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telling the stories

둘째는 한국에서 낳는 걸로. (1)

yyva 2013. 6. 10. 16:30

신랑에게 선포했다. 

만약 둘째가 생긴다면, 무슨일이 있어도 한국에서 낳는 걸로. 


만삭의 단상을 쓰고, 오랜 공백동안, 물론 난 출산을 했다. 

산후조리도 했다. 그리고 나니 이제사 정신이 들어, 나의 출산기를 잊지 않기 위해 다시 블로그에 들어왔다. 


40주가 되면 아이는 반드시 나오게 되어있다. 조금 늦거나 빠를 수 있지만, 

나오지 않을 길은 없다. 다행히 (?) 사랑이는 예정일에 맞춰 세상을 향한 문을 두드렸다. 


예정일 아침 런던에 오랫만에 해가 떴다. 

느므 신나는 마음에 햇빛을 그냥 낭비해 버릴 수 없어, 신랑과 엄마를 대동하고 

집앞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산책 길마다 엄마는 지나가는 온갖 식물들의 이름을 맞추려고 하시고, 

모르면 물어보시고(나는 알길이 없다. 연신 '몰라'만 외쳐대고..) 이쁘다, 꽃이 폈네, 졌네,

이건 꽃이 없네, 있네, 잎사귀가 어떻게 생겼네... 하시는 코멘트를 다신다. 

자연과 더불어 자연의 변화를 느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은 소통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어떤 강좌에서 김창옥 교수가 그랬다. 그렇게 보면 울 엄마는 소통 능력 만땅이시다. 


그렇게 이제 막 봄이 오는 공원을 거닐면서, 

오늘은 사랑아 이제 나오는 날이다고 알려주었다. 




집에 돌아와서 저녁이 되어도 이녀석 인기척이 없길래,

집안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한 30분 오르락 내리락 해주었다.

출산에는 계단이 좋다고... 어서 주워 들었다. 

그래서 일까. 


밤 10시쯤 되었을 때 이슬이 비쳤다. 

불이나케 책을 들춰보니, 이슬이 보이면 24-72시간 내로 진통이 시작되니 출산할 곳(병원)에서 멀리 가면 안된단다.

근데 웬걸. 

2시간만에 진통이 시작되었다. 


출산에 대한 지식은 책으로 얻었는지 모르겠으나, 

경험은 없는지라...

물론 신랑은 더 경험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거고, 

엄마는 30년도 더 전에 경험이라 잘 생각 안나신단다. 


진통이 오면 간격이 길었다가 점점 짧아지는 게 아니었나.. 

이건, 진통이 오기 시작하면서 부터 5분간격이다. 

이게 진통인가 아닌가 생각하는데, 어느 순간 생각이 없어졌다. ㅠㅠ 


그래도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닌 것 같아서 진통 간격이 좀더 짧아질때까지 기다렸다. 

병원에 전화를 하니, 

너가 전화할 정도로 정신 있는거 보니, 아직 병원 올때가 안되었단다. 

멍? 

5분간격으로 진통이 오면 전화 하라고 했었다. 미드와이프가. 

그리곤 병원에 가는 거라고 했는데, 병원에서는 1-2분 간격으로 진통이 오면 오랜다. 

정신없어 전화 못하면 전화 안하고 그냥 가리? 정신 없으면 어떻게 병원 가리? 


여튼, 그래도 집에서 더 진통을 참기로 했다. 

그렇게 참기를 6시간. 이제 진통이 1분간격으로 온다. 

병원에 전화를 해서

'진통이 1분간격으로 오는데 이제 갈까?' 물어보면, '너 아직 정신 있는데, 정신 나가면 와...' 할까바

전화를 하고 가야하나 말고 그냥 가야 하나 고민 많이 했다. 

역시나 진통이 안오는 1분 간격에 전화를 하곤, 소리를 지르며 난 병원으로 간다고 선포를 했다. 


참고로, 내가 가는 병원은 산모 대기실이라는게 없다. 영국은 다 그런지 이 병원만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분만실로 가기 때문에 진통이 온다고 바로 병원에 갔다가는 병원 복도나 리셉션 앞에서 소리지르게 생겼다. 

참고 하시길... 


택시를 타고, 

너무 아파서 앉지도 못하고 택시안에서도 서서, 그렇게 병원에 갔다. 

도착하니 나 같은 산모가 둘이나 더 있었다. 

리셉션 앞에서 접수를 하고 기다린다. 

진통이 1-2분 간격인 산모들이니, 번갈아 가면서 소리지르고 리셉션 앞 의자에 앉아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대기실이 없다. ㅠㅠ) 

그때는 신경질이 머리끝까지 오르고,  정말 죽을 것 같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웃겨 죽겠다. ㅋㅋㅋㅋ 

한사람씩 악! 악! 악! 번갈아 가며 소리를 지르는 상황이란. ㅋㅋㅋ 


먼저 온 언니들 둘이 분만실로 불려 들어가고, 

한 10분이 지나서 나도 곧 내 방을 찾았다. 


분만실 방은 넓고 빅벤과 탬즈강이 내려다 보이는 뷰가 지대루다. 

근데 난 아프다. 

정신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데 그런게 보일리 만무하다. 

