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says

딸 바보.

yyva 2013. 9. 16. 06:40

아침에 외출을 하려면 혼이 나갈 만큼 바빠졌다. 

오늘 같이 오후에 일정이 있어 늦게 들어올 계획으로 아침에 나가는 날이면, 

(사랑이 낳고 거의 처음임) 

더욱 그러하다. 


집안정리를 끝내고, 나도 준비하고 신랑도 하고, 사랑이까지 준비를 시키고, 

돌려져 있는 빨래까지 널고, 문단속을 하고 문을 나섰다. 

사랑이 짐만 한 차 가득이다. 그래도 떠나고 나면 항상 뭔가 놓고 온다. ㅠㅠ 


정신없이 차에 올랐는데, 

길은 왜 이렇게 막히는지.. 

잘 가다가 사랑이는 뭐가 맘에 안들었는지 카시트에서 엉엉 울어댄다. 

법이고 뭐고 꺼내 안아서 달래고..


날도 선선한데 진땀을 뺀다. 

이럴때 서로 이야기 잘못 꺼냈다가는 싸움 날 것 같아,

신랑과는 이야기도 하지 않고 조용히 사랑이의 칭얼대는 소리를 라디오 삼아 함께 듣고 있었다. 



"카톡"

카톡이 울렸다. 

뭔가 급한일인가 싶어 한손에는 사랑이, 

한손으로 폰을 집어들어 확인해 보는데,

아빠다. 


'지금 도전 골든벨 너네 ㅇㅇㅇ여고 나온다' 

하신다. 

문득 여고시절이 머리속에 스친다. 

어떻게 변했을까. .. 생각하면서.


'그립네요, 우리학교' 

했다. 


정신없던 아침 생각은 어디가고 

마음이 순식간에 그때 그 시절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시 카톡이 울렸다. 


아빠는,

'예쁜애들만 나왔는데 너보다 안예뻐' 

하셨다. 


ㅋㅋㅋㅋㅋ

아빠. 

역시 우리아빠. 


피식 웃음이 나면서 순식간에 행복감에 사로 잡힌다. 

나이 서른중반에 들어선 딸에게 

고딩들보다 더 이쁘다 하시는 우리 아빠. 

원조 딸 바보다. 


잠좀 더 자겠다며 아침에 입고갈 교복을 입고 자던 딸

차마 깨우지 못하고 머리맡에 앉아 바라보시던 아빠. 

아침에 밥 못먹고 간다고 국에 밥 말아 따라다니며 먹이시던 아빠. 

목욕하고 나와 티비앞에 멍때리고 앉아 있으면, 

드라이기, 수건 들고 나와 머리 말려주시던 아빠. 

저녁 으스럼 아이스크림 사러 가자고 나랑 함께 산책하시던 아빠.


고딩때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우리 아빠, 돌아보니 요새 딸 바보 저리 가라다. 


엄마 이야기 들어보니, 

어릴때는 더 하셨단다. 

회사에서도 딸 보겠다고 칼퇴근은 물론이요, 

퇴근길에 마중나와 '아빠!!' 하며 두 팔벌려 뛰어오는 딸 이쁘다고 사진 찍어 두셨다. 

내가 운다고, 앞에 앉혀 운전도 하시고, 

회사에도 데려가곤 하셨단다. 

당시에는 비싸다는 '김민제 원피스' 사다 입히시고, 

4살 무렵 그대로 시간이 멈추면 좋겠다고 매일 깨물고 계셨단다. 

유치원에도 아빠가 손수 머리빗겨 보내시고, 

나는 울때 마다 엄마보다 '아빠~아빠~' 부르며 울었단다. 

그럴 법도 하다. 


돌아보니, 아빠는 오빠들에게 처럼 내게 큰소리 한번 치지 않으셨다. 

언젠가 한번 내가 늦게 들어온날, 

도끼눈으로 나를 한번 바라보셨는데, 

그 모습이 무서워서 엉엉 울어버린 적이 있었다. 

다시는 늦지 않겠다고 울면서 이야기 했었다. 

아빠는 많이 화가 나셨던것 같았는데, 우는 나를 달래셨던 기억이 난다. 


예쁜 연예인이 나오면, 

그 연예인이 나 닮아 이쁘다 하시고, 

팔불출 아빠 소리에도 굴하지 않고 딸자랑 만발이시다. 


그래서 나는 아빠에게 

이쁜 딸, 자랑스러운 딸 되려고 더 열심히 살았나 보다. 

지금도 아빠가 우리 딸 자랑스럽다~ 하시면, 

나를 되돌아 본다. 

나, 정말 자랑스러운 딸이 되게 지금 이 순간 노력하며 살고 있나... 


딸 바보 아빠가 있어서,

나 이렇게 행복하게 큰 것 같다.


.

.

.

신랑한테 아빠의 카톡 이야기를 하니, 

'아빠와 딸, 그 맛에 사시는 거지.' 

웃는다. 


사랑해요. 아빠. 

더 자랑스럽고 이쁜 딸이 될께요. 

제게 딸 바보 아빠는 행복이예요.

감사해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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