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telling the stories

말로만 듣던 서양여자들의 산후조리 (2) 퇴원 후

yyva 2013. 6. 13. 22:21


영국에서는 퇴원을 하면 미드와이프가 두번, 헬쓰비지터(Health Visitor)가 일주일에 한번씩 두번온다.

이 사람들이 나의 상태를 보면서 그만 와도 될 성 싶으면,  

클리닉(보건소 같은)으로 가서 아이를 주기적으로 체크할 것을 주의 시킨다. 

미드와이프는 나의 건강, 아가의 건강을 봐주고, 

특히 모유수유를 국가가 적극 권장하는 만큼 모유수유를 위한 정보와 연습을 시켜준다.

와서 자세도 봐주고, 약도 알려주고, 등등.. 

헬쓰 비지터도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이 사람은 내가 해야 하는 일, 나의 주변 상황들을 체크한다. 

가령, 집은 렌트인지, 산집인지, 어떻게 재정적으로 감당하며 살고 있는지, 

혹시 남편이나 같이 사는 사람중에 위협이 되는 사람이 있는지, 

아이 보조금 같은건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등등 실질적인 정보를 준다. 



퇴원하고 이틀이 지나자 커뮤니티 미드와이프가 집으로 찾아왔다. 

나의 상태를 체크하고 아이의 황달기를 보구 가며 나아질 거라 하고 갔다. 

당시 나의 몸상태는 거의 죽음의 레이스를 하고 바로 온 듯한 상태라고 할까...

무통 주사의 마취가 풀리자  나는 하루 진통제를 6시간마다 먹으며 고통과 사투를 벌였다. 

안쓰러운지 미드와이프가 모유수유에도 괜찮은 '더 강한' 진통제를 알려주고 돌아갔다. 


이틀이 더 지나고 다시 다른 미드와이프가 왔는데, 아가의 몸무게를 재고, 피도 뽑고 

내 상태를 체크하더니, 3일 후(그러니까 출산후 7일후에)에는 클리닉으로 직접 와서 

아가랑 내 상태를 체크 받으란다. 

아니,... 그러니까 지금 잘 걷지도 못하고, 

하루 진통제를 4번씩 먹는 엄마랑, 생후 7일 된 아기를 데리고

버스 타고 15분이나 걸리는 그곳에 유모차를 끌고 오라는 이야기????? 


머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싶어서, 

'나 아퍼서 못간다. 거기 너무 멀다.' 그랬더니. 

이 할아버지(미드와이프가 나이지긋하신 할아버지였다. 이번에도 의대생과 함께) 

내 말씀을 이해를 잘 못하셨나... 하시는 말씀이,


"Trust yourself!"(너 자신을 믿어). 


내가 할 수 있단다. 너 아파도 할 수 있어. 아이랑 밖에 나오면 기분도 좋아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가 보고 이쁘다 그러면 훨씬 나아질걸? (스마일)

이러고 계신다.. . 참..내... 난 그런거 필요없거든요.. 지금도 충분히 날 믿고 있거든요.. 

하고 싶었는데, 여튼 알았다고 말하고는, 배정된 클리닉에 전화해서 도저히 못 간다고 그러니, 

3일 연장해줬다. ㅠㅠ 


그래서 10일 만에 난 생후 10일된 아이 데리고 신랑과 함께 20분 걸리는 병원에 1시간 걸려서 갔다왔다. ㅠㅠ 

울 엄마.. 말안해도 추측들 하겠지만, 반 기절초풍하셨다. 

애기 태어난 집에 사람 들이지 않는데, 이렇게 아가 있는 방에 그것도 신발 신고, 

(벗으라 하면 더 비위생적이다... 하도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 사람들이라..) 

왠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 것도 못마땅하신데, 

산모를 찬바람 부는날 병원가지 오라가라 하는 거에 얼굴이 울그락 붉그락... 

더군다나 병원가는날 강풍이 엄청 불었다는.. 

난 산후풍 단단히 들었을 거다. ㅠㅠ 




나를 찾아온 헬쓰비지터는 엄청 뚱뚱한 흑인 아주머니셨다.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정도의 몸집이라 할 수 있음.)

우리집에 처음 온날이 내가 퇴원한지 한 1주일 즈음 되던 날.. 

집에 왔는데, (엄마 놀라셨다. ㅎㅎ ) 그 날은 날씨가 참 추웠는지 

모자에 코트에 꽁꽁 싸매고 오셨다. 


그러하니, 우리 방은 얼마나 따뜻했겠나.. 그래도 나는 수면양말에 가디건에 

가끔은 스카프도 두르고 앉아 무릎담요를 덮고 있는 방이다. 

이 사람 들어오더니, 창문 열어란다. 

아가가 있는 방의 온도는 16-20 도가 가장 적당한 거 모르냐고.. 

글쎄 책에 그렇게 나와 있기는 하지만, 

한국책에는 22-26도라고 나오는데 말이다.. ㅠㅠ 


우리방의 온도는 25도. 

나더러 애기 죽을 수도 있다고 덮고 있던 이불도 치워놓는다. 

본인이 더우신건 아니구요...?? 라고 묻고 싶었다. 

어째 말들을 그래 무섭게 하는지. ㅠㅠ 


우리는 안그런다 이런다 저런다 몇번 병원에서 미드와이프랑 이야기하다 입만 아픈 경험이 있어,

이 이후로는 듣고 필요한 말만 걸러 듣는다. 

어째 다문화 다민족 잘 챙기는 나라에서 이 사람들, 이런 한국문화 이상하다고만 생각하는 걸까.. 


여튼, 이런거 하러 오신다. 

