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en of the World Festival, WOW Festival 2018.
시간을 먹어버린 듯, 나의 시간은 너무 빠르게 지나갔지만 잊은 적은 없었다.
WOW Festival 을 첫 해에 참가하고 나서 3회때 만삭을하고 다시 참여했을때는 일상에서 잊혀졌던 것들을 끄집어 내는 시간들이었다면, 다시 5년이 흘러 참석했던 행사에서 두아이의 엄마가 된 나는 나도 모르게, 어쩌면 자연스럽게 형성된, 좀 더 뚜렷하고 노련해진 나의 시각을 찾게 된 시간들이었다고 평가를 해본다.
2018년 3월 9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는 주 (3월 8일)를 맞아 2011년 이후 매년 Southbank Centre 에서는 Women of the World Festival 을 개최하고 있는데 매년 갈 수 있는 기회를 엿보지 못하고 있다가 드디어 5년만에 정신을 차리고 시간을 만들었다. 마치 경력이 단절되어 있던 한 엄마가 다시 일자리를 찾은 듯한 기분을 하고 아침일찍 부터 서둘러 기차를 탔다.
그 사이 나는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다. 나의 위치, 역할, 생각, 비전, 꿈에 대한 나의 생각들까지 아이를 둘 낳고 키우면서, 남편과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큰 아이가 학교에 가면서 교육을 비롯해 아이가 자라날 세상에 대한 관심은 이전의 내가 세상을 보는 눈과는 또 다른 것이라고 먼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지 내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변하고 있었다는 것. 행사는 이전의 포맷과 비슷하게 진행되어서 크게 다른 감은 느끼지 못했지만 나의 태도가 달라서인지 참여했던 세션들이 그 전과는 다르게 붕떠있거나 의미로만 뒤덮힌 모호한 개념들보다는 더욱 현실적으로 피부에 와닿고 실질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 신선하고 감사하다.
아침 9시 반부터, 5개의 세션을 10분씩 쉬어가며 마치 대학 수업을 듣듯이 열심히 참여했다. 하루 패스 30파운드의 비싼 요금도 한 몫을 하기도 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관심이 섞이지 않으면 이야기해 볼 수 없는 주제들의 나열이라 하루에 많은 욕심이 들었다.
참여했던 첫번째 주제는 : Power , Purpose and Progress
두번째 : International Activism.
세번째 : We don't need No Sexist Education.
네번째 : A brave new age of Business.
다섯번째 : The real lives of Business Sheros.
사회변혁의 1번은 단연 '교육'이라고 생각했던 건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오랜시간 나의 머리속에 있었던, 지금도 자리하고 있는 생각이다. 거기에 한 마디 덧 붙이자면 '인성 교육'이랄까. 덕목교육이랄까. Value based education. 인성을 갖춘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우리가 꿈꾸는 이상세계라는 것이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이번 나의 관심사는 교육, 사회운동, 그리고 경제활동이었다. 우리의 삶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우리는 형성해 가고 있다고 할 수도 있을 만큼 사람들의 삶에서 떼어져 있지 않다. 그런 취지에서 고른 세션들이었다.
각각의 세션에서 내가 인상깊게 생각했던 말 들과 정보, 그리고 나의 생각들을 정리해보다면 아래와 같다.
"Opening Talk" : Power , Purpose and Progress
Helena 의 책 'It's good time to be a girl'. - 현재는 3가지 시대적 혜택으로 성평등을 외치기 좋은 시점이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 인터넷 시대는 우리에게 아주 효율적은 툴을 제공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누구든 볼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볼 수 있고 반감을 느낄수도 있다. 유명한 사람이나 권력이 있는 사람이나 아니거나 인터넷은 동등한 공간을 제공해준다.
2) 현대의 젊은이들은 work and life balance를 원한다. 죽기살기로 커리어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해야하는 패턴을 지양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일도 하고 즐기기도 하고. 이런점은 남성이 커리어에 남고 여성은 뒤쳐지는 형태의 일터의 문화를 바꾸어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3) 100세 시대. 우리의 커리어는 이제 하나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하나의 은퇴가 있다면 다른 하나의 시작이 될 수 있는 시기를 겪게되는 세대가 될 것이다. 이런 점은 여성들에게 인생을 나누어 커리어를 쌓아가는데 좋은 기회가 된다. 경력이 단절되는 것이 단지 육아 때문만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여성이나 남성 모두에게 적용될 것이다. 육아를 위해 3-4년을 투자한다해도 우리는 새로운 일을 찾을수 있고, 점차 나이는 무의미해 질 것이다. 육아가 아니더라도 하나의 커리가 끝날즈음 우리는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하는 세대가 될 것이다. 남자든 여자든.
