. 

내가 먹는 음식, 내가 구매하는 물건들 등, 여성의 소비력은 엄청난 정치력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건네기도 했다. 


인생을 토대로 이야기를 하다보니, 

정말 많은 분야의 다양한 주제들을 이야기 했다. 

웃다가 시간이 다 간것 같았지만, 

뼈를 담은 이야기들은 종일 귓가를 맴돌았다.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남편 혹은 아내의 수입과 상관관계있다는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설명할때는 

현시대의 성역할의 왜곡된 점을 집어 주어 쓴 웃음을 짓게 했다. 


중간 중간, 

오스트리안이라는 점을 이야기하면서 흉내내는 독일어는 정말 빵빵 웃음을 터지게 했고, 

독일어는 항상 마치 전쟁을 선포하는 것 같다는 둥, 

영국사람은 할말이 없으면 항상 "Would you like cup of tea?"를 외쳐대거나 날씨 이야기만 빙빙돌려 하고, 

자기의 미국식 발음은 영국의 연기학원을 다니면서 습득한 거라는 둥, 

웃음 포인트를 집어 역시 코메디언 다운 말 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와중에도 핵심을 잃지 않는 그녀의 능력은 참으로 닮고 싶은 부분이더라.. 




*홀에 마련된 여러단체들의 홍보 부스*




여러가지 핑계로 하루만 간 것이 조금 아쉬었지만, 

내년을 기약하면서.. 


영국이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제목에 걸맞게 '세계'의 여성이 참여하면 참 좋으련만, 

우리나라나 일본은 이미 선진국이라 스스로들 잘 하고 있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유럽의 관심이 거기까지는 뻗치지 않은 건지, 

동아시아(한국, 중국, 일본)의 이야기는 쏙 빠진듯한 느낌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다. 


아시아의 이주여성 이슈라든지, 북한 난민의 문제라든지, 

얼마전 UN Women 에서 발표한 여성폭력에 가장 심하게 노출된 동남아시아 지역의 문제들은, 

중동의 전쟁과 이슬람 속에서의 여성이라는 이슈보다는 덜 관심이 모아지나 보다. 

어쩌면 그런 정보의 소스를 제공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가 부족하거나, 

스스로 잘 하고 있는 아시아의 문제까지 거론하기에는 자신들의 역량을 의심한 걸까.







작년에는 WOW Boltimore 와 WOW Austria를 런칭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WOW Seoul은 어떨까 생각해 봤다. 

너무 학자들만 모이는 그런 심각한 컨퍼런스도, 

너무 유흥위주의 지나차게 놀이위주의 페스티발도 아닌, 

그 중간즈음의 대중들이 함께 모여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의 그런 행사로,

우리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대학 시절 월경페스티벌이라는 행사에 참가하면서,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메세지를 전달하던 (그 당시에는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생각이 나면서, 

요즘의 우리는 너무 전문적이거나, 너무 메세지 전달 위주이거나 하지 않나... 생각해 보았다. 

용어도 너무 색다르고, 아는 사람만 알고, 지식이 없으면 사용하기도 힘든 말들로 가득한 

그런 페스티벌은 사실 페스티벌이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 싶다. 


토론 속에서 지극히 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반박도 받아보고, 

서로 이야기도 나눠보고, 

무조건 적인 끼리끼리의 공감대 형성이 아니라, 

한 방향으로가 아니라,

양방향으로 이해의 공간을 더욱 넓혀가는, 

그러면서 지극히 '대중적'인 이 페스티발의 아시아의 참여, 

혹은 아시아로의 적용을 꿈 꾸는 것은 오바일까.. 

사실 우리가 그런 실적을 내기 위해서는, 

대중이, 말싸움을 잘 하는 것이 토론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의식을 버리고, 

잘 듣고 잘 대답할 수 있는 능력,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더 듣기를 원하는 솔직한 모습을 보여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그럴 수 있는 대중의 의식과 교양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말이다. 








10대부터 70대까지, 

여성남성 할것 없이, 

교수, 가정주부 할 것 없이,

말 그대로 누구나 와서 들을 수 있고 즐길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이런 행사가 참 좋았다. 

초대권으로 억지로 오는 그런 행사 말고, 

하루에 2만원을 써야 하지만, 기꺼이 오려고 하는 사람들 있는 이곳에서의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이런 행사. .




* 그날 티켓을 사려고 선 줄*



* 하루 패스 : 행사 다녀오니, 친구가 물었다. "어제 클럽다녀왔어?" ㅋㅋㅋ 남산만한 배를 가지고 어딜 다녀왔냐구? *




엄마와 딸이 함께 와서 다른 세미나를 듣고, 

커피를 앞에 두고 서로가 참여한 세미나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앞으로 내가 우리 아들과 딸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그림이기도.. 


내 아이들이 자랄때 쯤이면, 

우리나라에서 나같은 평범한 사람도 그런 그림을 그리고 있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