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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외손주가 밉다고 하셨다.

오늘 아침도 카톡이 울린다. 엄마다. '우리 사랑이, 자니, 우니, 노니' 하신다. '자요' ... 아이를 낳으면서 엄마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다. 그 위대함은 아이를 낳았기 때문만이 아니다. 부모란 자식에 대한 끝없는 사랑에도 부족함을 느끼는 사람들임을, 자식이 가진 고통은 자신의 고통처럼 느끼는 사람들임을, 깨닫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산후조리를 위해서 엄마가 오실 건지 시어머님이 오실건지 이야기를 할때, 엄마는 오시지 않겠다고 했다. 당연히 시어머님이 오셔서 먼저 아들 손주 보셔야지, 당신이 오시는 건 아니다고 하시는 거다. 시어머님이 일을 하고 계시는 상황인데다가, 산후조리면 나랑 24시간 같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엄마가 편할 듯 싶어 엄마가 오시라고 간곡히 졸랐..

real essays 2013.06.18

말로만 듣던 서양여자들의 산후조리 (2) 퇴원 후

영국에서는 퇴원을 하면 미드와이프가 두번, 헬쓰비지터(Health Visitor)가 일주일에 한번씩 두번온다.이 사람들이 나의 상태를 보면서 그만 와도 될 성 싶으면, 클리닉(보건소 같은)으로 가서 아이를 주기적으로 체크할 것을 주의 시킨다. 미드와이프는 나의 건강, 아가의 건강을 봐주고, 특히 모유수유를 국가가 적극 권장하는 만큼 모유수유를 위한 정보와 연습을 시켜준다.와서 자세도 봐주고, 약도 알려주고, 등등.. 헬쓰 비지터도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이 사람은 내가 해야 하는 일, 나의 주변 상황들을 체크한다. 가령, 집은 렌트인지, 산집인지, 어떻게 재정적으로 감당하며 살고 있는지, 혹시 남편이나 같이 사는 사람중에 위협이 되는 사람이 있는지, 아이 보조금 같은건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등등 실질적..

말로만 듣던 서양여자들의 산후조리 (1) 병원에서

사실, 산후조리라는게 별거냐... 했었다. 특히 아이를 낳고 마취(무통주사)가 풀리기 전까지 난 말 그래도 '거만'했던 거다. 아이를 새벽에 낳고, 감동의 물결도 지나가고 나니 배가 고픈것이 생각났다. 저녁에 신랑이 사온 샌드위치가 있어, 그거라도 먹으려니, 엄마는 내가 불쌍하다고 눈시울을 붉히신다. 엄마는 내가 미역국을 먹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우셨던 것.. 여기서 부터 엄마의 '한국 비교 체험'이 시작되었다. 한국에서는 애 낳으면 미역국이랑 따뜻한 밥도 주는데...(이 나라는 어찌 된게 애 낳은 사람 밥 한 공기 안 주냐, 영국이 잘 산다더니 다 거짓말이라고..) 급 내가 마치 가난한 나라의 굶은 아이처럼 찬 샌드위치를 우적우적 먹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먹어본 샌드위치 중에 단연 쵝오! 였다...

둘째는 한국에서 낳는 걸로. (2)

그래서.... 결국 무통주사를 맞는 걸로 결정을 하고 나니 신랑더러 짐싸란다. 무통은 여기서 맞는게 아닌가 보다. 근데 이 무통 주사라는 것이 이 나라에서는 자주 놓아주는 것이 아닌지, 권장 사항이 아닌지... 임산부 클라스 갔을 때 부터 무통 주사의 부작용만 열심히 설명해 주더니, 막상 출산에서도 그 토록 진통을 하도고 안 놔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자리를 옮겨서 무통주사를 놓는 분만실에 가니, 전용(?) 미드와이프가 있다. 다른 분만실에서는 여러 미드와이프들이 번갈아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데,여기 미드와이프는 내 곁을 떠나지를 않는다. 뭔가를 체크하고 기록하고, 누군가에게 보고 하는 루틴을 계속 유지한다. 다른 미드와이프가 와서도 계속 하지만, 자리를 비우는 법이 없다. 이 모든게 결국 나라 돈이라고 ..

둘째는 한국에서 낳는 걸로. (1)

신랑에게 선포했다. 만약 둘째가 생긴다면, 무슨일이 있어도 한국에서 낳는 걸로. 만삭의 단상을 쓰고, 오랜 공백동안, 물론 난 출산을 했다. 산후조리도 했다. 그리고 나니 이제사 정신이 들어, 나의 출산기를 잊지 않기 위해 다시 블로그에 들어왔다. 40주가 되면 아이는 반드시 나오게 되어있다. 조금 늦거나 빠를 수 있지만, 나오지 않을 길은 없다. 다행히 (?) 사랑이는 예정일에 맞춰 세상을 향한 문을 두드렸다. 예정일 아침 런던에 오랫만에 해가 떴다. 느므 신나는 마음에 햇빛을 그냥 낭비해 버릴 수 없어, 신랑과 엄마를 대동하고 집앞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산책 길마다 엄마는 지나가는 온갖 식물들의 이름을 맞추려고 하시고, 모르면 물어보시고(나는 알길이 없다. 연신 '몰라'만 외쳐대고..) 이쁘다, ..

