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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 초음파 : 아들이어도, 딸이어도...

20주가 초음파를 찍으러 가는 날. 주변사람들이 난리다. 아들인지 딸인지 알 수 있는 날이란다. 알게되면 카톡보내달라고 미리미리 문자를 보내왔다. 나도 궁금하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떨렸다. 누군가 그랬다. 아들이어도 딸이어도 서운하다고.. 서운하다고?...왜 그러냐고 물으니, 아들이면 딸이 아니어서 서운하고, 딸이면 아들이 아니어서 서운 하단다. 바라는 성별이 나와도, 인간은 자기가 가지지 못하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서운함이 있나보다.나도 그럴까.. 아들딸 누구든 건강하게만 있다면 바랄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병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같은 병원 같은 검사실. 접수를 하고 대기실에서 이름이 불리울 때 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탬즈강을 사이에 두고 빅벤을 바라보고 있는 병원의 창밖의 뷰가 아름다웠다. 간만에 난..

첫 초음파 : 건강만 하면 이미 효도.

영국에서 NHS (국립 의료보험)로 총 찍어주는 초음파는 두번이다. 무료로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것은 좋지만, 그 서비스를 유지하려면,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는 단점..무엇이나 장단점이 있는 법... 내 맘대로 초음파를 찍어달라고 찍어주는게 아니다. 물론 돈을 더 내고 사립 병원에 가면 되지만, 뭐 문제가 없다는데 그럴 필요까지는 못 느낀다. 첫 초음파는 12주에, 두번째는 20주에 찍는다. 그리고는 별 일 없는한 안 찍어 준단다. .. 알겠다. 3D로 찍었다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아직. 첫 초음파를 찍으러 갔다. 병원이 큰 데다가, 사람이 많으니, 괜한 걱정이 되었다. 매번 갈때마다 새로운 기분이다. 작은 병원이라면 왠지 안 그럴까... ?초음파를 찍어주는 사람은 의사도 간호사도 미드와이프도 아닌, 소..

미드와이프와의 첫만남; 공감해주는 그녀.

드디어 12주. 미드와이프와의 약속이 있는 날이었다. 초음파는 날짜가 조금 뒤로 잡혀 있었다. 먼저 미드와이프와 만나서 상담을 해야 한다고 했다. 사는 집 주소에 따라 산부인과가 있는 병원이 결정되는데, 내게 정해진 병원은 나이팅게일이 일했었다던 병원이랜다. 뭔가 있어 보인다. ^^ 산부인과 병동으로 들어가서 접수를 하니 두꺼운 주황책자를 준다. 읽어보고 쓰라고 한다. 통역이 필요한 사람은 처음 GP를 만날때 신청하면 다 정해준다. 무료로. 난 그냥 내가 해보기로 했다.역시 의학용어들은 모르는게 너무 많다. 신랑과 함께 공부하듯이 사전을 펴고 이것저것 적는다. 적어야 하는 페이지가 많다. 가족력부터 시작해서 사는 집, 종교, 남편과의 관계까지 다 적는다. 남편의 가족력까지. 근친인지도 물어본다. 그게 한..

새생명과 엄마를 대하는 다른 자세.

블로그를 자주 하지 않는 게으른 성격으로 글을 자주 올리지 못하다가,요즘 삶의 변화를 느끼면서 다시 찾은 나의 블로그의 글을 보자니, 임산부 이야기가 있다. 이게 언제적이더라... 그때는 친구가 놀러온다고 이 뱃지를 주문했었는데, 나, 이제 임산부 당사자가 되어서 이 뱃지를 달고 다니는 사람이 되었다. 그때 받아 둔 뱃지를 어디다 두었는지 알수 없어서, 다시 주문했더니, 다시보내준다. 좋은 나라다. ㅎㅎㅎ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영국의 임산부를 대하는 시스템과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국의 NHS(국민의료보험)에 대해서 이래저래 말이 많다. 특히 산부인과가 매우 중요한 우리나라에서는 영국의 낙후한(?) 시설이 엄마들 사이에서 꽤나 비교대상이 되는 것 같다. 돈을 내지 않는 이 나라와, 자식이 최고인 대한민..

부모는 어디에 계시나 자식을 키운다.

신랑은 종종 먼저 하늘나라로 가신 아버지 생각이 나나보다. 뜬금없이 내게 눈을 맞추지 못하고 허공을 바라보면서 아버지 이야기를 던진다. 부모는 어디 계시든 우리를 키우시는 것 같다며. 철드는 신랑 1. 아버지가 어느 날 나한테 만원짜리를 주시면서 이러시는 거야. “오늘 아빠가 친구들이랑 추어탕을 먹는데, 서울까지 올라온 친구들한테 내라고 할 수 없어서 아빠가 샀다. 2만5천원이나 썼는데, 아빠만 이렇게 쓸 수 없으니까 우리 아들도 맛있는 거 사먹어라.” 그날 나는 친구들이라 밥 먹고 노느라고 돈을 펑펑 쓰고 다녔는데, 아빠는 2만 5천원이 너무 큰 돈이었던 거야. 당신이 7000원짜리 추어탕을 드신게, 아들한테 미안해서, 큰 맘먹고 만 원짜리를 주신거지. 마음이 쓰렸어. 너무 죄송하기도 했고 말야. 나는..

real essays 2012.11.26

노숙자의 개처럼 사랑하겠다.

