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says

인간은 혼자있으면 죽는다.

yyva 2013. 6. 9. 23:08

오랫만에 다시 블로그를 열어보았다. 

몸이 아픈것도 있었지만, 출산은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큰 책임을 가져다 주었다.

희망, 기쁨, 행복, 보람이라는 부가 서비스가 있는 책임이라 바쁜 하루하루가 힘겹지만은 않다. 

여튼 블로그를 열어볼 마음의 여력이 없었다. 


태어난 사랑이와의 시간을 보내면서,

말 그대로 인간이 인간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철모르던 시절, 한 때 나는 "난 혼자 큰 것같애." 라는 말을 하곤 했는데, 

임신시절에도 절실히 느꼈지만, 낳아서 보고 있자니, 

인간은 절대로 혼자 클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다.

다시 말하자면 혼자 있으면 죽는다.는 말이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 


열달 배속에 넣고 다닐때는 엄마하기 따라 아이의 생명이 좌지우지 된다.

태어나고 나서도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혼자 놔두면 말 그대로 죽는다. 

본능도 지능도 다 필요없다. 그 순간에는 그렇다. 

난 참으로 거만했다. 


하루 24시간 먹이고 놀고 씻기고 재우고...

인간이 하는 모든걸 다한다. 그런데 혼자 할 수 있는 거라곤 울고 싸고 빨고 하는 일 밖에...  

귀도 닦아줘야 하고, 손톱 발톱도 깍아줘야 하고, 똥오줌도 가려줘야 하고, 

안아 올릴때는 항상 조심해야 하고... 

어느 순간도 이 엄마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생명을 살리려고. 



나는 인생을 다시 산다. 

내가 기억하는 6-7세부터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왔다면, 

나는 지금 -10개월부터 다른 한 인간을 바라보며, 기르며,

내가 스스로 하지 못했던 것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 시간에 얻은 것들을 

다른 인간에게 해 주면서, 나의 인생을 다시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자식을 키우면서 사람은 자기의 인생을 채워나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죽음을 이겨내고 살아남을 수 있게 해준 부모님의 역할을 

나도 자식에게 해주면서 인생의 빚을 갚아 나가는 인생의 한 챕터를 살아가고 있는게 아닐까. 


그걸 가능하게 하는 힘은 사랑이라는 것도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