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says

내리사랑.

yyva 2013. 8. 24. 19:21

아들이 태어나고 이제 벌써 4달을 넘기고 있는데..

부모됨이라는 것이 책임이 클줄 알았더니, 아직까지는 기쁨이 큰 일이었다. 

매일 아침 살짝 부은 얼굴로, 

아직은 덜 깬 목소리로 옹알이를 하며 

발가락을 잡고 뒹굴뒹굴 놀고 있는 아들을 보고 있으면, 

사랑이 샘솟는다. 


이쁘다고 물고 빨고 안고 뒹굴고, 아침부터 난리다. 

이러고 있는 나에게 남편이 묻는다. 


"이렇게 애지중지 키웠는데, 나중에 우리는 나몰라라 하고 자기 마누라만 챙기면 어떻게 해?"

자기 부모님 생각이 나서인지, 

진짜 우리의 미래가 걱정이 되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담에 커서 지 마누라 사랑해 주라고 이렇게 애지중지 키우는 거야."

쿨하게 답했다. 


사실, 마누라랑 지지고 볶고 싸우는 아들보다는, 

여우같은 마누라, 토끼같은 자식들 사랑하는 남편, 아빠가 되는 아들이면 좋겠지 않겠나...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그러니까 당신도 어머님 한테 잘해..." 



돌아보면 남일이 아니다. 

아들얼굴 보고 있자니 나도 오늘 유난히 엄마아빠 생각이 많이 난다. 


자고 있는 아들 얼굴을 뽀뽀를 하면서, 

어릴 적 아직 잠에서 덜 깬 내 얼굴에 양쪽에서 뽀뽀하시던 엄마아빠의 그 느낌이 

새록새록 기억이 나고, 


아들을 안고 어르고 하면서,

내가 울면 다 컸는데도 나를 무릎에 앉히고 달래고 안아주고 하던 엄마아빠 품이 느껴지는 듯하다. 



어쩌면 우리는 부모에게 '사랑 빚'을 지고 사는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는 그 빚을 자식에게라도 갚으며 살아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걸 우리는 내리사랑이라고 부르는 지도 모르겠다. 


나만 보면 웃음 짓는 아들, 

나한테 쭈쭈달라고 애교부리는 아들, 

울다가도 내 얼굴 보면 뚝 그치는 아들, 

내 등에 업혀야 잠드는 아들 보면서, 사랑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그런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들면 들수록, 묘하게 부모님을 향한 사랑이 다시 샘솟는다. 

마치 내가 엄마아빠에게 애교를 부리던 그때로 돌아간 듯, 

엄마아빠의 굳건한 사랑이 나를 향해 있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끼면서 말이다. 



나도 항상 사랑해요, 엄마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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