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says 19

행위예술

행위예술. 얼마전에 하이드 파크로 16개월 아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 앞에 뭔가 설치미술을 전시해 두었는데, 그 공간을 카페로 꾸며 놓았다. (http://www.serpentinegalleries.org/exhibitions-events/serpentine-galleries-pavilion-2014-smiljan-radic)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니, 아들내미, 엄마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드러 눕는다. 아장 아장 걷는 것 같더니만 이내 드러 누워 이리 뒹굴 저리 뒹굴.일어나서 걷는 가 싶더니, 다른 아이들이 노는 곳에 들어가 드러 눕는다. 약간 나이가 더 있는 아이가 오더니, 우리 아들 하는 걸 보고 고대로 따라한다. 이내 또 그 아이의 형쯤..

real essays 2014.10.06

딸 바보.

아침에 외출을 하려면 혼이 나갈 만큼 바빠졌다. 오늘 같이 오후에 일정이 있어 늦게 들어올 계획으로 아침에 나가는 날이면, (사랑이 낳고 거의 처음임) 더욱 그러하다. 집안정리를 끝내고, 나도 준비하고 신랑도 하고, 사랑이까지 준비를 시키고, 돌려져 있는 빨래까지 널고, 문단속을 하고 문을 나섰다. 사랑이 짐만 한 차 가득이다. 그래도 떠나고 나면 항상 뭔가 놓고 온다. ㅠㅠ 정신없이 차에 올랐는데, 길은 왜 이렇게 막히는지.. 잘 가다가 사랑이는 뭐가 맘에 안들었는지 카시트에서 엉엉 울어댄다. 법이고 뭐고 꺼내 안아서 달래고.. 날도 선선한데 진땀을 뺀다. 이럴때 서로 이야기 잘못 꺼냈다가는 싸움 날 것 같아,신랑과는 이야기도 하지 않고 조용히 사랑이의 칭얼대는 소리를 라디오 삼아 함께 듣고 있었다. ..

real essays 2013.09.16

내리사랑.

아들이 태어나고 이제 벌써 4달을 넘기고 있는데..부모됨이라는 것이 책임이 클줄 알았더니, 아직까지는 기쁨이 큰 일이었다. 매일 아침 살짝 부은 얼굴로, 아직은 덜 깬 목소리로 옹알이를 하며 발가락을 잡고 뒹굴뒹굴 놀고 있는 아들을 보고 있으면, 사랑이 샘솟는다. 이쁘다고 물고 빨고 안고 뒹굴고, 아침부터 난리다. 이러고 있는 나에게 남편이 묻는다. "이렇게 애지중지 키웠는데, 나중에 우리는 나몰라라 하고 자기 마누라만 챙기면 어떻게 해?"자기 부모님 생각이 나서인지, 진짜 우리의 미래가 걱정이 되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담에 커서 지 마누라 사랑해 주라고 이렇게 애지중지 키우는 거야."쿨하게 답했다. 사실, 마누라랑 지지고 볶고 싸우는 아들보다는, 여우같은 마누라, 토끼같은 자식들 사랑..

real essays 2013.08.24

결혼, 연애를 많이 해봐야?

남자를 많이 만나봐야, 연애를 많이 해봐야 좋은 사람 잘 고를 텐데..뭐 서른이 다 되도록 제대로 된 연애 한번 못해보고,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할 수 있을 까요? 가끔 나같은 사람에게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깊고 오랜 사랑을 원한다면, 한 사람을 향한 진심과 노력에 집중을 하는 것이 생산성있지, 많은 사람과의 밀당이 혼재하는 수 많은 연애 경험에 투자하는 것은 손해이지 않냐'고 말한다. 물론 연애 그 자체를 좋아하고, 결혼이 목적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이야기지만 말이다. 연애.. 연애를 많이 해봐야 결혼을 잘 하나..인생좀 오래 사셨다는 분들은 다들 공감하시겠지만,이건 복불복일 듯. 그리고 이건 순전히 연애의 목적이 영원한 동반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real essays 2013.06.30

부부가 사랑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부모의 모습.

요즘 블로그가 부모-자식에 대한 단상들이 많다.나는 지금 '부모되'기 챕터 속에 살고 있는 것을 어찌하랴.. 사랑이와 나는 엄마와 아들. 사랑이와 나의 신랑은 아빠와 아들. 영원히 변할 수 없는 피의 관계다. 나와 신랑은 부부. 그러나 언젠가 변할 수도 있는 약속의 관계다. '우리는 세식구야.' 라고 말하면서 이 작고 귀여운 사랑이의 든든한 우산이 되어주기로 결심하는데, 엄마와 아빠가 함께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찟어진 우산이 되겠구나.. 싶었다. 부모와 자식은 법적으로도 '의절'이라는 말로도 어찌할 수 없는 관계다. 아무리 말로 '나는 당신과 상관업소.'라고 말한다 해도, 너가 내 뱃속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는 거다. 너가 내 속에서 나의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사실 때문에우리는 원치 ..

real essays 2013.06.29

아들이 가져다 준 30년.