날은 추워지는데 노숙자는 많아진다는 보도다. 함께 하는 개들의 눈빛이 더 서글픈 모습이다. 길을 가다가 좋아보이는 개 한마리와 노숙자를 보았다. 개는 주인 곁을 지킨다. 겨울이니 개와 함께인 노숙자가 어쩌면 혼자인 노숙자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돈도 없고, 가족도 없다. 집도 없는데, 뭐가 남았겠나 싶지만, 그(녀)의 개는 그(녀)를 지킨다. 직장도 잃고, 가족도 무능력한 남편(아내)을 버리고, 친구도 등지지만, 개는 남아 그의 체온이라도 지켜주는 듯, 그의 곁을 떠나지 못한다. 모두가 그에게 바라는 것이 없을 때도, 노숙자의 개는 그(녀)에게 사랑을 원한다. 그(녀)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인간의 사랑이라는 것이 뭔가 싶다. 돈도 없고, 능력도 없고, 건강마저..

real essays 2012.02.10

장보러 가는 길, 나는 문득 인생을 느낀다.

장보러 간다. 그때마다 나는 문득 인생을 느낀다. 이번주에는 스파게티도 해먹고, 고등어도 지져먹어야지. 올리브도 하나 사야겠다. 커피는 세일하면 사다 두어야지. 냉동피자랑 아이스크림도 사와야지.. 안먹은지 오래됐군. 아차차... 휴지를 빼먹을 뻔 했구나.. 살 것들을 생각하면서 약간은 설레는 기분으로 집을 나선다. 마트에 가서 여기저기를 두리번 거리면서 물건을 찾고, 어떤 것은 필요한 것들, 어떤 것들은 필요없는데 그냥 필요할 것 같다고 정당화하면서 어떤 것들은 필요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그냥 '좋으니까' 집어버린다. 카트에 담고, 계산을 한다. 장바구니에 담으면서, 이런.. 생각보다 너무 많이 샀군.. 어떻게 들고 간담... 그러나.... 역시나 산 물건을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낑낑대며..

real essays 2012.02.09

둘이 된다는 것.

이제 삼년차에 들어서는 둘. 둘이 되면서 나타나는 불편함들은 혹자는 '결혼의 폐해'라고 일컫기도 하지만, 엄마는 '인간이 되는 것'이라 하셨다. "인간을 의미하는 사람 인(人)자는 두 작대기가 서로 의지하는 형상이지 아니더냐, 반쪽 짜리들이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 인간이다." 고 엄마는 내가 결혼하고 첫 명절을 보낼 때 '이제 난 인간 노릇을 할 때가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결혼을 하면 여기저기 챙겨야 할 곳이 두 세배 늘어 난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내 지인들이나 가족들에게 잘못하면 내 반쪽이 욕을 먹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 "둘이 되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너무 자연스러워져버린 현상이다. 이러한 상태를 불평하면, 엄마는 "이제는 인간 노릇을 하는 지라 힘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real essays 2012.01.05

[엄마를 부탁해] 엄마가 보고 싶다.

엄마를부탁해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지은이 신경숙 (창비, 2008년) 상세보기 책장을 넘길 수 없게 눈물이 나는 소설이었습니다. '너'라는 인물이 나 인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서였기도 하고, '엄마'의 말투나 태도, 마음 씀씀이가 우리 엄마의 '그것'과 비슷해서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 책을 든 모든 아들 딸들이 어쩌면 그렇게 느낄지 모르겠습니다. 가슴속 엄마에 대한 깊은 감정을 모두 들어 올려 내 앞에 꺼내 놓고 꺼이꺼이 울게 만든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아직도 베스트 셀러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 . . 이야기는, 서울에 올라온 엄마가 지하철 역에서 아빠와 어쩌다 헤어지게 되면서 길을 잃고 실종되는 이야기로 딸과 아들, 그리고 남편, 자신의 목소리로 그 상황을 되짚고, 엄마라는 존재에 ..

reviews 2011.12.06

[도가니] 소설을 빙자한 현실.

도가니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지은이 공지영 (창비, 2009년) 상세보기 한국에 잠시 들른 김에 한국어 소설책들을 잔뜩 사서 박스로 배편에 영국으로 보냈습니다. 공부를 해야 하니 한동안 영어책들만 보니 왠지 감성이 메말라 버리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다음 과정을 준비하며 한국문학에 나름 '위로'받고 싶어 항상 문체가 시원하면서 꼭꼭 씹어넘기는 듯한 느낌을 가진 공지영 작가의 신작을 시작으로 여러 책들을 보냈었습니다. 배로 보내고 나니 두달이나 지나 집에 도착했는데, 선물을 받은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영국 세관에 걸러 무려 25파운드라는 거금을 내고 찾아오기는 했지만. ㅋㅋ ) 박스를 뜯자마다 앉아 읽기 시작한 것이 밤을 지새우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것이 이 '도가니'였습니다. 한국에서는 도가니..

reviews 2011.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