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하이드 파크로 16개월 아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 앞에 뭔가 설치미술을 전시해 두었는데,
그 공간을 카페로 꾸며 놓았다.
(http://www.serpentinegalleries.org/exhibitions-events/serpentine-galleries-pavilion-2014-smiljan-radic)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니,
아들내미, 엄마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드러 눕는다.
아장 아장 걷는 것 같더니만 이내 드러 누워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일어나서 걷는 가 싶더니, 다른 아이들이 노는 곳에 들어가 드러 눕는다.
약간 나이가 더 있는 아이가 오더니,
우리 아들 하는 걸 보고 고대로 따라한다.
이내 또 그 아이의 형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와서 따라 눕는다.
나야 뭐 우리 아들 이러는데 한두번이 아니니 초탈 한지 오래라
반응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
금새 자기가 아니다 싶을 때 털고 일어나 또 이리저리 뛰어다니거나,
더 흥미로운 곳을 찾아가는 것이 레파토리이니, 위험하지만 않으면 기다리는 것이 상책.
근데, 이 아이들 부모는 무슨생각일까.
나랑 비슷한 걸까 싶어 주변을 둘러보는데,
내 옆에 어떤 할머니 이미 팔짱 끼고 거기 계신지 오래인듯.
아이들을 보고 단연 할머니 미소 짓고 계신다.
"They have their own plan in their head."
(머리속에 자기들만의 계획이 있는 거예요.)
"Oh, yes."
(그렇죠.)
먼 소리인가 잘 이해하지 못한채 얼렁뚱땅 대답을 하고 나도 그냥 멀뚱하니 그 할머니를 따라
아이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It's like performance."
(꼭 행위예술 같네요. )
이상하게 드러누운 16개월짜리 아이가 더러운 바닥을 청소하는 듯한 몸부림을 언제까지 봐야하나,
저 아이들은 우리 아들의 이상한 행동을 언제까지 따라하고 있을 것인가,
저 아이들의 부모는 언제까지 저 아이들을 그냥 보고만 있을 건가.. 생각하다가,
멋쩍어 이야기를 건냈는데, 할머니의 대답이,
"It's not LIKE performance. It IS performance."
(이건 행위예술 같은게 아니라 행위예술이예요.)
먼가 심오하면서 웃겼다.
그렇지만 웃을 수는 없었다.
그게 정말 행위예술일거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 옆에서 행위예술을 논하던 할머니는 아이들의 할머니였나 보다.
우리아들이 일어나 저 멀리 잔디밭으로 뛰어가니, 아이들은 엄마아빠에게로 돌아갔고, 그 뒤를 할머니 할아버지가 따랐다.
공연은 끝났고, 할머니는 우리아들을 극찬하며 뒤돌아 서며 앞서 가드니, 나에게 굿 럭(Good Luck!)을 외쳤다.
문득 문득,
이 날의 기억을 떠올린다.
아들이 밥을 먹지 않고, 수저로 국을 떠서 반찬위에 뿌릴 때,
한손에 옥수수를 들고, 옥수수위로 다른손에 쥐어진 물컵을 뒤집어 물을 부을 때,
물통에 물을 한껏 빨아 입에 물고 있다가 앉아있는 엄마 발 위에 물을 뿜어 내고 티없이 맑은 미소를 지어 보일 때,
더러운 흙을 작은 주먹에 쥐고 엄마에게 고이 선물하듯 전해줄 때,
...
그럴때,
이것이 행위예술이었다면, 난 그렇게 화를 내지는 않았겠지.
돈내고도 이상한 (?) 행위들을 보러 다니는데,
나는 매일 집에서 감상하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문득,
한 아티스트가 16개월난 아이의 행동을 하얀 벽이 둘러싸인 갤러리에서 하고 있다면,
훌륭한 행위예술이 되지 않을까 생각도 해 본다.
새로운 시각과 다른 접근은 왜 그렇게도 심오하고 복잡하게만 생각하고 있는 걸까.
하루하루 나의 삶에서 그렇게도 나를 둘러싸고 있는데, 왜 학교에서, 갤러리에서, 도서관에서만 찾으려고 하는 걸까.
한 순간만 여유를 부린다면,
오늘도 나는 너랑 이렇게 밥 한수저를 가지고 실랑이를 하지 않을텐데 말이지.
오늘은 엄마도 마음의 여유를 두고, 너의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화 대신 웃음이,
복잡함 대신 신섬함이 밀려든다.
고맙다. 아들.
단지, 엄마 정신이 이상해지는게 아니길.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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