인생은 종종 리셋(Reset)이 된다. 스물 여덟살. 직장도 다니고, 나름 경험도 많이 했다 생각하고, 아는 것도 많은 것 같구,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하늘 높이 오르고, 이제 남자만 만나 결혼하면 되겠구나.. 했다가, 한 남자 만나 결혼해서 알콩달콩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해피엔딩.... 이라고 생각했었다. 왜 그 이후의 삶은 없는 것 같이 살았지?... 고등학교 시절의 파란만장한 공부와 야자의 추억들, 20대 대학시절의 사회에 대한 고뇌, 미래에 대한 고민, 해외로의 방황, 맨땅에 헤딩하기, 말도 안되는 실험적 경험등등으로 수많은 '경험'을 했노라고 자부했고, 시작인줄 알았던 30대 결혼후에 마치 인생이 끝난 것 같은 지루함도 다가 왔었다. 그런 것들로 내 인생이 너무 꽉 차서 더이상 재미난 이야기..

real essays 2013.06.28

엄마는 외손주가 밉다고 하셨다.

오늘 아침도 카톡이 울린다. 엄마다. '우리 사랑이, 자니, 우니, 노니' 하신다. '자요' ... 아이를 낳으면서 엄마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다. 그 위대함은 아이를 낳았기 때문만이 아니다. 부모란 자식에 대한 끝없는 사랑에도 부족함을 느끼는 사람들임을, 자식이 가진 고통은 자신의 고통처럼 느끼는 사람들임을, 깨닫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산후조리를 위해서 엄마가 오실 건지 시어머님이 오실건지 이야기를 할때, 엄마는 오시지 않겠다고 했다. 당연히 시어머님이 오셔서 먼저 아들 손주 보셔야지, 당신이 오시는 건 아니다고 하시는 거다. 시어머님이 일을 하고 계시는 상황인데다가, 산후조리면 나랑 24시간 같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엄마가 편할 듯 싶어 엄마가 오시라고 간곡히 졸랐..

real essays 2013.06.18

인간은 혼자있으면 죽는다.

오랫만에 다시 블로그를 열어보았다. 몸이 아픈것도 있었지만, 출산은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큰 책임을 가져다 주었다.희망, 기쁨, 행복, 보람이라는 부가 서비스가 있는 책임이라 바쁜 하루하루가 힘겹지만은 않다. 여튼 블로그를 열어볼 마음의 여력이 없었다. 태어난 사랑이와의 시간을 보내면서,말 그대로 인간이 인간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철모르던 시절, 한 때 나는 "난 혼자 큰 것같애." 라는 말을 하곤 했는데, 임신시절에도 절실히 느꼈지만, 낳아서 보고 있자니, 인간은 절대로 혼자 클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다.다시 말하자면 혼자 있으면 죽는다.는 말이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 열달 배속에 넣고 다닐때는 엄마하기 따라 아이의 생명이 좌지우지 된다.태어나고 나서도 인간은 다른 동..

real essays 2013.06.09

오늘은 여성의 날이라고.

오늘 미드와이프를 만나러 가는 길, 버스에서 페이스 북을 확인하다가오늘이 여성의 날 인 걸 깨달았다. 여성의 날마다 런던 사우스 뱅크에서 열리는세계여성페스티발(Women of the World) 티켓을 사다 놓고서도, 오늘이 그날인 줄 까맣게 잊고 있다니. 임신하면 깜박증이 심해진다는데, 가끔은 지금인 3월인것도 잊는다. ONE WOMAN 이라는 UN에서 기획한 노래가 동영상으로 있기에 병원에서 내이름이 불리는 동안 작은 소리로 틀어놓고 들어 보았다. (이어폰을 안 가져가..) 화면에 나오는 여러 인종, 국가, 상황의 여성들의 모습, 그리고 여성들과 함께하는 남성들의 모습들을 어찌나 아름답게 영상으로 담았는지, 뭔가 지난 페미니스트들의 '투쟁'적인 모습에서 벗어난'부럽지만 더 강한' 여성들의 모습에 괜시..

real essays 2013.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