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telling the stories

첫 초음파 : 건강만 하면 이미 효도.

yyva 2012. 12. 25. 00:09

영국에서 NHS (국립 의료보험)로 총 찍어주는 초음파는 두번이다. 


무료로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것은 좋지만, 

그 서비스를 유지하려면,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는 단점..

무엇이나 장단점이 있는 법... 


내 맘대로 초음파를 찍어달라고 찍어주는게 아니다. 

물론 돈을 더 내고 사립 병원에 가면 되지만, 

뭐 문제가 없다는데 그럴 필요까지는 못 느낀다. 


첫 초음파는 12주에, 두번째는  20주에 찍는다. 

그리고는 별 일 없는한 안 찍어 준단다. .. 알겠다. 

3D로 찍었다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아직. 




첫 초음파를 찍으러 갔다. 

병원이 큰 데다가, 사람이 많으니, 괜한 걱정이 되었다. 


매번 갈때마다 새로운 기분이다. 

작은 병원이라면 왠지 안 그럴까... ?

초음파를 찍어주는 사람은 의사도 간호사도 미드와이프도 아닌, 

소노그래퍼(Sonographer)라고 했다. 


초음파를 찍는 장치 옆에 누웠다. 

따뜻한 젤리는 배에 발라,  초음파를 찍기 시작했다. 

마냥 걱정이 되었다. 

그때 마신 그 커피가, 거리를 걸으며 피워대는 담배를 그냥 생각없이 들이 쉬며 다닌 것도

별것이다 다 걱정이 되었다. 


소노그래퍼가 보는 화면은 그녀가 돌려 줄때까지는 볼 수 없다. 

그런데 그 방에는 커다란 LCD가 내가 누워서 잘 볼 수 있는 곳에 걸려있었다. 

소노그래퍼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그자리에 드러누워 소노그래퍼와 대화를 하며 

편하게 화면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시스템이 있다니. ㅎㅎㅎ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 그런 시설이 있는건 아닌것 같았다. 

역시 큰 병원. ㅋㅋ 


소노그래퍼는 아이를 보여주는 것 말고도 아이의 건강 체크를 위한 여러가지 사이즈를 잰다. 

나는 아이가 노는 걸 더 보고 싶은데, 

그 사람은 이리저리 아이를 돌려가며 사진을 찍었다.

팔도 있구요,

다리도 있구요..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네요... 

하는 이야기에 어찌나 안도의 한숨이 밀려오는지, 

부모가 되면 '건강하게만 잘 자라다오' 하는 말들이 이런 느낌이구나... 


아이가 딸인지 아들인지, 

잘 생겼는지 아닌지가 궁금하기 보다, 

건강한지, 뭐 하나 덜 건강하게 만들어 진 것은 없는지, 

12주 내내 걱정이 많았다. 


심장박동 소리를 들려주는데, 

빠르게 뛰는 그 심장이 내 심장소리 까지 들리게 하는 것 같았다. 

신기하다, 한몸에 두개의 심장이 뛰고 있다니... 


아이가 건강하네요. 

한마디가 나를 해방시켜 주는 느낌이랄까. 

부모는 아이가 아파도 미안해야 하는 건가 보다. 

건강하기만 하는 것이 내게 이렇게 기쁨인 걸 보면, 

어린 자식이 효도한다는 건 다른게 아니구나 싶었다. 




사진을 몇장 뽑아줄까? 물어본다.

세장을 달라고 했다.

심장 박동이 보이는 그래프가 있는 사진도 달라고 했다.

 NHS에서 종이값을 안 주는 덕에 우리가 장당 3파운드의 돈을 내야 한다고 했다.

10파운드라도 어느 부모가 그걸 안 살까... 


사진을 들고 벅찬 가슴을 진정도 못 시키고, 

병원 1층 카페에 내려와 여기저기 카톡을 보낸다.

우리아이가 건강하다고 .



어릴때는 자식이 건강한 것이 자랑, 

자식이 학교다닐때는 공부잘하는 것이 자랑, 

자식이 커서는 직장 잘 찾고 배우자 잘 만나는 것이 자랑, 

늙어서는 자기가 건강한 것이 자랑이라더니... 


나도 그 '부모'라는 대열에 합류한 기분이 들어 왠지 으쓱해 지면서,

한없이 감동적인 하루 였다. ^^ 



-20주 초음파 편이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