열심히 서류 적으시고, (알아 볼 수 없는 손글씨로.) 가신다. 

그분 가시자 마자, 울 엄마 얼른 창문닫고, 아가 이불로 싸매신다. 두번 싸매신다. 

적절한 햇볕을 보이는 것이 아가의 황달을 없애는데 좋다고 해서, 

햇볕을 종종 씌워 주기는 했지만, 

여러가지 이야기들 다 지키기 힘들다. 

난, 한쿡사람이니깐. 헬쓰비시터보다 엄마 말씀 듣기로 한다. ㅋ



미드와이프도 헬쓰비지터도 나를 디스차지(퇴원과 같은 개념, Discharge)시키면, 

더이상 찾아오지 않고, 내가 잘 지내고 있다고 판단한다. 

6주가 되면 산후조리 마지막 검사를 하러 가라고 이야기해 준다. 


나는 회복이 너무 느려서 2주면 나아진다는 몸도, 

4주가 지나도록 나아지지 않아서, 결국 진통제에 항생제까지 처방받아 먹었다. 

영국의 NHS 돈안듣다고 극찬을 했는데, 

아파도 맘대로 병원을 갈수도 없고, 

간다 한들, 아이 낳고 아픈건 '원래'아픈거라고, 잘 진찰도 안해보고 진통제만 먹으라니, 

중간중간 여간 화가 난게 아니었다. 


의사가 가장 잘 하는 소리가, '괜찬다'는 거다. 

처음에는 내가 한국사람이라, 조금 아프면 쪼르르 병원으로 달려가던 습관이 있던지라 

내가 참을성이 없어 그려려니 했는데, 

이렇게 아픈데도 '괜찮다'는 말을 들으니, 

내가 아픈데, 너가 괜찮다고 내가 아픈게 안아파지드냐... 따져 묻고 싶었다. 


클리닉은 약을 처방하는 의사가 없는지라, 나의 상태만 파악하고 하는 이야기는, 

너 몸이 않좋은 것 같으니 'GP'한테 가봐.. .정도다. 


미드와이프에, 헬스비지터에, 클리닉에, GP에 뭔 시스템이 그리도 많은데, 

산후조리하면 가장 많이 들은 소리는 '괜찮다'다. 

나아지고 있다고.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여기서 나, 인내심을 많이 기른다. .. 


물론, 틀린말을 아니다. 

시간이 해결을 해 주기는 한다. 

그 시간을 아무것도 못하고 힘들게 보내야 한다는 것 말고는. 

사람들마다 상태가 다르고, 인종마다 체질이 다르니, 

이 다민족 사회에서 불평할 길도 없다. 

무료 의료 서비스에 감사할 뿐. ㅠㅠ 


6주 지나 마지막 산후조리가 잘 되었는지 하는 검사는 

주로 상담이다. 

'잘 지내?'

'응'

'우울증은 없어?'

'별루'

'모유수유는 하고?'

'응, 근데 아직 힘들어'

'그래, 조금 지나면 나아질거야.'

'알아'

'모유수유 헬프라인(Helpline) 정보는 알지?'

'응'

'피임은 어떻게 할거야?'

'글쎄'

'정보를 줄께 빨리 생각해봐'

'그래'


병원에서 퇴원할 때 주의 시켜준 그대로 물어보드라.. 

여튼.. 시스템은 지대로 갖춘 나라인듯. 

그렇게 6주 산후조리가 끝나고 이제 본격적인 엄마놀이가 시작되엇다. 




엄마는, 

내가 진통을 오래해서 회복도 느린것이 당연하다고 말씀하셨지만, 

그래도 한국 같으면, 

후끈후끈한 방에서 따뜻하게 지내면서 몸도 풀고, 

그렇게 진통해서 아이 낳은 경우에는 병원에서 영양제도 맞고,

영양가있는 음식 사다 잘 해먹을 수 있을 텐데, 

여기서는 병원가서 영양제좀 놔주세요, 한다고 해서 놔주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사서 할 수도 없고, (건강보조식품으로 해결) 

한국식으로 음식을 맘껏 해먹을 수 없으니, 속이 타셨나 보다. 

영국에서 의료 서비스 공짜인거 좋.지.않.다.고 결론 지으셨다. 


나 아프다고 울면, 엄마 같이 울고, 

병원가면 괜찮아 질 거라는 말만 듣고 오는 것에 답답해 하셨다. 

물론 나도 답답할 노릇이었지만, 엄마께는 맘에 드는게 하나도 없는 영국이었나 보다. 

(한국으로 지인들과 통화할 때마다 영국 병원이 얼마나 후진지 설명하시느라 바쁘셨음. ㅋㅋㅋ )

그런 시간 보내고 나니, '엄마, 여기 사람들도 다 살아요.' 소리가 안나오드라. .. 


아이고 내 팔자야.. 

서양 언니들이나 하는 산후조리를 나이 서른 넘어 초산한 한국여자가 할래니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지는 기분을 느끼게 된 거다. 

내가 뱁새도 아니고, 황새를 따라 간 것도 아니지만, 

여튼 느낌이 그랬다는 거다. ㅠㅠ 




어제 병원에서 사랑이 첫 예방접종을 맞았다. 

친구한테 카톡으로 물어보니, 한국은 30만원도 넘는다며.. (맞아요?) 

돈이고 뭐고, 만약 둘째가 생긴다면 한국에서 낳자고 했는데, 

갑자기 또 귀가 팔랑인다. 망각속으로 들어가 버린 고통의 시간 덕분인지... 

이런 소리가 나오드라. 


"우리 둘째도 그냥 영국에서 낳을까바..."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