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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클라스 (Antenatal Class) : 분만 준비 2 -파트너의 자세

yyva 2013. 3. 1. 16:00

일주일이 정말 빨리 간다. 

두번째 시간에 가니 익숙한 얼굴들이 반갑다. 


지난주에 이어서 분만에 대한 수업이다. 

오늘은 '분만의 고통을 줄이는 법'을 알려준다 하신다. 

완전 기대. 


뭐 여러가지 대충 들은바는 많지만,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고, 

영국에서는 어떤 옵션들이 있는지 모르니 오늘은 초 집중 자세!


수업이 시작하자마자 세곅 각국에서 온 이 출산 대기자들의 

자기 나라 출산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뭐 특별한 것들이 많지 않았지만, 

정말 충격적인 것 하나는 불가리아. 

그 분의 이야기가 맞다면, 

거기는 30세 이상은 모두 노산으로 '무조건' 선택없이 제왕절개를 한다는 것. 

동유럽 아이들이 10대에 정말 미모가 절정에 이르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렇다고 30세를 노산이라고 할 것 까지야. .그렇게 노화가 빨리 오나? 


난 한국의 유별난 출산문화를 이야기 하지 않았다. 

산후조리원을 설명할 자신도 없었거니와, 

조금 유별날 뿐이지, '이해 못할' 문화는 아니지 않은가.. 

우리도 선진국, 영국이랑 기본적으로 비슷하다고 말했다. 

적어도 우리에겐 선택권과 고급 기술이 있잖아.. 라고 생각하며. 




네개의 그룹으로 나눠서 분만진통을 줄이는 방법의 장단점을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미 알고 있는 사람,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섞여 있었지만, 

그룹 안에서 토론을 하다보면, 정보가 자동적으로 얻어진다. 


네개의 팀은 네가지 방법을 주제로 했다. 


1) 무통주사 (Epidural) 

2) 수중분만 (Water labour)

3) 에어와 가스 (Entonox)

4) 대안법 (Tense machine etc.) 


우선 영국 NHS에서는 기본적으로 무통주사나 제왕절개나 인공적인 출산 방법을 

지양하기 때문에, 흐름 자체가 자꾸 에어가스나 대안법들을 강조하는 쪽으로 이끌졌다. 

물론 참여하는 사람들이 영국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라 그런지, 

여기 유행이 그런지 모두 무통주사를 기피하는 느낌이랄까. 




무통주사에 대해 이야기 하는 팀이 내어 놓은 의견은, 

장점은 통증을 없애는 효과가 아주 좋다는 것, 

단점은 출산후 하반신 마비나 감각이 없어지는 부작용이 있다는 것, 

아이가 나오는 시점을 구분하지 못해서 힘을 주라고 하는데도 힘을 어느때에 줘야 하는지 몰라 

분만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

그것 때문에 아이에게 산소공급이 잘 안될 수도 있다는 것, 

허리에 맞아서 분만시 움직임에 불편함이 있다는 것, 

등등 많은 무서운 부작용을 이야기 했다. 


사실 한국에서 온 친구들이나 산모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무통 주사를 극찬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와서 당연 나도 무통주사가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듣고 보니 무섭다. 

왜 다르게 이야기할까... 

이것도 역시 비용 문제 때문일까? 

여기 의사들은 제왕절개를 해도 자연분만을 해도 다 월급이지만, 

우리네 의사들은 비용이 다르니 왠만하면, 제왕절개를 하는 것이 

서로 편하고 좋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렇게 의사들이 이기적인 걸까? 아니면 의학적으로 그게 정말 좋은 선택인 걸까? 

자연적인 것을 고집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인 것일까? 

많은 통계들이 나오지만, 결국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니, 고민이 된다. 

제왕절개나 무통주사를 이용해서 아이를 낳는다고 해서 

아이가 특별히 이상한 것도 아니고, 병이 많은 것도 아니고, 

자연분만을 한다고 해서 그 가능성이 더 줄어드는 것도 아닐텐데... 

좀더 시간을 두고 고민해 볼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수중분만은 한참 유행을 하다가 여기서도 주춤하는 추세인가 보다. 

아주 극도로 건강하고 분만의 위험이 가장 낮은 사람들에게만 추천하는 방법이란다. 

대개 집에서 출산하거나  미드와이프 센터에서 출산할 수 있고, 

병원에 시설이 있으면 병원에서도 선택해서 수중분만으로 출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수중 분만을 하는 경우에는 무통주사를 맞을 수 없고, 

미드와이프의 도움도 많이는 받을 수 없는 환경이라고 했다. 

물속에 들어가서 분만을 하는 사람은 산모일뿐. 

나의 선택을 아닐 듯. 




에어가스(Entonox)에 대한 정보가 솔깃했다. 

우선 단점은 무통 주사에 비해 진통을 덜어주는 효과가 덜하다는 것, 

그러나, 우선 산모나 아이에게 부작용이 없는 50%가 산소로 되어 있다는 점. 

진통을 어느정도는 느끼니 출산을 할 때 제때에 힘을 주어 자연 분만을 원만하게 이루어 준다는 점 등이 

제시되었다. 

집에서 낳게 되는 경우는 가스통을 미드와이프가 3개정도 밖에 들고가지 못하니, 

무한대로 쓸 수는 없지만, 

병원에서 낳는 경우에는 파이프로 연결되어 있어 무한대로 이용 가능하단다. 