그 와중에 신랑은 사진 많이 찍어 놨드라.. . 나중에 애 낳고 봤는데 그 방이 그렇게 이쁜줄 몰랐다. ㅋㅋ


진통이 1-2분간격으로 오다 다시 3-4분 간격으로 늘어났다. 

진통을 더 심해지는데, 아가는 나올 생각을 안한다. 

내진을 해보니 자궁이 이제 2cm 열렸단다. 헐. 

왠만하면 집으로 다시 돌려보내는데, 오늘은 분만실이 비는게 있어서 그냥 있으랜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소리를 질러대서 

집에 보낼 엄두가 안났겠지.. 


영국에서 지난 포스트에서 이야기 했지만, 

에어가스라는 50% 산소로 된 가스를 진통제로 마신다. 

그걸 들이마시면 정신이 약간 몽롱해 지면서 진통을 조금 못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안 아픈게 아니드라. 그거면 진통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건 머, 별루 약발이 안선다. 진통이 올 것 같으면 미리 마셔야 효과가 있는데, 

진통이 느껴질때 마셔봐야 효과가 없다. 

타이밍 잘 못 맞추면 아픈건 아픈대로 느끼고, 진통이 안 올때 정신이 몽롱해지는 현상을 겪을 수 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가스 마시고, 소리 지르고, 어금니를 물고, 울고, 신경질 내고 하는 시간들을 보내다 보니 

벌써 15시간이 지났단다. 

나랑 같이 울고 불고 하는 울 엄마 걱정이 되셔서 머라고 의사나 간호사 한테 물어보고 싶으신데,

영어가 안되시지, 신랑한테 미드와이프좀 불러 어떻게 해 보라고..

신랑도 시간이 이렇게 지나고 나는 죽는다고 15시간을 소리치니, 우리 마누라 왜케 아픈거냐고 묻는다. 

그 와중에도 들리는 미드와이프의 대답.. "애 낳을땐 원래 아픈거예요." 

그래... 

틀린말을 아니지만, 확 때려주고 싶드라. ㅠㅠ

누가 모르냔 말이다. 15시간 아파도 애가 안나오니까 그러는 것이 아니드냐!!!!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서 들어가서 한시간 앉아도 있어 봤다. 

통증이 조금 사그라 들자, 잠이 잠깐 들다가 통증이 심하면 다시 깨다 하는 걸 반복했다. 


그러다... 미드와이프들도 나의 비명 소리가 보통이 아니다 생각을 했든지, 

이제 애가 나온다고 나더러 힘을 주란다. 

머 경험이 없는 나는, 아 진짜 애가 나오는 줄 알고 진통이 올때 마다 있는대로 힘을 주는데,

이건 느낌이 영 아닌 거다.. 쌩으로 힘만 주어 대니 온 몸에 힘은 다 빠지고, 

진통은 진통대로 오고, 지옥을 왔다 갔다 했다. 

...


여기서는 출산을 하기 한 4주 전부터 미드와이프와 출산 계획(Birth Plan)이란걸 쓴다.

출산 방법은 수중분만으로 할건지, 자연 분만인지, 무통주사를 맞을 건지, 출산후에 모유 수유를 할 건지, 

출산할때 의대학생들이 참관을 하는 것이 괜찮은지 등등 미리 작성을 해서, 

병원에 출산하러 갈때 가져가는 것이 있다. 

나는 자연분만에 무통주사는 안 맞을 거고,

출산후에는 모유를 수유할 거니까 분유는 절대 내 허락없이는 먹이지 말 것과, 

의대생의 참관은 절대 노노라고 적어 두었다. 

출산시에 미드와이프가 그걸 확인해서 내가 정신이 없을때 그걸로 의사판단을 해서 지켜준다고 했다. 

그런데... 


15시간 죽음의 진통이 이어지고, 애는 안 나오니, 

나는 급기야 '무통주사(에피드롤)'를 외쳤다. 

그 와중에도 모든 의사소통을 영어로 해야 하니, 참으로 지금 생각해 봐도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에피드롤(Epidural)! 에피드롤!!' 결국 소리를 질렀다. 

한국에서는 다들 맞는다지만, 나는 부작용이 걱정되고, 여기는 가스도 있고 하니, 그런거 안 맞는다고 

큰소리 떵떵 쳤는데, 15시간 진통에 나는 무릎을 꿇었다. 

근데 미드와이프 왈, 

그건 자궁이 4-7센치 열린 상태에서만 놔준다는 것. 

그보다 작아도, 그보다 커도 안된단다. 

내 상태로 봐서는 7센치는 족히 넘었을 테니 안될 거라고 추측성 답변을 하는 거다. 

나는 엉엉 울면서 내진 해 보라고, 그리고 '에피드롤' 놔달라고 사정을 했다. ㅠㅠ 


내진을 해보니, 자궁이 겨우 5센치 열렸던 것. 

애 나온다고 힘주라고 한 건 뭐니.. 쌩으로 힘 다 주고 힘 다 빠졌는데...

이제와서 자궁이 5센치 밖에 안 열렸다고. ㅠㅠ 진작 내진을 좀 하지 그랬니. 

여튼 그래서 나는 무통주사를 맞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그때 부터 나는 2차 출산의 고통을 맛보게 되는데... ...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