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says

오늘은 여성의 날이라고.

yyva 2013. 3. 9. 01:01

오늘 미드와이프를 만나러 가는 길, 버스에서 페이스 북을 확인하다가

오늘이 여성의 날 인 걸 깨달았다. 

여성의 날마다 런던 사우스 뱅크에서 열리는

세계여성페스티발(Women of the World) 티켓을 사다 놓고서도, 

오늘이 그날인 줄 까맣게 잊고 있다니. 

임신하면 깜박증이 심해진다는데, 

가끔은 지금인 3월인것도 잊는다. 


ONE WOMAN 이라는 UN에서 기획한 노래가 동영상으로 있기에 

병원에서 내이름이 불리는 동안 작은 소리로 틀어놓고 들어 보았다. 

(이어폰을 안 가져가..) 









화면에 나오는 여러 인종, 국가, 상황의 여성들의 모습, 

그리고 여성들과 함께하는 남성들의 모습들을 어찌나 아름답게 영상으로 담았는지, 

뭔가 지난 페미니스트들의 '투쟁'적인 모습에서 벗어난

'부럽지만 더 강한' 여성들의 모습에 괜시리 공감이 되었다. 

아직도 부족함이 있고, 아직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시대에서,

나는 시대적 혜택을 받고 태어났다고 말하기는 미안하나, 

조선시대에 태어나지 않음이 문득 감사하게 생각되었다면 무리일까. 


여성도 시민이라고 목에 핏대 세우며 이야기 하지 않아도, 

여성의 참정권, 인권을 위해 피흘려 투쟁하지 않아도,

미쳤다는 소리 들어가면서, 사람들을 설득하지 않아도,

다른 남자형제들을 위해 노동의 현장으로 가지 않아도 되는 

지금의 이 시대에 우리는 정말 감사할 사람들이 많다. 


작년 런던 박물관에 갔다가 여성이라는 섹션에서 

1872년 시작된 여성의 투표권 캠페인 포스터들을 본 기억이 난다.

앞뒤로 종이판을 대고 길을 걸어가던 여성. 

사람들의 이상한 눈초리를 받으며 한 건물앞에 일인시위 비슷한 것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지금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출처 : 구글 이미지>



1928년, 남성과 동등한 투표권을 가지기까지 투쟁했던 수십년의 역사속에서 

살아 움직였던 조상들(직계는 아니겠지만은.. )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여성과 남성 할 것 없이 인간의 기본적 인권이 보장되는 시대에서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폭력에 쉽게 노출되거나, 

피해자가 되는 것이 당연한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이 

어쩌면 그러한 나라에서는 100여년전 여성의 투표권 운동을 하던 '마녀' 들 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 더더욱 아직도 그 연장선상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영상이 흘러가는 동안 한 여성으로서 많은 생각속을 휘저어 보았다. 

젠더를 공부하고, 삶 속에서 조화로운 양성의 관계를 실천하려는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 마저

가끔은 버거운 느낌이 들지만, 변해가는 세상속에서 희망을 느끼면서, 

나도 한 사람의 수혜자로서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한 사람의 선두자로 살아가기를 바래본다. 




사랑이가 딸꾹질을 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영상속에 할머니의 어깨에 기댄 늙은 남자(아들인듯)의 모습을 보며, 

여성의 몸에서 태어나, 여성의 아들이되고, 여성의 오빠가/ 남동생이 되기도 하고, 

여성의 아빠가 되기도 하는 사랑이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 


사랑아, 훗날 그저 남자가 되지 말고, 


사랑스런 아들이 되고, 

이해심 많은 오빠/형이 되고, 

세상을, 미래를 널리 보는 남자가 되어서, 


배려하는 남편이 되고, 

존경받는 아빠가 되고, 

자애로운 할아버지가 되어다오. 


엄마도 우리 아들 앞에 그런 아름다운 여성상으로 바로 설 수 있게 항상 노력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