한국에서는 들어본적이 없는데, 이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니, 

아무 문제 없어 건강하게 자연분만을 하게 된다면, 이게 가장 좋은 옵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우리팀에서 토의한 대안법으로는 

텐스 머신(Tense machine)이라는 기계를 통한 진통 감소 시키는 법, 의사의 처방이 필요없는 기계다. 

마사지, 침, 아로마 테라피(금지된 향들이 있단다, 미드와이프와 미리 상담하라고 한다. 권장하지 않는 방법), 

노래하기, 춤추기, 소리지르기, 부수기 등등 웃기고 다양한 의견들도 나왔다. 

미드와이프는  단순히 소문인 것들, 사실, 경험등을 토대로 이야기들을 정리해 주었다. 





쉬는 시간이 지나서 우리는, 

분만 당사자와 출산 파트너로 나뉘어 토론을 시작했다. 

분만시 산모에게 필요한 것들, 산모들은 파트너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거꾸로, 

출산 파트너들은 어떤 것들을 하도록 요구 받아질까, 또한 그런 요구들을 위해서, 

그들은 무엇이 필요한가 등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종이에 토론결과를 적고 서로 공유하는데, 

역시 당사자와 파트너들의 생각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르다는 걸 새삼 느꼈다. 


산모들로 구성된 우리 팀에서는 분만중 파트너로 부터 우리가 필요한 것은, 

긍정적인 자세, 말투, 나를 힘이 나게 하는 이야기 등의 심리적 서포트와, 

물, 먹을것, 마사지 등의 물리적인 서포트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를 위해서 파트너들이 출산에 필요한 것들을 산모에게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파트너 스스로가 정보를 찾고 공부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챙겨주는, 서포트해주는 역할을 주체적으로 하길 원한다고 결론지어 이야기했다. 





출산 파트너들은 자신이 어떤 것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이론적으로는 잘 언급했다. 

예를 들면, 산모들이 이야기했던 심리적, 물리적 서포트와 같은 사항들.. .

그에 더해서, 스스로 참을성이 있어야 하고, 스트레스를 잘 해소할 수 있어야 하고, 

스스로를 잘 진정시켜야 하고 등등. 


그렇지만 현실적인 한 파트너 께서 이런 지적을 했다. 

"막상 현실로 다가오면, 무엇을 어디서 부터 해야 하는지 잘 모를거다. 

우리가 출산 파트너(Birth Partner)로서 우리의 역할을 잘 하려면, 우리도 정보를 잘 제공받아야 한다." 고. 


그들도 출산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산모와 미드와이프가 항상 인지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막상 분만이 시작되었는데,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의사나 미드와이프가 산모에게만 정보를 전달해 준다던지, 

산모의 상태가 어떤지 의사만 파악을 하고 있다던지 하면, 

파트너들은 적절한 상황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일리 있는 이야기다. 

그리고, 고통이 심해진다고 해서 자신들을 너무 막 대하지 말라(no abuse)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ㅋㅋ


그렇게 적극적인 남자들의 모습에 사실 난 감동했다. 

출산에 '참여해야 하는 파트너'의 모습이 아니라, 

'참여하고 싶은 파트너'의 모습이여서 그랬으리라. 


더 나아가서, 

육아에 대한 생각도 그처럼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희망해 보았다. 

우리가 대부분 육아를 '도와주거나' '해야 하는'일들도 생각하기 보다, 

'하고 싶은' 일들로 생각하면, 부부나 아이나 모두다 행복한 시간들이 되지 않을까. 


진지하게 임하는 파트너들의 토론장 속에 우리 신랑이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이 문득 다행이다 싶었다.

분만을 위해 이렇게 시간을 투자해서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 볼 시간이 얼마나 있을까. 

나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 보는 이 시간이 난 참 감사했다. 

물론 내가, 자신이 겪지 않는 고통을 바라만 봐야 하는 파트너들의 입장도 고려해 보는 좋은 시간이기도 했다. 

마치 나 자신도 분만이 나만의 일이고 나를 중심으로, 나만을 위해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접었다.

집에서도 책을 보거나 정보를 알게 되면, 항상 공유해야 되겠다 다시 생각했다. 


손을 잡아 준다던지, 눈을 맞추어 준다든지 하는 등의 낭만적이 코멘트도 이어졌다. 

그런 파트너가 역할을 그렇게 기대에 맞추어 잘 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서는 

파트너들도 잘 먹고 잘 쉴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ㅎㅎ

한 웃긴 아저씨는 계속 음식이야기를 끊이지 않고 했다. 

배고프면 욕먹고 맞을때 더 기분이 나쁠거라며.. ㅎㅎㅎ 





재미난 두시간을 끝내고 나니, 

분위기는 더욱 화기 애애해 졌다. 

다 같은 병원에서 출산하는 엄마들이고 출산 시기도 비슷하다보니, 

이런 모임이 심리적으로 더 안정을 주는 것 같았다. 

수업이 끝나고는 여러가지 정보도 공유했다. 

배가 크니 작니 하면서 문제가 있으면 어디로 가보고, 뭐는 뭐가 좋고 나쁘고 하는 이야기들을 한다. 


임산부 클라스. 

이거 한국에도 있나 모르겠다. 

엄마한테 이야기했더니, 세상 좋아졌다며, 사위가 고생이란다. ㅎㅎ 


엄마, 사위도 완전 즐기고 있어요. 걱정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