9명의 자녀를 둔 그녀는 자신의 커리어가 남편의 것보다 더 유리하다고 생각해서 기존의 성역할을 바꾸었다. 남편은 육아를 했지만 그것은 그의 커리어가 되었다. 이전의 것에서 바뀐것이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다른 커리어로 살아갈 시간이 또 너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야기들이 성평등을 향한 변화의 세상에서 긍정적인 희망으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랬다.
여러명의 발제자 들이 나와서 많은 이야기들을 했다. 여자아이들에게 여권에 대한 개념을 가르치고 더욱 힘을 실어주는 일의 중요성, 여성으로서, 남들과는 다른 사람으로서 자신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꿈을 찾고 이루기 위한 의지를 키우는 일(What is your life goal for the world)의 중요성, 일상적인 차별이 당연한것이 아니라며 태클을 거는 자세, 나는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자신감을 키워주는 일이라는 것. (I'm unusual.) 다양성은 발전을 가져오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은 많은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내용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Diversity brings more development, Diversity matters in many ways.) 성차별 뿐 아니라 인종, 계급, 종교 등등으로 인한 차별로 겪게되는 현실에 맞서는 태도의 정당성을 이야기했다.
아이슬란드에서 1975년 10월 23일 90%의 여성들이 일하지 않는 하루를 보내면서 파격적인 성평등 인식에 대한 변혁이 이루어 졌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우리가 용기내지 않았다면 의미를 이해시킬 수 없었던 일들일 것이다. 한 여성 정치지도자 (아이슬란드 대통령 선거 후보) 의 말이 마음에 남았다. "Now we need more humble leaders than over confident one." 그녀는 How will you serve? 라고 물었다. Humble Service. 그것이 미래 지도자들이 갖추어야 하는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대선 캠페인의 좋은 성과를 가져다 준 근거라고 이야기했다.
한 여성이 태어나, 단순히 한 남성을 위해 살고, 그를 만족 시키기 위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시대에서 우리는 이미 크게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음을 이야기하면서, 나는 세계를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앞으로 살아갈 아이들을 위해서 어떤 삶을 보여주어야 하는가. 나는 어떻게 살 것이가. 나는 어떻게 남을, 세계를 존중하며 더 나은 목표를 위해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발제자들은 강조했다.
Let them serve themselves. Respect them, not work for them. 라는 말이 문득 머리를 스쳤다. 인생의 말년을 살아가고 계신 엄마는 남편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내가 '하지 않는 것'이라고 늘 이야기를 하셨다. 그 시대의 아버지들을 듣는 다면 야박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지금의 남성들이 들어서 기분나쁜말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가정내에서의 성역할의 구분이 사랑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둘 모두에게 얼마나 족쇄가 되고 고통스러운 일인지 많은 여성들이 증언하고 토로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여성으로의 내가, 가족이라도, 내가 그들(남편과 아이들)의 뒤치닥거리(그들이 해도 좋을일)를 하는 것으로 나의 존재를 인정받는다고 느끼거나 나의 필요성, 크게는 삶의 목적을 둔 것처럼 살아갈 때 그들도 나도 깨어나지 못한다는 점을 나는 새로운 세대의 엄마, 아내로서, 여성으로써 꼭 기억해야 할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너무 자연스럽게 어머니들이 살아온 삶을 살아가면서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안에서 느끼는 어려움과 고통을 '공유' 또는 '수다' 하면서 스스로 '위로' 하면서 삭혀버리는 어리석은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생각한다. 부부는 각자의 삶에서 세상을 향한 비전을 그리고 각자의 인생을 산다. 그리고 서로 그 삶을 응원하고 돕는다. 그리고 사랑한다. 자녀들은 그런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다르지 않은 '모'와 '부'의 삶을 배운다. 그것이 성평등 교육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다른 세대의 내 아들들을 키워야 한다고 그 날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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