인간은 혼자있으면 죽는다.

오랫만에 다시 블로그를 열어보았다. 몸이 아픈것도 있었지만, 출산은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큰 책임을 가져다 주었다.희망, 기쁨, 행복, 보람이라는 부가 서비스가 있는 책임이라 바쁜 하루하루가 힘겹지만은 않다. 여튼 블로그를 열어볼 마음의 여력이 없었다. 태어난 사랑이와의 시간을 보내면서,말 그대로 인간이 인간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철모르던 시절, 한 때 나는 "난 혼자 큰 것같애." 라는 말을 하곤 했는데, 임신시절에도 절실히 느꼈지만, 낳아서 보고 있자니, 인간은 절대로 혼자 클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다.다시 말하자면 혼자 있으면 죽는다.는 말이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 열달 배속에 넣고 다닐때는 엄마하기 따라 아이의 생명이 좌지우지 된다.태어나고 나서도 인간은 다른 동..

real essays 2013.06.09

만삭의 단상

임신 6-7개월 즈음 되었을 때, 배에 살 트임도 없고, 별 다른 증상 없이 배만 나온 임산부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아이를 낳아 본 경험이 있는 엄마들은"행운이다" 혹은 "부럽다.." 등등의 말들로 나를 위로 했지만, 얼마나 나를 짧은 인간으로 생각했을 까 하는 생각이, 만삭이 되어서야 들었다. ㅠㅠ 이제 9개월 지나바라.... 하는 마음들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ㅎㅎㅎ 9개월이 지나 10개월에 들어섰다. 이제 출산 예정일을 2주 남겨놓고, 지난주 부터 잠을 이루기가 힘들어 진다. 잠은 대체 줄지 않는데 잠을 못자니 맨날 쾡한 얼굴이다.붓기는 생전 없더니 요즘은 퉁퉁부운 얼굴에 손에, 발에.. 불쌍해진다.살이 트이지는 않았지만, 배 가죽이 늘어날 대로 늘어나서 실핏줄이 다 보일 지경이다. 이제 부터는..

엄마의 외출

엄마가 영국에 오셨다. 그것도 혼자서. 엄마는 내게 또 영웅이 되었다. 왜 혼자가 중요한지는 비행기를 많이 타본 사람은 공유하지 못할듯하다. 엄마에게 이번 외출은 중국 단체관광을 제외하고는 처음 타는 비행기 여행이었다. 물론 직접 오시는 엄마는 걱정이 더 하셨겠지만, 나의 걱정은 더욱 태산을 이루었다. 영국항공이 비록 직항이라고는 하지만 한국 승무원도 적고, 악명높은 히드로 공항에 내리셔서 대처하실게 걱정이었다. 엄마는 물어물어 오면 다 오지 않겠느냐고 하셨지만, 영어도 잘하고 말짱한 젊은 사람들도 당황하는 바람에 괜시리 추방당하는 곳이 히드로 공항이라... 잘 나와서 만나지 못하고 서로 빙글빙글 공항을 돌며 못찾는 경우도 많고. 여러가지 공항에서 일어날수 있는 최악의 상황들이 머리속을 가로질렀다. 엄마..

[WOW Festival LONDON] 세상속 외면된 사회를 공부하는 페스티발.

Women of the World Festival LONDON 을 다녀와서. http://wow.southbankcentre.co.uk/ 런던에는 올해로 3번째, 해마다 세계 여성의 날 즈음하여 열리는 WOW 페스티벌(Women of the World Festival). 첫 해에는 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약간의 의무감에 참가했었고, 두번째 해에는 정신없이 런던을 즐기고 노느라 잊고 지나가 버렸고, 올해는 일부러 찾아서 티켓을 사 놓고 기다렸다. 학교를 마치고 한동안 관광객 놀이에 심취해서시간을 지나치게 오래 보낸 것 같은 생각도 들고, 그래서 잠시 놓고 있었던, 내 열정을 살려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이들었는지, 어쨌는지, 왠지 다시 그곳으로 가서 이야기 나누고, 그곳에서 수다떨고, 그곳에서 놀고 싶었는..

reviews 2013.03.20

오늘은 여성의 날이라고.

오늘 미드와이프를 만나러 가는 길, 버스에서 페이스 북을 확인하다가오늘이 여성의 날 인 걸 깨달았다. 여성의 날마다 런던 사우스 뱅크에서 열리는세계여성페스티발(Women of the World) 티켓을 사다 놓고서도, 오늘이 그날인 줄 까맣게 잊고 있다니. 임신하면 깜박증이 심해진다는데, 가끔은 지금인 3월인것도 잊는다. ONE WOMAN 이라는 UN에서 기획한 노래가 동영상으로 있기에 병원에서 내이름이 불리는 동안 작은 소리로 틀어놓고 들어 보았다. (이어폰을 안 가져가..) 화면에 나오는 여러 인종, 국가, 상황의 여성들의 모습, 그리고 여성들과 함께하는 남성들의 모습들을 어찌나 아름답게 영상으로 담았는지, 뭔가 지난 페미니스트들의 '투쟁'적인 모습에서 벗어난'부럽지만 더 강한' 여성들의 모습에 괜시..

real essays 2013.03.09